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과거사 사건들과 연관된 세 가지 주요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첫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ㆍ조작의혹사건'에 일률적으로 소멸시효 기산점과 시효기간이 적용되도록 한 민법 제166조 제1항, 제766조 제2항에 대해 일부위헌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둘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수령에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해 민주화운동관련자들이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게 한 조항에 대해 일부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셋째,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기각하는 한편, 대법원 판결(대통령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하는 취지)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각하하였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계속된 국가의 탄압과 증거 은닉,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등으로 인해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과거사 위원회가 진상을 조사해서 밝히고, 조작된 유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재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이미 소멸시효가 지나 피해자들의 권리가 소멸됐다"면서 배상을 거부했습니다. 대법원도 본래 같은 입장에 서 있었지만, 이후 계속 제기되는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판결을 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민간인 희생사건이나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의 경우에는 과거사위원회가 진실규명결정을 한 날로부터 3년 이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그때로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늦게나마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3년 5월부터 별다른 근거나 논리도 없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피해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련의 판결을 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사위원회에 직접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는 배척하였고,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국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66조 제1항(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소멸시효 진행) 및 민법 제766조 제2항(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 완성) 중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및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에도 적용되는 부분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및 '중대한 인권침해사건ㆍ조작의혹사건'의 피해자들은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라는 소멸시효 기산점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진실규명결정 또는 재심무죄판결 확정을 통해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된 후, 그 날로부터 3년 내에 국가배상청구 등 권리구제에 나서기만 하면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위헌결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온 대법원의 과거사 국가배상청구 기각판결을 뒤집은 셈입니다. 이에 따라 당해 사건의 원고들은 이미 확정된 법원의 판결에 대한 재심청구를 통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법무법인(유) 지평은,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취지로 파기한 사건의 환송심에서부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고 이후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면서 수년간 다투었고,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과거사정리법에서 정한 인권유린사건에도 일률적으로 소멸시효가 적용되도록 한 부분에 대한 위헌결정을 이끌어 냈습니다. 2. 민주화보상법 '재판상 화해 간주' 사건 민주화보상법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결정된 사람들에 대한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등(이하 '보상금 등')의 지급을 규정하면서, 신청인이 동의하면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법체포·구금·고문 등의 피해를 입었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후 국가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한 신청인들은 국가와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민주화보상법에 규정된 재판상화해 간주 조항이 국가배상청구권까지 박탈하는 것인지" 논란이 일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상 화해 간주 조항'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민주화보상법 규정상 재산상 손해는 보상금 등의 수령으로 전보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나머지 한 축인 정신적 피해는 보상금 등의 수령으로도 전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현재 법원에 계속된 사건은 심리가 재개되고, 이미 확정된 당해 사건에 대해서는 재심청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과거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긴급조치 발령행위 등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2013년 대통령긴급조치가 위헌무효라는 취지의 판결과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2015년 3월 26일 "대통령긴급조치가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당사자들은 대법원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아울러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재판취소청구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재판헌법소원 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종래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법원이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판시한바 있는데, "이러한 선례를 번복하면서 모든 재판헌법소원을 허용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대통령긴급조치를 위헌무효로 판시한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도 이어졌습니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한 재판장에 대해 징계를 검토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하지 못한 한계가 있어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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