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동주택에 있어 하자 소송의 상대방에 관한 기존 논의
아파트 등 공동 주택과 관련하여, 하자 소송이 제기되기 전 단계에서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는 실질적인 주체는 시공사입니다. 그러나 시공사는 원칙적으로 분양자 내지 발주처에 도급계약상 하자보수의무를 부담할 뿐이므로, 도급계약상 책임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하자(예를 들어 사용승인 전 하자 중 이른바 설계상 하자, 5년의 소멸시효 기간을 도과한 하자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분양자 내지 발주처는 수분양자 내지 구분소유자와의 관계에서 위 하자에 대해 보수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이와 같이 주체에 따른 하자보수의무 이행의 상대방 및 범위의 차이로 인해 집합건물에 대한 하자보수의무의 존부에 대해 다툼이 발생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2. 12. 18. 개정된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시공자가 수분양자와의 관계에서 하자담보책임의 부담자로 정하여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수분양자로부터 하자 관련 채권을 양도받은)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보수의무의 실질적 부담자인) 시공사를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분양자 내지 발주처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분양자 내지 발주처가 시공사에 대해 가지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행사하는 형태(채권자대위소송의 형태)로 소송을 제기하여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공사는 채권자대위법리에 따라 분양자 내지 발주처에 대해 가지는 도급계약상 항변을 이유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청구에 대항할 수 있었습니다.
2. 개정 집합건물법 및 공동주택관리법 적용 이후의 법률 관계
2012. 12. 18. 개정된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은 개정법률의 시행일인 2013. 6. 19.이후에 분양된 건물에 적용이 되는데, 하자소송이 통상 준공일로부터 4~5년 이내에 제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에 제기되는 하자소송은 대부분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이 적용되게 됩니다.
이와 같이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이 적용될 경우, 구분소유자들은 집합건물법에 근거해 시공사를 상대로 직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과거 채권자대위 법리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분양자 내지 발주처의 무자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실질적인 행사 요건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다만, 시공사의 책임범위에 있어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아래 3.항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17. 4. 18. 법률 제14793호로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되어, 모든 유형의 하자에 대하여 시공자에 대해 직접 하자보수청구 및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동법 제37조 제1항, 제2항). 공동주택관리법은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과 달리 ‘분양자 내지 발주처의 무자력 등’을 요구하지 않아, 추후 하자소송에 있어 공동주택관리법이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다만, 판례상 하자소송의 청구원인으로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아(현재 제기되는 하자소송의 대부분은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 및 채권자대위권에 근거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 법령의 구체적인 적용 요건 및 효과에 대해서는 추후 법원의 판례를 통해 정리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3.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다246600 판결의 시사점
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이 시행되어 분양자의 무자력을 전제로 구분소유자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직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었고, 2017. 4. 18.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 제37조 제2항을 통해 모든 유형의 하자에 대해 시공사를 상대로 직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었으나, 시공사의 수분양자에 대한 하자에 관한 책임이 도급계약상 책임범위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분양자와 동일한 책임을 직접 수분양자에게 부담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채권자대위법리에 기초해 하자소송이 제기되었던 경우에는 ‘시공사의 책임범위가 분양자 내지 발주처와 체결한 도급계약상 책임범위에 한정된다’는 것이 채권자대위의 법리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으나, 개정 집합건물법 및 공동주택관리법에서 시공사의 수분양자에 대한 직접 책임을 인정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시공사의 책임이 도급계약상 책임범위에 한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다246600 판결’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위 사안의 개요는 아래와 같습니다.
위 사안의 원고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고, 피고 A는 시공사, 피고 B는 분양자입니다. 원고는 아파트 구분소유자 일부로부터 피고들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권을 양수받은 이후, 피고들을 상대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시공사인 피고 A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피고 A는, 분양자인 피고 B가 시공사인 피고 A에게 가지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으므로, 집합건물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하여 원고에게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담보책임)
① 제1조 또는 제1조의2의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한 자(이하 “분양자”라 한다)와 분양자와의 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한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이하 “시공자”라 한다)는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진다. 이 경우 그 담보책임에 관하여는 「민법」 제667조 및 제668조를 준용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시공자가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담보책임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시공자는 그 법률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의 범위에서 구분소유자에게 제1항의 담보책임을 진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시공자의 담보책임 중 「민법」 제667조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분양자에게 회생절차개시 신청, 파산 신청, 해산, 무자력(無資力)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지며, 시공자가 이미 분양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에는 그 범위에서 구분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면(免)한다.
위 사안에서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과거 채권자대위법리에 기해 하자소송이 제기되었던 경우와 동일하게)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법 제9조에 따라 시공자에 대하여 직접청구권을 재판상 행사한 경우 분양자의 시공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도 중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i) 집합건물법 제9조의 개정 취지가 분양자 외에 시공자도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직접적 담보책임을 지도록 하여 구분소유자가 분양자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시공자에 대하여 직접 하자보수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권리행사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되, 시공자의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시공자의 담보책임 범위를 시공자가 분양자에게 지는 담보책임범위로 한정한 것인 점
ii) 집합건물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구분소유자의 시공자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소송물이 분양 대상 건물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로서, 실질적으로 분양자의 시공자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와 그 내용이 동일하고, 구분소유자가 시공자로부터 배상을 받는 경우 그 범위에서 시공자의 분양자에 대한 배상의무도 소멸하게 되는 점
iii) ‘구분소유자가 분양자를 대위하여 시공자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구분소유자가 집합건물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직접청구권의 행사로서 시공자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그 권리가 발생한 구분소유건물 등의 시공 · 분양이라는 동일한 법률관계를 기초로 하여 집합건물법에 의한 청구를 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그로써 시공자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라는 권리실행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원심의 이유 설시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다만, 결론이 달라지지 않아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시공사가 도급계약에 따라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무(제2채무)와 시공사가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수분양자에게 부담하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채무(제1채무)는 별개의 채무이므로, 제2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여 제1채무가 이를 이유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을 하였습니다.
즉,
원심은 (기존에 채권자대위권에 기해 소송이 제기되었던 경우와 유사하게) 제1채무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면 제2채무에 대한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제1채무와 제2채무는 별개의 채무이므로 제2채무에 대한 시효가 소멸되더라도 제1채무는 시효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대법원 판례가 명시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제2채무는 시효 중단되지 않고 소멸되었다는 전제로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의 의미에 대해, ‘
시공사가 개정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수분양자에게 부담하는 책임’이 ‘시공사가 도급계약에 따라 분양자에게 부담하는 책임’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도 해석될 수 있어, 추후 수분양자가 집합건물법 제9조 제3항에 근거해 제기한 하자소송에서
소멸시효 항변뿐만 아니라 ‘설계상 하자’ 등 도급계약에 기한 다른 고유한 항변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있어, 추후 관련 판결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