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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동] ‘소액’ 절도 · 횡령에 의한 해고 가능성
2025.12.23
1. 들어가며
지난 9월 전주의 한 물류회사 협력업체 직원이 원청 회사의 사무실 냉장고 안에 있던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한 개씩 가져갔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제1심에서 벌금 5만 원의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런 일로 재판까지 가야 하느냐”, “현대판 장발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급기야 최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까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근로계약 관계에서도 초코파이 절도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종종 발생합니다. 지난 정부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8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적은 액수’의 횡령이나 절도에 대해 징계, 특히 해고가 가능한지의 문제는 여전히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뭘 그렇게까지 하나’는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단순히 금전적 비위행위의 피해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가 아니라, ‘해당 비위행위로 인해 업무의 특성상 요구되는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로 훼손됐는지’를 핵심적인 기준으로 판단을 전개해 왔습니다. 특히 법원은 금전에 대한 관리나 감독 책임이 있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선고된 판례들을 중심으로 소액의 횡령이나 절도 등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양정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소액의 횡령 또는 절도에 대한 징계해고의 정당성
가.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던 사례
1) 금융기관 직원이 시재금 약 17만 원을 횡령한 사례
신용협동조합의 창구 직원이 마감 시 남은 시재금 17만 1,000원을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가져간 행위로 징계 면직된 사안에서 1심 법원은 해고의 징계 양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재판부는 횡령액이 17만 1,000원으로 비교적 소액인 점, 과거 징계 전력이 없는 점, 연말 마감 시간대의 바쁜 상황 등 비위행위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2. 1. 28. 선고 2021가합103876 판결).
그러나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금융기관의 직원에게 요구되는 고도의 청렴성을 강조하며 현금 수납 담당 직원의 횡령은 그 액수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그 자체로 영업 기반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행위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CCTV 화면을 통해 확인되는 행위의 고의성이 명백한 점, 금융기관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를 훼손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장기근속이나 과거 징계 전력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해고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징계 면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인천) 2022. 11. 24. 선고 2022나11294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이 판결은 금융업과 같이 고도의 신뢰가 업무의 근간을 이루는 직무에서는 소액의 횡령이라도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2) 버스 운전기사가 소액의 승차요금을 횡령한 사례
버스 운전기사가 버스를 운행하면서 승차요금 2,400원을 횡령하였음을 이유로 징계해고된 사례에서 1심 법원은 해고의 징계 양정은 과중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2,400원을 횡령한 것이 착오가 아닌 운송 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면서도, 17년간 근무하던 중 처음 발생한 일이고 금액이 소액인 점,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승차요금 800원을 미납했던 동료 기사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해고는 징계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전주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5196 판결).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1심과 달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광주고등법원(전주) 2017. 1. 12. 선고 2015나102250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 항소심 법원은 “버스 회사는 운송 수입 외의 다른 수입원이 없으므로 버스 운전기사가 운송 수입금을 전액 회사에 납부하리라는 회사의 기대는 운전기사에 대한 신뢰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원고가 운송 수입금 중 일부를 횡령한 것은 그 액수와 무관하게 기본적인 신뢰를 저버리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버스 기사의 운송 수입금 횡령 시 해고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노사 합의서에도 ‘CCTV 판독 결과 운전원의 수입금 착복이 확인되면 그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법원은 버스 기사가 버스요금 800원 또는 5,200원을 횡령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11. 12. 2. 선고 2011구합25876 판결, 확정), 공항 리무진 버스의 운전기사가 승차권 일부를 빼돌리는 방법으로 소액의 운송 수입금을 횡령한 사례(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에서도 운전기사의 운송 수입금 횡령은 그 금액의 다소를 떠나 신뢰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보아 해고의 정당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했습니다.
3) 공기업 직원이 반복적으로 소액을 횡령하거나 절도했던 사례
부산교통공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이 수차례에 걸쳐 사무실의 회전자금 4만 7,000원, 화폐교환기 안 현금 4만 5,000원, 고객의 유실물인 지갑에 들어있던 5만 2,000원, 오발매 승차권 환불금액 2만 3,450원 등을 횡령하거나 절취했던 사안에서 법원은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9. 5. 23. 선고 2018가합49365 판결, 확정). 법원은 공기업 직원에게는 공무원에 준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금전 관리는 역무원의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업무인 점, 해당 직원이 과거에도 금전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반복적으로 비위행위를 저지른 점, 조직의 근무 기강 확립의 필요성 등을 종합할 때 해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단발성 비위행위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비위행위의 경우 개별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중대한 징계사유를 구성하며, 특히 과거에 유사한 징계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해고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됨을 확인하는 사례입니다.
나. 해고가 징계 재량권 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본 사례
1) 마트 직원이 약 8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절취한 사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매장 관리 업무를 하던 직원이 약 9개월에 걸쳐 총 19회, 합계 8만 1,500원 상당의 물품을 절취한 행위로 징계해고된 사안에서, 법원은 이러한 징계가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18. 7. 12. 선고 2017가합24317 판결, 항소심 강제조정으로 종결). 법원은 절취한 물품의 가액이 소액이고, 피해가 모두 회복된 점, 해당 직원이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다른 징계 전력이 없고, 평소 근무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볼 자료도 없는 점, 절취 행위의 태양에 비춰 해고 외의 징계로도 충분히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형사절차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 판결은 비록 절도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피해액이 매우 적고 장기근속 등 정상참작 사유가 충분히 있는 경우라면 해고가 과도한 징계로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2) 금융기관 직원이 약 23만 원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사례
조합의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수납한 지방세 23만 5,960원의 세입금 수납 처리를 누락하고 임의로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가 다음날 외부 반출했고, 사후 민원이 접수되자 변제했던 사건에서 법원은 징계해고가 과중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5. 3. 27. 선고 2023구합203091 판결, 확정). 법원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횡령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확정된 점, 피해 금액이 약 23만 원의 소액이고 모두 변상된 점, 감독기관인 중앙회의 감사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요구했는데 조합이 이를 넘어 해고 처분을 한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내부 감사에서 정직 3개월이 적정하다고 평가했음에도 해고로 나아간 것이 징계 재량권 남용으로 지적된 사안으로, 징계 양정의 내부 기준이 정당성 판단의 중요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 주는 판결입니다.
3. 회사의 소모성 비품에 대한 횡령을 이유로 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
위에서 살펴본 금전을 직접 횡령하거나 절도한 사례, 판매용 물품을 절취한 사례에서 더 나아가, 회사 내 소모성 비품을 무단 반출한 행위에 대해 출근정지의 양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어 주목됩니다.
법원은 차량 부품을 제조ㆍ판매하는 회사의 근로자가 매달 소모품으로 지급되는 목장갑을 월 20켤레씩 수령해 약 100~120켤레를 모아 외부로 무단 반출하려다가 적발된 사안에서 출근정지 30일의 징계처분이 회사 기업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로서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 7. 21. 선고 2021구합58202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9. 22. 선고 2022누56069 판결, 확정).
재판부는 목장갑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지급된 회사 소유의 물품일 뿐 근로자 개인의 소유로 지급한 물품이 아니므로 이를 무단 반출하는 행위는 징계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회사가 일관된 징계 기준을 적용해 온 점, 소모품 절감 방침을 세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교육했음에도 근로자가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의 물품을 무단 반출하려 했으므로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출근정지 30일의 징계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의 비품이나 소모품 역시 회사의 소유물로서, 이를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 역시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그 물품의 가치가 소액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내부 규율이나 교육 내용, 절도 행위의 반복성 등에 따라 정직 등 중징계가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4. 마치며
위에서 살펴본 판례들을 종합해 보면, 법원은 ①직무의 특성 및 요구되는 신뢰의 수준 ②비위행위의 고의성 및 반복성 ③회사 내부의 징계 양정기준 및 징계의 형평성 ④근속기간 및 근로자의 평소 근무 태도 ⑤과거의 징계 전력 ⑥피해의 규모 및 회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의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은 금융기관, 공기업, 현금 취급 업무 담당자 등 고도의 청렴성과 신뢰가 근로계약의 근간을 이루는 경우에는 비위행위에 따른 피해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고 등 중징계의 정당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로서는 소액의 절도ㆍ횡령 등 금전적 비위행위가 발생한 경우 그 피해 금액의 다과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비위행위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 및 신뢰 훼손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른 일관성 있는 합리적인 징계 기준을 설정ㆍ적용함으로써 기업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이를 위해 사용자는 회사 내부의 징계 기준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특히 직무의 성격상 청렴성과 신뢰가 고도로 요구되거나 직원과의 신뢰 유지가 고용의 근간을 이루는 경우라면 소액의 비위라도 중징계할 수 있음을 취업규칙 등에 명확히 규정하며 그러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충분히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비위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비위행위의 경위를 면밀히 살펴 그 고의성과 반복성 등을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근속기간 및 과거의 징계 전력, 피해의 회복 여부 등 참작할 수 있는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양정을 정하되, 대상자에 대한 징계가 내부 징계 기준 및 유사사례에 대한 징계 양정과의 형평을 유지함으로써 액수가 아닌 신뢰의 문제로 징계의 정당성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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