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고취됨에 따라 징계처분과 관련된 분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3년의 경우,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사건 수가 그 전년에 비하여 20% 이상 증가하여 위와 같은 경향은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이처럼 개별적인 권리 분쟁이 증가하면서 징계처분과 관련된 이슈가 실무적으로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징계처분의 절차적인 부분도 문제되고 있습니다. 징계처분의 절차적인 부분은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에서 일부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판례 법리 및 행정해석 등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판례, 행정해석 등을 근거로 징계처분의 실무에서 문제될 만한 사항들을 절차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징계처분의 절차 관련 쟁점
가. 통상해고를 할 경우에도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 (원칙적 ×, 취업규칙 등의 내용 따라 ○)
일반적으로 통상해고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에 따른 해고를 말하며, 비위행위 등의 징계사유를 원인으로 한 징계해고와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실무상으로도 많은 경우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통해 통상해고와 징계해고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상해고의 경우 원칙적으로 통상해고와 관련된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충분하며 징계절차까지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35350 판결,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5누17571 판결 등 참조). 하지만 특정한 사유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통상해고사유와 징계해고사유에 동시에 해당하고 사용자가 그 특정 사유를 근거로 근로자에 대해 통상해고를 선택하였다면 징계해고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1두33470 판결 등 참조).
정리하면, 통상해고사유와 징계해고사유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면 통상해고 시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사유가 통상해고사유 및 징계해고사유에 중복하여 포함되어 있고, 사용자가 그 사유를 이유로 통상해고를 선택하였다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나.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언제인지: 해당 징계사유가 발생한 시점
‘징계시효’ 제도란 징계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도과할 경우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징계시효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령 등에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며, 실무에서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을 통해 사업장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체협약 등에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징계시효가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만일 내부 규정을 근거로 사업장에 징계시효 관련 규정이 적용될 경우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해당 비위행위를 저질러 징계사유가 발생한 시점이며, 징계권자가 징계사유의 존재를 인식하여야만 징계시효가 기산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1두48083 판결 등 참조). 즉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인식과 무관하게 징계시효는 진행됩니다. 나아가 비위행위가 계속적으로 행하여진 ‘일련의 행위’일 경우 징계시효의 기산점은 최종적인 행위를 한 시점이 되며 그 때부터 시효가 진행됩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두9019 판결 등 참조).
참고로, 징계시효가 완성된 비위행위의 경우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으나(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두2484 판결 등 참조), 시효가 도과된 비위행위를 징계양정의 판단자료로 삼아 구체적인 양정을 결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대법원 1995. 9. 5. 선고 94다52294 판결,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두44592 판결 등 참조).
다. 징계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한지: ✕
징계해고 등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그 징계처분이 다른 처분에 대한 실체적ㆍ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다른 처분의 효력이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한 징계해고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지만, 직권해임처분이나 휴직처분의 사유나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라고 하더라도 기존 징계해고 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그 외 다른 처분의 효력 역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93. 5. 25. 선고 91다41750 판결 참조). 이처럼 징계처분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처분으로 전용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라. 사용자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스스로 징계처분을 취소하고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
사용자가 징계처분을 한 후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나 법원의 무효 확인 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스스로 징계처분을 취소한 다음 새롭게 적법한 징계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누11132 판결, 대법원 2003. 10. 9. 선고 2002다10202 판결 등 참조). 즉, 징계의 절차적 사항 위반을 이유로 해고 무효 판결이 확정된 후, 같은 사유를 들어 필요한 절차를 밟아 다시 징계처분을 한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며 법원의 판결을 잠탈하는 것으로도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5. 12. 5. 선고 95다36138 판결 등 참조).
마.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대상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사용자가 그 수리를 거부할 수 있는지: △ (원칙적 ✕, 법령에 근거가 있을 경우 ○)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징계대상자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 그 처리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우선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제출기간의 경과 혹은 민법 제660조에서 정한 기간의 도과로 그 근로관계는 종료됩니다. 민법 제660조는 근로자의 ‘해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이므로, 만일 취업규칙 등에서 위 제660조(1개월)보다 단기를 규정하였을 경우에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단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7. 7. 8. 선고 96누5087 판결 등 참조). 만일 사용자가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고 근로계약관계 유지를 강제할 경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7조의 ‘강제 근로 금지’ 원칙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관련 법령에서 ‘사직서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사용자는 대상자가 제출한 사직서의 수리를 거부할 수 없고, 설령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였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660조(혹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소정의 기간 도과로 근로계약관계는 그대로 종료됩니다[수원지방법원 2019. 1. 23. 선고 2018나66760 판결(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로 확정), 근로개선정책과-371, 2013. 1. 9. 등 참조].
바. 퇴직한 직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이 가능한지: △ (원칙적 ✕, 법령에 근거가 있을 경우 ○)
징계처분은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로서, 사용자와 징계대상자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함을 전제로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된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징계처분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계 법령에서 사직한 직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을 경우, 법원은 사용자가 사직한 퇴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징계처분은 통상적인 사용자의 인사권의 행사로서 징계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사직한 직원의 비위행위가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다98072 판결 등 참조).
만일, 관계 법령 등에 사직한 직원에 대하여 징계처분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징계처분이 가능한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만 하급심 판결에서는 관계 법령 등에 근거가 없다면 퇴직자에 대해 징계의결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으며, 이는 해당 징계처분이 단지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중대하다는 점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더라도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24. 3. 20. 선고 2023나15029 판결(당심 확정) 참조]. 하지만 이 부분 이슈의 경우 대법원에서 명확한 법리가 정립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향후 법원 판결을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 징계절차 과정에서 대상자의 신원 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지: ○
징계절차 과정에서도 징계대상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근무태도 불량, 낮은 근무 성적, 업무상 지휘ㆍ명령에 대한 불복 등 징계사유는 대상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할 수 있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 수원지방법원 2022. 9. 6. 선고 2021노5601 판결(대법원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 등 참조]. 따라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징계대상자의 신원 및 구체적인 징계사유가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징계대상자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유출된 관련 사실관계 및 정황에 따라 대상자가 특정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3. 기타 징계 관련 쟁점
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된 사람이 퇴사한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조사를 계속할 의무가 인정되는지: ○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이 퇴사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계속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그와 반대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피신고인’이 퇴사하였을 경우 사용자가 해당 조사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고용노동부는 피신고인의 퇴직 등으로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근로기준정책과-4213, 2021. 12. 13. 참조). 따라서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가 퇴사하였다고 하더라도 진행 중인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종결하기보다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한 다음, 가능한 범위에서 조사를 진행하여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존부 및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피신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처럼 관계 법령에 근거가 없다면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처분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 전직에도 징계절차가 준용되어야 하는지: △
‘전직’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기업 내에서 근로자의 직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변경하는 인사 명령을 말합니다. ‘전직’은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관련된 절차 규정이 있다면 이를 준수하여야 하며, 반드시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 역시 근로의 내용, 장소에 변경을 가져오는 배치전환 등에 어느 정도 제재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한 징계로서 규정되지 않은 이상 반드시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두10666 판결 등 참조). 다만, 취업규칙에서 전직을 징계의 종류로 구분하고 있고, 전직의 사유가 징계사유에도 해당할 경우에는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며, 만일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그 전직의 인사발령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여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 12. 10. 선고 2020두44213 판결 등 참조).
4. 마치며
징계처분과 관련된 분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분쟁 시 징계 절차가 주요 쟁점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징계처분 시 실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절차적인 부분도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5년 5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