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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법률정보|칼럼
[헌법 · 행정 · 규제대응] 국가연구개발사업 사업비 환수처분과 선정제외처분의 위법성
2025.02.25
A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연구개발사업 사업비를 국가에서 지급 받았습니다.  연구책임자인 B교수는 참여연구원들의 인건비와 장학금 중 일부를 연구실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공통경비로 쓰면서 연구실 비품을 구입하거나 출장 경비 등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인건비가 용도 외로 사용된 사정이 정부 R&D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학술진흥법 제19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사업비를 용도 외에 사용한 경우’ 지급한 사업비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될 수 있습니다.  지급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된 경우에는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산학협력단장은 사업비 환수처분을, B는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제외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B는 사업비 환수처분과 선정제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B에게 원고적격이 있는지, 사업비 환수처분 사유가 있는지, 환수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선정제외처분 요건이 충족되는지입니다. 

첫째, B가 사업비 환수처분의 상대방은 아니어서 원고적격이 있는지 문제됩니다.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해당 행정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의 소송을 제기하여 당부의 판단을 받으려면, 해당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 즉 해당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ㆍ직접적ㆍ구체적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이어야 합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두16127 판결 등 참조). 

학술지원사업에 대한 연구개발비 지원은 대학에 소속된 일정한 연구단위별로 신청한 연구개발과제에 대한 것으로 소속 대학을 기준으로 하지 않습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학교뿐만 아니라 연구자에 대하여도 참여제한 및 사업비 환수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환수처분의 상대방을 누구로 지정하는지는 형식적인 문제입니다.  인건비를 용도 외로 사용하였다는 처분사유와 관련해 B는 실질적인 당사자입니다.  산학협력단에서 환수금을 납부한 후 B를 상대로 구상청구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B는 환수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개별적ㆍ직접적ㆍ구체적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B의 원고적격은 인정됩니다.

둘째, 사업비 환수처분 사유인 ‘용도 외 사용’ 인정 여부가 쟁점입니다.  연구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비품 구입, 출장비 등은 연구원 개인의 인건비와 용도가 다릅니다.  B는 일시적인 전용이라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약 4년간 계속해서 연구실 소속 학생들에게 지급된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하여 사용한 것은 일시적인 전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비례의 원칙 위배 여부가 다툼이 됩니다.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환수처분을 통해 얻게 될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고, 그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면, 환수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게 됩니다.  법원은 인건비를 용도 외 사용하여 처분사유는 인정되지만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했습니다.  정부출연금 중 용도 외 사용액의 비중이 높지 않아 보이는 점, 학생인건비 중 공동관리된 돈은 대부분 연구원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으로는 참여한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나 등록금, 회식비용, 소속 학생연구원의 학술대회 참가비용, 연구실의 운영 경비 등 연구실 소속 전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에서 문제된 공동관리계좌 운영기준이 나름대로 객관화되어 원고가 자의적으로 운영하거나 개인적 용도로 유용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보면, 학생인건비를 공동관리한 것으로 인하여 공익 목적을 침해하는 정도나 위법성의 정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공동관리의 주된 목적은 연구실 소속 학생들이 생활에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생인건비를 모아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으로 학생연구원들이 공동관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바 없고 연구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데에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동관리금액 중 일부 잔액은 결과적으로 학생연구원들이 개별적으로 사용한 점, 공동관리가 금지되는 국가연구개발 사업비에 해당하지 않는 각종 장학금도 용도 외 사용액에 포함되어 실제 액수는 산정된 공동관리금액보다 적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비난가능성 역시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비 환수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9. 11. 선고 2022누40477 판결).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처분사유의 존부뿐만 아니라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도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넷째, 선정제외처분의 요건 충족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이례적인 점은 대법원이 처분의 적법성을 직권으로 판단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선정제외처분을 취소하지 않은 원심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선정제외처분을 취소하는 파기자판을 했습니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4두57996 판결). 

학술진흥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비 지급이 중지되거나 지급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가 환수된 경우에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업비 환수처분의 존재를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제외처분의 발령요건 내지 처분사유로 정하고 있다고 해석됩니다.  행정청으로서는 법령에 따라 학술지원 사업비 환수처분과 함께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제외처분을 하게 됩니다.  이후 만일 학술지원 사업비 환수처분이 취소되었다면,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제외처분도 그 발령요건 내지 처분사유를 상실하게 되어 더 이상 그 효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사업비 환수처분의 존재를 전제로 선정제외처분이 발령된다는 점은 법문상 명확해 보입니다.  다만, 환수처분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취소되는 경우까지 선정제외처분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인지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도 인건비를 용도 외로 사용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아가 선정제외처분 기간이 최소한으로 설정되어 있어 재량권 일탈ㆍ남용의 위법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문언해석의 한계에 비춰보면 대법원의 해석은 타당합니다.  그와 별개로 입법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논의는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