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다213846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부산 남구 일원에서 공동주택 신축ㆍ분양 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피고 지역주택조합과 사이에 조합원 분담금을 납입하고 피고가 분양하는 아파트 1세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원고는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피고로부터 “2020년 6월까지 사업계획승인이 접수되지 않을 경우 납입한 분담금 전액을 환불한다”는 내용의 환불보장약정이 기재된 안심보장증서를 교부받았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위 기한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지 못하였고, 이후 2022. 4. 20.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여 2023. 5. 30.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가 환불보장약정을 통해 원고를 기망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 처분행위로 무효이므로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 또는 취소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미 납입한 계약금 상당액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였습니다.
2. 쟁점
대상 판결 사안의 쟁점은 ① 총회 결의 없는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인 경우 조합가입계약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지, ②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임을 이유로 조합원이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에 있었습니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은 조합가입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소가 되었고, ② 원고가 환불보장약정이 없었더라도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환불보장약정이 총회 결의 없는 총유물 처분행위로 무효인 이상 조합가입계약 역시 무효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원심은, 피고가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점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이미 납입한 분담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및 환불보장약정의 목적
대법원은 ▲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건설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어 조합원이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데 있음을 전제로, ▲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조합가입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에 대비하여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 자체를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환불보장약정의 목적 달성에 지장이 있는지 여부
대법원은,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되어 환불을 받을 수 없게 되었더라도 환불보장약정과 조합가입계약의 궁극적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①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 동안 환불보장약정에서 환불의 소극적 조건으로 삼은 절차가 결국 이행되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② 더 나아가 주택건설사업이 무산될 우려 없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그 후 조합원이 환불보장약정의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판결 사안에서 피고는 환불보장약정에서 정한 기한인 ‘2020년 6월’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지는 못하였으나, ① 이후 사업계획승인신청을 하고 최종적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음으로써 결국 환불보장약정에서 예정한 절차가 이행되었고, ② 이후 주택건설사업이 절차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달리 그 사업이 무산될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드러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 당시 원고가 우려하였던 사업 불발의 위험은 소멸하였습니다.
3) 조합원의 묵시적 의사 철회 여부
대법원은 설령 ‘2020년 6월까지 사업계획승인신청이 이행되지 않는 경우 조기에 조합가입계약에서 벗어나려는 원고의 의사’가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하더라도, 판결 사안의 원고가 2020년 6월 이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이 사건 환불보장약정에 따라 이 사건 계약금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그와 같은 당초의 의사를 묵시적으로 철회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조합 및 다른 조합원에 대한 영향
대법원은 (i) 조합원 분담금은 주택건설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어 상당한 공공성을 띄게 되는 점, (ii) 만약 원고에게 분담금을 반환함으로써 피고의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나머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점, (iii) 특히 원고가 피고에게 분담금 반환 등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동안 피고가 이미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의 분담금 반환청구에 대응하여 대체 조합원을 모집할 기회마저 상실한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이 사건 조합가입계약 무효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여야 하고 미납 분담금의 납입은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원고는 사실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는 반면 피고와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의 분담금 회수 및 미납입에 따른 손해를 전적으로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시사점
대상 판결은, 환불보장약정이 형식적으로 무효에 해당하더라도 그 목적이 사후적으로 달성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경우, 조합원이 이를 이유로 조합가입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개별 조합원의 계약상 이익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지속성과 다수 조합원의 이익 보호라는 공익적 요소를 신의성실의 원칙 판단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향후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에서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라는 사실만으로 분담금 반환이 곧바로 인정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며, 환불보장약정의 목적, 사업 진행 경과, 조합원의 사후 태도, 다른 조합원 및 조합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의칙 판단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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