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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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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회사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근로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
2022.02.24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1. 12. 10. 선고 2021나2014005 판결]

1. 사안의 개요


A 씨는 다른 회사에 내부 자료인 설비투자 계획문서ㆍ사전 견적서ㆍ연간 투자계획ㆍ설계도면 등을 이메일로 전송하였습니다. B 사는 사내 보안 감사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였고, 이후 징계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A를 징계해고하였습니다.

검찰은 A를 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법원은 A가 유출한 자료를 영업비밀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또 다른 유출 건의 경우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되었습니다.

그러자 A는 기술력 좋은 회사를 발굴하라는 상급자 지시를 받고 새로운 협력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자료를 송부한 것일 뿐 영업비밀을 유출한 것이 아니고, 자료 제공을 대가로 부정한 이익을 얻지도 않았으므로 징계해고 사유가 없으며, 검찰 기소가 해고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무죄 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2. 판결 요지

1심은 "우수한 업체를 발굴해 양성하면 회사에도 이익이 되고 A 씨와 같은 직원 개인의 실적이나 고과에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B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대외비 자료를 제공해 입찰에 도움을 주면서까지 특정 업체를 발굴하도록 지시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은 다른 직원들도 대외비 자료를 반출한 사례가 있다는 A의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직원들의 경우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상급자 승인을 거쳐 자료를 반출하였으므로 A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2심 역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1심과 마찬가지로 A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나,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의 유죄판결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이 있다는 의미인 반면, 무죄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도 아니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다84479 판결 참조).
  • A의 유출행위에 관한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유출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된 사실, 다른 유출행위에 관하여도 이와 유사한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보안관리규정을 위반하여 대외비로 분류된 정보자산에 관하여 보안관리 책임자의 승인 없이 이를 유출한 사실은 명백하고, 이는 B사의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된다.
  • A가 자료를 전송한 곳은 친환경 차량의 부품 자동화 시스템 설비업체로 유출 행위 당시 A가 담당하던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협력업체이다. 회사를 위해 우수한 협력업체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면 A가 파일명 등을 변경해 자료를 송부할 필요도 없는바, 보안관리 규정을 위반하면서 협력업체를 발굴하려고 했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 B사의 특성상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관련 정보의 보안이 중요하였던 점, 다른 협력업체와의 입찰 과정에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었던 점, A가 대외비 자료임을 알면서도 장기간 반복적으로 자료를 유출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A의 유출 행위로 인해 A와 B사 사이의 고용관계는 이를 지속ㆍ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신뢰 관계의 근간이 깨져 사회 통념상 그 고용관계를 존속시킬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고, 그 책임은 A에게 있으므로 해임 처분의 징계양정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

3. 의의 및 시사점

징계사유가 형사 재판에서 무죄로 선고된 경우에도, 그 징계사유가 사실이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입니다. 법원은 대상 판결의 근로자가 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에서는 형사상 무죄 판결 내지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나, 그와 별개로 회사의 내부 규정을 위반한 점은 명백하였으며 회사의 특성과 근로자 행위 태양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해고가 과중하지는 않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