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결의 취지
(1)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2)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를 '다음의 예금채권 중 다음에서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이라고 기재한 경우 그 가압류의 효력이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 새로 입금되는 예금채권에까지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2. 사실관계
A는 B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C은행 등 6개 금융기관을 제3채무자로 하여 다음과 같이 가압류할 채권을 표시하고 가압류결정을 받았습니다.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 : 청구금액 25억 원정, 채무자가 각 제3채무자들에게 대하여 가지는 다음의 예금채권 중 다음에 기재한 순서에 따라 위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
1. 압류되지 않은 예금과 압류된 예금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 선행압류, 가압류가 되지 않은 예금
나. 선행압류, 가압류가 된 예금
2. 여러 종류의 예금이 있는 때에는 다음 순서에 의하여 압류한다.
가. 보통예금
나. 당좌예금
다. 정기예금
라. 정기적금
마. 별단예금
바. 기타 제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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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A는 지급명령을 받아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면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압류결정 송달 당시 B가 C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잔액은 37만원 뿐이었고, 가압류 송달 이후에 190억 원이 입금되었다가 빠져나갔습니다. A는 가압류결정 이후 입금분(190억원)에 대하여도 가압류의 효력이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C은행을 상대로 전부금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3. 판결의 요지
(1)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만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 등에는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장래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포함되느냐 여부는 가압류명령에서 정한 가압류할 채권에 그 예금채권도 포함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이는 곧 가압류명령상의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3)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에 기재된 문언은 그 문언 자체의 내용에 따라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그 문언의 의미가 불명확한 경우 그로 인한 불이익은 가압류 신청채권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므로, 제3채무자가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그 문언을 이해할 때 포함여부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압류의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가압류할 채권의 표시' 문언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아 이 사건 가압류 명령에서 정한 가압류할 채권에는 이 사건 가압류결정이 송달될 당시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가지고 있는 여러 예금채권을 대상으로 하여 위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그 금액이 가압류채권자의 청구금액에 달할 때까지의 예금채권이 포함됨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아가 위 문언의 기재로써 이 사건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에 새로 입금되는 예금채권까지 포함하여 가압류되었다고 보는 것은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사회평균인을 기준으로 할 때 의문을 품을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 예금채권까지 가압류의 대상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4) 가압류할 채권에 '청구금액에 이를 때까지의 금액'이라는 문구가 있으면 장래에 입금될 예금채권까지도 가압류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상관습법이나 사실인 관습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판결의 의의
(1) 압류를 위해서는 압류할 채권의 종류와 액수를 밝혀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225조). 통상 예금채권을 (가)압류할 때 본 사안과 같이 (가)압류할 채권을 기재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법원에서 그대로 압류명령을 발령하고 있습니다.
그간 하급심 판례는 본 사안과 같이 가압류할 채권을 특정한 사안에서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에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03. 6. 27. 선고 2003나1755판결. 위 판결은 상고 되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되었습니다(2003. 10. 9. 선고 2003다39156)]. 대상 판결의 원심(서울고등법원 2007. 12. 21. 선고 2007나30135 판결)도 동일한 입장이었습니다.
대상판결은 본 사안과 같이 가압류할 채권을 표시한 경우에는 가압류의 효력이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 새로 입금되는 예금채권에까지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이의가 있습니다.
(2) 그러나 대상판결이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 새로 입금되는 예금채권이 언제나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압류할 채권을 어떻게 특정하느냐에 따라, 즉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사회평균인이 보았을 때 가압류 명령 송달 이후 새로 입금되는 예금도 가압류의 대상이라고 해석될 정도로 특정하였다면, 가압류명령의 송달 이후에 채무자의 계좌에 입금될 예금채권도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만 대상 판결은 새로 입금될 예금채권이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만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에 가압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예금채권은 채무자가 장래 어느 시점에 얼마의 예금을 입금할 지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이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부정설의 논거도 '채무자가 장래 입금할 예금에 대한 반환채권은 장래 발생할 채권인데, 이러한 장래채권이 피압류채권이 되기 위해서는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그 내용의 확정이 가능하며 그 발생이 어느 정도 확실하여야 할 것인데, 채무자가 장래 입금할 예금에 대한 반환채권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장래 어느 시점에 얼마의 예금을 예입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상판결은 장래 입금될 예금채권이 언제나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경우 가압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시한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어떤 경우가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여 그 권리의 특정이 가능하고 가까운 장래에 예금채권이 발생할 것이 상당한 정도로 기대된다고 볼만한 예금계좌가 개설되어 있는 경우”인지에 관한 판단기준은 제시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향후 이와 관련한 사례가 좀 더 축적되면 법원의 판단 기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8다9952 전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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