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콜오브듀티’, ‘디아블로’, ‘오버워치’, ‘워크래프트’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 회사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 1. 18.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약 687억 달러(88조 원)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이자, 게임산업을 통틀어 역대 최고 가격입니다. 본건 인수가 완료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텐센트, 소니에 이어 세계 3위의 게임 회사가 됩니다.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는 2022. 12. 8. 반독점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2023년 6월 인수 완료 일정이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1.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 1. 18.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액티비전은 ‘콜오브듀티’, ‘디아블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게임 회사입니다. 모바일게임 ‘캔디크러쉬사가’의 제작사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로 가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디오 게임용 콘솔인 Xbox와 전용 게임패스(Game Pass)를 판매하며 이미 세계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 게임 시장 규모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과 높은 수익성,
2) VR, 메타버스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본건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와 게이밍 부서 책임자인 필 스펜서(Phil Spencer)는 2021년 “게임은 초창기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이었고, 우리는 게임에 올인(All-in)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비디오게임 제작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모회사인 ‘제니맥스 미디어’를 약 75억 달러(한화 약 9조 원)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인수가액은 약 687억 달러(88조 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이며, 게임산업을 통틀어서도 역대 최고 인수 가격입니다. 본건 인수가 완료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는 텐센트, 소니에 이어 매출액 기준 세계 3위의 게임 회사가 됩니다. 만약 모든 국가에서 기업결합승인이 완료되면 2023년 6월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었습니다.
2. FTC의 소 제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는 2023. 12. 8. 본건 인수를 대상으로 법원에 반독점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FTC가 소장에서 주장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 관련 시장
FTC는 본건 인수의 ‘관련 시장’을 ① 고성능 콘솔 시장, ②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 ③ 클라우드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으로 획정하였습니다.
1) 고성능 콘솔 시장(High-performance Console Market)
FTC는 비디오 게임에 사용하는 콘솔이 고성능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으로 구분되며, 현재 판매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시리즈 X|S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가 고성능 콘솔 제품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닌텐도 스위치는 가격, 출시시기, 성능, 하드웨어 등 여러 측면에서 위 두 제품과 차이점이 더 커서 같은 시장에 포함되는 제품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2)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Multi-Game Content Library Subscription Services)
마이크로소프트는 비디오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Xbox 게임패스는 2021년 기준 약 2천 5백만 명의 구독자를 두고 있는 업계 1위 서비스입니다. 다른 구독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게임 구독서비스 역시 이용자 수가 많은 ‘AAA게임’이나 인기 프랜차이즈 게임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구독자 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FTC는 게임 구독서비스가 월 이용료를 내면 라이브러리에 있는 모든 게임을 무제한 다운로드, 플레이할 수 있는 수익모델이므로, 게임을 낱개로 구매하여 영구적으로 플레이하는 buy-to-play 방식의 게임 시장과 별개의 시장이라고 보았습니다.
3) 클라우드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Cloud Gaming Subscription Services)
클라우드 게임이란 비디오 게임의 스트리밍 원격 플레이를 의미합니다. 정기 구독료를 지불하면, 이용자가 개인 디바이스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별개의 장소에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 이용자의 디바이스에서 스트리밍되는 방식입니다. 그 때문에 콘솔이나 게이밍 컴퓨터처럼 고성능, 고가의 하드웨어가 없이도 고사양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사업자는 기반시설로서 데이터센터를 구축, 운영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FTC는 클라우드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을 일반 게임 구독서비스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시장으로 획정하였습니다.
4)
나. 경쟁제한효과
FTC 주장의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게임을 경쟁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보류(withhold)하거나 낮은 품질로 제공함으로써(degrade)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의 유익한 경쟁과 혁신의 유인이 약화되고,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 더 낮은 품질, 선택권 감소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의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는 플레이할 수 없도록 하거나, 타 구독서비스에는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경우 액티비전이 IP를 보유하고 있는 AAA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이용자는 Xbox 또는 Xbox 게임패스를 사용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 사업자에게 게임과 관련된 권한의 대가로 받는 가격을 상당히 인상하거나, 접근조건, 시기 등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둘째, 마이크로소프트가 플레이스테이션의 콘솔이나 타 구독서비스에 제공하는 액티비전 게임의 품질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액티비전의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에 최적화하려는 유인이 줄어들고, 경쟁 게임 구독서비스 또는 클라우드 게임 구독서비스가 사용하는 하드웨어에 게임을 최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지위가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FTC는 액티비전의 블록버스터 게임 ‘콜오브듀티’에 주목했습니다. ‘콜오브듀티’는 2003년 처음 출시된 이래 2020년까지 270조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대표적인 ‘AAA게임’으로 충성도가 높은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위 15개의 비디오 게임 중 무려 10개가 ‘콜오브듀티’ 프랜차이즈입니다. 단일 프랜차이즈에서 이 목록에 두 개 이상의 타이틀을 올린 것은 ‘콜오브듀티’가 유일합니다. 최근 발매된 모던 워페어2(Modern Warfare II)는 출시된 지 열흘 만에 10억 달러 이상 판매되었으며, 10월 말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 동안 팔린 어떤 비디오 게임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콜오브듀티’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될 경우 결국 콘솔 시장, 게임 구독서비스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FTC 주장의 요지입니다.
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
마이크로소프트는 본건 인수를 공표한 초기부터,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경쟁사의 콘솔과 구독서비스에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본건 소송 제기 직전에는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경쟁사에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자진시정 방안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동의의결(consent decree) 형태로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FTC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FTC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강조하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FTC는 이에 더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 행적을 지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20년 ‘제니맥스 미디어’를 인수할 당시, 제니맥스의 게임을 배타적으로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EU 집행위원회를 설득하였는데, 기업결합 승인 직후 인기 게임인 엘더스크롤6(Elder Scrolls VI) 뿐 아니라 2023년 출시 예정인 스타필드(Starfield), 레드폴(Redfall) 등을 Xbox와 Xbox 게임패스에서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의 세계 콘솔 시장 점유율은 30%에 불과하다”며, FTC의 소 제기가 경쟁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소니라는 경쟁사를 보호한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은 286개의 게임을 배타적으로 가지고 있는 데 반해 Xbox는 59개뿐이라며 본건 인수를 막아야 할 정도로 경쟁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3. 시사점과 향후 전망
FTC의 이번 반독점 소송 제기로 인해, 본건 인수가 무사히 성사될 지 예측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MS가 액티비전을 인수하게 되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으며 기존 성공작 중 일부를 독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게임패스에 액티비전 게임이 더해질 경우 윈도가 설치되지 않은 PC를 구매하지 않도록 유도할 가능성을 지적한바 있습니다. 그에 따라 액티비전 블리자드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5)
마이크로소프트는 규제당국에 의해 본건 인수가 무산될 경우 약 30억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의 향후 발전 전략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