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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헌법 · 행정 · 규제대응] 대학교원노조 정치활동 금지조항 위헌결정의 의미 - 헌법재판소 2026. 7. 23. 선고 2020헌마1134, 2020헌마1191(병합) 결정
2026.07.23
1. 들어가며
대학교수의 노동조합은 정치에 관하여 발언할 수 있는가. 교수 개인은 정당에 가입하고 공직선거에 입후보하며 선거운동까지 할 수 있는데, 같은 교수들이 노동조합으로 결속하는 순간 어떠한 정치활동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헌법재판소는 2026. 7. 23.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대학교원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금지한「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
교원노조법
’) 제3조 중 대학교원의 노동조합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26. 7. 23. 선고 2020헌마1134, 2020헌마1191(병합) 결정]. 1999년 교원노조법 제정 이래 유지되어 온 교원노조 정치활동 금지 규율에 위헌 판단이 내려진 사례입니다. 결정의 논리와 실무에 미칠 파장을 짚어 봅니다.
2. 사실관계
교원노조법 제3조는 교원의 노동조합은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합니다. 제정 당시 이 법의 ‘교원’은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대학교원의 노동조합 설립ㆍ가입을 허용하지 않던 구법 조항에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자(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5헌가38 결정), 국회는 2020. 6. 9. 법률 제17430호로 제2조 제3호를 개정하여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교원, 곧 교수ㆍ부교수ㆍ조교수를 교원노조법상 교원에 포함하였습니다(강사는 제외). 대학교원노조 설립의 길이 열린 대신,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적용도 함께 받게 된 셈입니다.
전국 단위로 대학교원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교수노동조합은 2020. 8. 24.,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과 한 대학교의 교수노동조합은 2020. 9. 4. 각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명확성원칙에 어긋나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치활동이 허용되는 대학교원단체ㆍ강사노동조합ㆍ일반 노동조합과 견주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한 끝에 위와 같이 위헌으로 결정하였고, 2인의 재판관은 합헌 취지의 반대의견을 남겼습니다.
3. 주요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셋으로 간추릴 수 있습니다. 첫째, 초ㆍ중등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를 합헌으로 본 선례(헌법재판소 2014. 8. 28. 선고 2011헌바32등 결정)가 대학교원노조에도 그대로 미치는가. 둘째, 대학교원노조에 대해서만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규율이 대학교원단체, 강사단체ㆍ강사노동조합, 일반 노동조합과 비교할 때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인가. 셋째, 어떠한 정치활동도 금지한다는 포괄적 문언이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하는가.
4.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선례의 사정거리 - 초ㆍ중등교원과 대학교원의 구별
헌법재판소는 먼저 2014년 선례가 이 사건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정리하였습니다. 선례가 다룬 구 교원노조법 제3조는 당시 법의 교원 정의가 초ㆍ중등학교 교원에 한정되어 있었던 까닭에 실질에서 초ㆍ중등교원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었다는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초ㆍ중등교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하면서 대학교원에게는 허용하는 「정당법」 조항을 합리적 차별로 본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42 결정 참조). 기초지식 전달에 중점이 있는 초ㆍ중등교육과 달리 대학교원은 학생 교육과 함께 학문연구를 본질로 삼는 직무를 수행하므로, 정치활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할 헌법상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이러한 전제에서 재판소는 이 사건이 선례와 심판대상 및 규율대상을 달리한다고 보아 새로 판단에 나아갔습니다.
나. 다수의견 - 형식적 지위만을 이유로 한 불리한 취급
다수의견은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의 축으로 삼았습니다. 비교집단은 세 갈래입니다. 우선 노동조합이 아닌 형식으로 결합한 대학교원단체에는 정치활동을 포괄하여 금지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고등교육 현장에서 같은 대학생을 가르치는 강사의 노동조합도 교원노조법상 교원 정의에서 강사가 제외된 결과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일반 노동조합 역시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노동조합성이 부정될 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마목), 정치활동 전반이 금지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구성원의 인적 기초와 활동영역이 본질에서 유사한 집단들 가운데 오직 교원노조법상 대학교원노조라는 결사형태를 선택하였다는 이유로 불리한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다수의견은 이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가 정당한 공익임은 인정하면서도, 대학교원들이 하필 노동조합의 형식으로 결합할 때에만 그 공익에 대한 위험이 현저히 커진다고 볼 사정이 있어야 차별이 정당화된다고 전제하였습니다. 대학교원 개인에게는 이미 정당 가입, 입후보, 선거운동 같은 강한 형태의 정치활동이 허용되어 있고, 같은 사람들이 결사체를 이루었다는 사정만으로 위험이 곧바로 증대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 결사체가 노동조합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 단체보다 무거운 금지가 정당화되지도 않는다는 논증입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당파성 배제를 본질로 하므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공동체 의사결정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시도 눈에 띕니다. 개인에게 열린 자유는 그 개인들이 만든 단체에도 원칙적으로 이어진다는 명제가 결정의 핵심 논리인 셈입니다.
한편 다수의견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가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사정을 합헌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공무원노조의 금지는 조합원인 공무원 개인이 「국가공무원법」 제65조 등에 따라 정치운동을 제한받는 구조를 전제로 하는 반면, 대학교원은 개인 차원의 정치활동이 폭넓게 허용되므로 본질이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평등권 침해가 인정된 이상 명확성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다. 반대의견 - 한정해석과 입법형성권의 존중
반대의견은 2014년 선례의 한정해석이 대학교원노조에도 그대로 통한다고 보았습니다.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활동, 고등교육정책에 관한 의견표명은 허용되고, 교육과 무관한 정치 영역에서 교원이라는 신분과 조직력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활동만 금지된다고 새길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 위반이 아니라는 논지입니다. 아울러 개인과 달리 단체의 기본권은 그 성질상 누릴 수 있는 범위에서만 보장되고 입법부가 단체의 설립목적ㆍ공공성ㆍ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제한의 내용을 형성할 재량을 가진다는 법리(헌법재판소 1991. 6. 3. 선고 90헌마56 결정, 헌법재판소 2000. 6. 1. 선고 99헌마553 결정 참조)를 들어, 결속력과 조직력이 강한 노동조합에 일반 단체보다 무거운 제한을 두는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대학교원의 영향력이 학생들의 선거권 행사를 거쳐 현실 정치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습니다.
5. 시사점
첫째, 하나의 조항 안에 위헌 부분과 유효 부분이 병존하게 되었습니다.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위헌결정이므로 심판대상 부분은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잃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6항, 제47조 제2항). 대학교원노조는 정치활동 금지에서 벗어났지만, 유치원과 초ㆍ중등학교 교원의 노동조합에는 제3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초ㆍ중등교원노조 부분에 관하여는 2014년 합헌 선례가 여전히 유효하나, 개인에게 허용된 자유와 단체 규율 사이의 정합성을 묻는 이번 결정의 논증 방식은 그 부분에 대한 재론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국회로서는 제3조의 문언을 결정 취지에 맞게 손질할 입법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둘째, 위헌결정이 무제한의 정치활동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다수의견 스스로, 교원이 교육ㆍ지도 관계나 교원의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ㆍ반대하도록 선동하거나 당파적 선전교육을 하는 행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본질에서 침해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삼으면 노동조합성 자체가 부정되는 노동조합법의 한계도 교원노조법 제14조를 거쳐 대학교원노조에 적용됩니다. 자유의 회복과 한계의 존속은 별개라는 뜻입니다. 대학교원노조가 조합 명의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때에는 근로조건 개선 및 고등교육정책과의 관련성, 표명의 장소와 방식을 함께 살펴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단체에 대한 규제를 심사하는 방법론에 뚜렷한 기준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구성원 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수준이 단체 규율 심사의 출발점이 되고, 결사의 형식이 노동조합이라는 사정만으로는 가중된 제한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판단 틀은, 직역별 단체 규제 전반의 위헌성을 다투는 사건에서 유력한 참조 기준이 될 만합니다. 다만 다수의견이 공무원노조와의 본질적 차이를 명시한 데서 보듯, 조합원 개인의 정치활동이 제한되는 직역에까지 이번 논리가 곧바로 확장되지는 않습니다. 결정의 파급 범위를 재판소 스스로 한정해 둔 대목입니다.
6. 나오며
이번 결정은 대학교원 개인에게 인정되어 온 폭넓은 정치적 자유가 노동조합이라는 결사의 형식 앞에서 멈출 이유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익은 당파적 교육의 배제로 지켜지는 가치이지, 교육 주체의 침묵으로 지켜지는 가치가 아니라는 판시는 되새길 만합니다. 27년 가까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금지 규율이 규율대상의 확장을 계기로 헌법의 심사대에 올랐고, 그 결과 교원노조 규율은 학교급에 따라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남은 물음, 곧 초ㆍ중등교원노조에 대한 금지의 앞날은 이제 입법자와 헌법재판소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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