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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건설 · 부동산] 유치권에 관한 소고
2024.11.26
들어가며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린 건물을 보면, 저 건물에는 또 어떤 사연이 있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입니다(민법 제320조 제1항).  유치(留置)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물건을 맡아 둠’인데, 형사절차에서 구속이나 재판 진행 등을 위해 사람을 일정한 곳에 가두어 두는 행위도 같은 한자어를 사용합니다.  민법이 ‘유치’의 구체적 행위를 정의하고 있지는 않은데, ‘물건을 점유한 자는 유치할 권리가 있다’,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유치물을 점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점유’라는 사실 행위가 인정이 되어야 합니다. 


유치권의 효력

유치권의 가장 큰 효력은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할 권리’로,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담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점유를 상실하면 유치권도 소멸하므로 다른 담보물권에 비하면 권리 유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애초에 불법적으로 점유한 것이 인정되면 사후적으로 효력이 부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권리행사를 할 때에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활용 여부에 따라서는 효과적인 권리가 될 수 있으나, ‘돈을 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할 뿐 직접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고, 점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 등도 고려하면 큰 실익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유치권자에게는 경매를 신청할 권리도 부여됩니다.

유치권에 의한 경매신청에서는 ‘유치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야 하는데, 유치권의 존재에 관한 판결이나 판결 이유에 유치권의 존재에 관한 판단이 기재된 판결(유치권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유치권 항변이 인정된 판결)은 당연히 가능하고, 판결문과 같은 공적 문서가 없다면 유치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서, 유치권에 관한 각서 등으로도 신청은 해볼 수 있습니다.  

유치권자가 경매를 신청할 수는 있으나 경매 매각대금에서 우선 변제받을 권리는 없고, 유치권에 기한 경매 신청으로 경매절차가 진행되면 유치권은 소멸하며, 유치권자는 일반채권자로 배당받을 요건을 충족하여 당해 경매절차에서 일반채권자로 참여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상으로는 일단 채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권으로 경매절차가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강제경매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가 진행된 경우에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에 따라 유치권자는 경매절차의 매수인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에 기한 경매는 강제경매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개시되면 절차가 중지되는데(민사집행법 제274조 제2항), 경매절차의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고, 일반 경매절차에서 매각이 이루어졌다면 유치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11다35593 판결).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질 경우 이에 반대하는 이해관계자(채무자나 근저당권자 등)는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다투어야 합니다.  만약 유치권존재 확인의 판결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존재확인에 관한 판결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면서 경매절차의 강제집행을 정지하는 절차도 진행해야 합니다.  판결이 존재할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유치권에 의한 경매절차 진행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공시송달로 확정된 판결이라면 실질적으로 유치권에 관한 판단이 내려졌다고 할 수는 없으니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유치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낙찰에 따른 소유권변경이 이루어지더라도, 추후 유치권의 효력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 터잡아 진행된 경매도 무효, 무효인 경매를 원인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 및 이후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등도 모두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에 기하여 국가의 강제집행권 행사로 진행되는 강제경매의 경우에는 경매절차가 무효로 될 가능성이 적어 사실상 공신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강제경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의 수단이라고 평가되면 무효로 판단될 여지는 있음), 저당권과 같은 담보권에 관한 임의경매의 경우에는 사후적으로 담보권에 이상이 있다면 매각허가결정 등 경매절차의 효력에 문제가 발생하여 강제경매와 같은 공신력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유치권에 의한 경매는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데, 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의 경우는 저당권이 당사자 합의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무효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유치권은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권리이고, 점유계속 여부나 점유과정의 불법성 등이 문제되어 사후적으로 경매의 안정성이 문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치권 행사를 위해 점유를 하는 과정에서 목적물에 필요비나 유익비를 지출한 경우에는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유치권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유치물을 점유해야 하고 보존에 필요한 사용은 할 수 있으나, 채무자 승낙 없이 유치물을 사용, 대여하거나 유치물에 담보제공을 할 수는 없습니다.  위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면 채무자가 유치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치권에 관한 소송

유치권에 관한 소송은 보통 소유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며 점유를 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유치권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확인을 구하는 형태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유치권은 적법한 점유에 의한 담보권으로 선관주의 의무 등 앞서 언급한 제반 규정을 준수하여 점유 상태를 유지하면 충분하고 반드시 판결을 통해 유치권 존재 여부를 확인받아야만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닌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경매를 신청할 경우에는 ‘유치권의 존재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유치권확인 판결은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유치권을 행사하더라도 채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합니다(민법 제326조).  유치권확인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 유치권의 전제가 된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지 문제되는데, 최근 대법원은 ‘유치권확인청구 소송에서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의 존재에 관한 주장이 있었고, 피고가 그 채권의 존부를 다투어 이에 대한 실질적 심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이상 공사대금채권에 관하여 권리의 행사가 있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10. 31. 선고 2024다241152 판결).  위 사건의 원심은 유치권 행사가 채권의 소멸시효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유치권확인 청구의 소제기가 시효중단의 효력은 없다고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달리 판단한 것입니다.


나가며

유치권은 적법한 ‘점유’만으로도 일단 외형을 갖출 수 있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권리이지만, 반대로 ‘점유의 상실’로 소멸할 수 있어 유치권 행사와 관련하여 여러 민형사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원만한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득이한 마지막 수단으로 유치권을 행사하여 분쟁이 격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유치권을 행사하는 쪽이든 이를 방어하는 입장이든 법률적으로 잘 준비하거나 대응하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