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는 건설공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 규정에서는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하여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령 제30조 [별표 4]에서는 공사의 종류별로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에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지난 경우에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 시공사의 입장에서 하자보수를 해줘야 하는지에 관하여 질의가 있습니다.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더 이상 하자보수를 해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발주자 입장에서는 하자보수기간에 발생한 하자이니 보수를 해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판례 및 국토교통부의 지침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법적성격
1) 하자담보책임의 의의 및 성격
일반적으로 ‘하자’란 공사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ㆍ기능적 결함(주관적 하자) 또는 거래 관념상 건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것(객관적 하자)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8다16851 판결).
하자가 발생한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하자에 관한 보수를 청구하거나, 하자보수와 함께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거나, 하자보수를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급인의 책임을 하자담보책임이라고 하며, 이러한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기간을 하자담보책임기간이라고 합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민법은 물론이고 주택법, 집합건물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여러 법률에서 각각의 입법목적에 따라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며, 하자담보책임의 성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권리행사에 중대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제척기간으로 해석하는 경우와 하자발생기간이라고 해석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는 경우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령이 정한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해야 함은 물론이고 도급인 등은 재판상 또는 재판외로 해당 기간 내에 반드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만약 이 기간이 도과하게 되면 하자담보책임은 소멸하게 되며, 수급인은 더 이상 하자담보책임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대법원 2008다86232 판결). 우리 판례는 민법, 집합건물법상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제척기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제척기간으로 보는 경우 권리의 행사는 재판외 행사도 가능하므로 반드시 소를 제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하자를 지적하면서 그 대책을 요구하는 정도도 유효한 권리행사로 해석됩니다(대법원 2002다73333 판결).
이와 달리 하자담보책임기간을 하자발생기간으로 보는 경우에는 하자담보책임기간 안에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족하고 그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없으며, 해당권리는 소멸시효 완성 전까지만 행사하면 되는데 일반적으로 주택법상의 하자담보책임을 하자발생기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소멸시효는 하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진행하며, 상인간 거래의 경우에는 소멸시효 5년이 적용되어 하자 발생시점부터 5년간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2)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법적성격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판례는 제척기간으로 본 판례와 하자발생기간으로 본 판례가 존재하여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법적성격과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도 판단이 엇갈리는 등 논란이 있었습니다.
먼저 제척기간으로 본 판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60236 판결
나.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건설공사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 제3항의 규정에 따라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도급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 외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여 정하여질 뿐,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
…
원고의 피고에 대한 하자보수청구는 이 사건 송풍기들의 설치일인 1998. 18. 26.경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것이 명백한 2002. 4. 27.경부터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다가 2004. 4. 16.경에서야 전체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하자담보책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척기간의 도과로 소멸하였다.
② 부산고등법원 2019나52365 판결
이 사건 ○○ 공사의 철근콘크리트 또는 철골구조부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 하자담보책임 기간은 10년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 ○○ 공사에 관한 하자는 2007. 7.경 이전에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는 이 사건 공사 준공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5. 11. 6.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다고 볼 수 없다.
③ 서울중앙지법 2018. 1. 18. 선고 2015가합529954판결
구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건설공사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 제3항의 규정에 따라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도급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 외에는 구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여 정하여질 뿐,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60236 판결 참조). 그리고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3항이 제척기간을 규정한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점,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의 입법 취지는 구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건설공사에 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에 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 범위 내에서 공사의 종류에 따라 합리적으로 세분하여 정하려는 것으로 보일 뿐, 하자담보책임에 관하여 제척기간을 두지 아니함으로써 민법상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보다 책임을 가중하려는 것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규정된 하자담보책임기간은 민법 제670조 및 제671조의 특별규정으로서 하자담보책임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이 되는 하자발생기간일 뿐만 아니라 제척기간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6023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판례와 달리 아래에서 보는 판례는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발생기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17. 선고 2018가합575125 판결
가) 제척기간 도과주장에 관한 판단
구 건설산업기본법(2011. 5. 24. 법률 제10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 제1항은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하여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10년 또는 5년의 범위 내에서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기간 내에 하자보수를 요구하여야 한다거나 그 기간 동안 담보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고,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비로소 하자가 발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제척기간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채권은 도급계약이 상행위인 경우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어 수급인의 책임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지는 않고,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지 않는 소규모 공사의 경우에는 민법상 10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는데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오히려 단기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위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권리행사기간인 제척기간이라 해석할 수는 없고, 그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수급인들이 담보책임을 진다는 취지의 하자발생기간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6. 6. 16. 선고 2005다25632 판결 등 참조),
② 대법원 2021. 8. 21. 선고 2015다212541 판결
1. 구 건설산업기본법(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8조 제1항에서 정한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가.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수급인은 발주자에 대하여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벽돌쌓기식구조ㆍ철근콘크리트구조ㆍ철골구조ㆍ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기타 이와 유사한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10년의 범위 내에서, 기타 구조로 된 것인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완공일부터 5년의 범위 내에서 공사의 종류별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간 이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제3항은 “건설공사에 관한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하여 다른 법령(민법 제670조 및 동법 제671조를 제외한다)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도급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는 그 법령이나 도급계약이 정한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구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2007. 12. 28. 대통령령 제204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1항, 별표 4는 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공사의 종류에 따라 1년에서 10년까지 세분하여 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의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 제3항에서 정하는 건설공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그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수급인이 발주자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진다는 하자발생기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도과할 때까지 수급인은 하자담보책임을 진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09다25111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다202383 판결 등 참조).
③ 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8다259268 판결
가. 이 사건 주유소 건물 하자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1) 구 건설산업기본법(2007. 5. 17. 법률 제84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8조 제1항, 제3항에서 정하는 건설공사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그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하여 수급인이 발주자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을 진다는 하자발생기간을 뜻한다. 따라서 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고, 위 기간 내에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지날 때까지 수급인은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21. 8. 12. 선고 2015다212541 판결 참조).
위 판례와 같이 최근의 판례는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발생기간으로 보고 하자가 발생한 기간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며, 소멸시효가 경과할 때까지는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 2021. 8. 19.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운영지침」(국토교통부 예규 제325호)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 지침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른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하여 하자의 범위와 하자담보책임 산정기간 등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시공상 하자 책임의 한계 및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제1조), 하자담보책임기간 산정에 있어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하자담보책임기간 만료 후라도 보수책임이 있다.’고 명시하여 하자담보책임의 법적성질을 하자발생기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최근의 판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예규는 예규를 발령한 후 법령이나 현실여건의 변화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2024. 8. 23.까지 효력이 발생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후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하자담보책임기간의 변경여부 등을 유의하여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3. 나가며
결론적으로 최근의 판례의 경향 및 국토교통부 예규에 따라 건설산업기본법상 하자담보책임은 하자발생기간이라고 해석하여 책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보다 타당해 보입니다. 이 경우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도급인의 경우에는 하자가 하자담보책임기간 내에 발생했다는 점에 관한 증명을 해야 할 것이며, 수급인은 이와 같은 하자가 자신의 책임범위를 벗어나서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그 하자를 보수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