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 (중앙일보 2000.5.1) 인터넷기업인 A사는 비록 후발업체였지만 새로운 수익모델로 선발업체를 맹추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사가 자체 개발해 사용하던 기술이 선발업체가 등록한 특허와 같은 것이었다. A사는 사업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특허문제를 소홀히 한 탓에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B사는 밤낮없이 연구를 거듭하여 기술을 개발했지만 사업화할 자금이 부족했다. 그런데 자금조달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했다. 순진한 기술자들인 B사의 임원들은 그의 말만 믿고 계약서를 꼼꼼히 보지도 않은 채 사인을 했다. 결국 B사는 계약서의 독소조항 때문에 브로커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처럼 많은 벤처기업들이 법을 소홀히 여겨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회사의 설립에서부터 일상적인 회사의 운영ㆍ증자, 다른 회사와의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 코스닥 등록에 이르기까지 법률문제는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법률검토를 소홀히 한 채 일을 처리하면 큰 손해를 보기 쉽다. 때론 회사의 존폐가 좌우될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헌신성과 정열이 있고, 기술력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정경유착을 하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벤처기업의 신화에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C사는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를 개설했다. 인터넷 카지노가 현행 법상 허용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돈이 될 것이라는 욕심이 앞서 일부터 저질렀다. 하지만 카지노 사이트는 폐쇄됐고 회사의 대표자는 처벌을 받았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인 D사는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그 후 회사의 주가는 폭락했다. 이들 벤처기업은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 법을 무시했다가 패가망신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벤처기업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까지 벤처기업과 관련된 법률현상 두 가지를 살펴봤다. 하나는 법을 모르거나 소홀히 여겨 벤처의 건강한 도전이 좌절을 겪는 경우였고, 하나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법을 무시하다가 결국 좌초한 경우였다. 벤처기업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인 힘은 “새로움” 이다. 벤처기업이 낡은 구경제에 맞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벤처기업을 위한 법률인프라의 구축과 동시에 올바른 벤처법률문화의 정립이 시급한 때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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