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지성 제5회 뉴스레터 (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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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알박기' 행위와 부당이득죄

- 대상판결: 대법원 2009년 1월 15일 선고 2008도8577 판결
- 사건명: 부당이득


1. 서설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개발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사업시행자와 자신 소유의 토지를 양도함에 있어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업시행자와 토지소유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과 관련된 사회적 현상 중 소위 ‘알박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직 ‘알박기’라는 단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립국어원의 누리집에 의하면 ‘알박기’는 ‘주요한 택지의 일부를 남보다 앞서서 사 두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개발사업 시행자는 통상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융비용의 절감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사업에 착수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로 인해 상당히 거액의 매매대금을 지급하고서라도 일단 사업부지 내의 토지를 매입합니다.

시행자가 필요한 행정상의 인허가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시행에 착수한 이후에 소위 ‘알박기’를 한 토지매도인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거나 형사 고소를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알박기’에 관한 형사 고소의 경우 일반적으로 적용 가능한 규정은 형법 제349조(부당이득)입니다.

2. 부당이득죄의 구성요건(성립요건)

형법 제349조는 “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 또는 제3자로 하여금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게 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부당이득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당이득죄의 구성요건(성립요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일관되게 “형법상 부당이득죄에 있어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고,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취득’이라 함은 단순히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ㆍ개별적 사안에 있어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및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히 부당한 불균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거래당사자의 신분과 상호 간의 관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계약의 체결을 둘러싼 협상과정 및 거래를 통한 피해자의 이익, 피해자가 그 거래를 통해 추구하고자 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적절한 대안의 존재 여부,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거래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도 1246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동시에 대법원은 “특히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적 계약자유의 원칙을 고려하여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요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적 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이라는 대전제를 고려하여 소위 ‘알박기’ 행위에 부당이득죄를 적용함에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법감정과 달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의 취득 여부’를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을 기준으로 해서만 판단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원심의 판단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피고인은 1991년 4월 무렵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여 5년간 거주하였고, 인근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이를 소유하면서 관리하였습니다. 한편 피해자 회사(사업시행자)는 2005년 1월경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하는 사업부지에서 아파트 건축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으나, 이 사건 부동산을 비롯하여 몇 건의 부동산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여 주택건설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지연되었고 이로 인해 월 6억원 정도의 금융비용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였던 피고인은 부동산을 매도하라는 피해자 회사의 제안을 계속 거부하다가 결국 인근의 다른 토지들에 비해 40배가 넘는 가격으로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습니다. 검사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의 부당이득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을 기소하였습니다.

(2)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 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부동산을 피해자 회사에게 현저하게 부당한 가격으로 매도한 점, 이 사건 주택건축사업의 지연으로 피해자 회사에게 거액의 금융비용이 발생하여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던 점, 피고인들과 피해자 회사 사이의 매매교섭 당시 이 사건 주택건축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되어 피해자 회사로서는 피고인의 요구에 따른 매매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8. 9. 10. 선고 2008노219 판결).

4. 대법원의 판단과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먼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사업부지 중 일부의 매매와 관련된 이른바 ‘알박기’ 사건에서 부당이득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에 이어 대법원은 ‘알박기’로 인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는 상황을 미리 알고 그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이거나 “피해자에게 협조할 듯한 태도를 취하여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 후에 협조를 거부하는 경우” 등과 같이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한 다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고 “단지 개발사업 등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사업부지 내의 부동산을 소유하여 온 피고인이 이를 매도하라는 피해자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함부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피고인의 행위에 관해 “피고인들은 이 사건 주택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오래 전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하여 오다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라는 피해자 회사의 제안을 거부하다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큰 이득을 취하였을 뿐, 달리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다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부당이득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매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때에야 비로소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에 빠지게 된 데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원인을 제공하였거나 상당한 책임을 부담하는 정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알박기’ 행위에 부당이득죄를 적용함에 있어 더욱 엄격해지고 신중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다운로드 : 대법원 2009년 1월 15일 선고 2008도857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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