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지평 || <Net Venture>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요건

법률정보|칼럼

비즈니스 모델 특허의 요건

2000.07.03

Net Venture 7월호 
 
갑은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사이트를 개설하였다. 그 사이트는 구매자가 사려는 상품의 주문정보를 입력하고, 판매자는 팔려는 상품의 정보를 입력하면, 서로 조건이 맞는 범위 내에서 구매자와 판매자의 중간 조건으로 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사이트이다. 갑이 회원을 모집하여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날 즈음, 갑은 A로부터 내용증명 우편을 받았다. “당신은 본인이 출원중인 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므로 즉각 영업을 중단하고 지금까지의 손해배상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십시오.” 갑은 너무 놀라서 특허청을 통해 출원공개된 특허를 검색해 보니 A명의로 특허가 출원된 것을 알게 되었다. 갑은 어떻게 해야 할까? 
 
[A의 특허출원은 공개되었는가?] 
 
먼저 A의 특허출원이 공개되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출원공개 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업중지도, 보상금의 지급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원공개되었는지 여부는 특허검색을 이용하면 된다. 특허출원 검색결과 일단 A는 특허출원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A가 비즈니스 방법 특허(Business Method Patent)를 출원했다고 해서 출원한 대로 특허가 등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출원된 비즈니스 방법 특허 중 상당수는 특허 등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A의 특허출원이 특허등록이 되지 않는다면 A가 갑에게 사업의 중단이나 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출원된 비즈니스 방법이 특허로 등록이 되기 위해서는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이 있어야 한다. 그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규성과 진보성이다. 만약 특허출원 이전에 누군가가(출원인이라도) 시험 서비스라도 실시하였던 아이템이라면, 신규성이 없어서 특허등록이 안 될것이다. 
 
[진보성이 있는가?] 
 
진보성은 효과가 현저하고 목적이 참신한 발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A의 발명은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인데, 기존에 나와 있던 기술로도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의 전문지식에 의하여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라면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곤란을 제거한 것, 미해결의 문제를 놀랄 만하게 해결한 것, 예기치 못했던 효과나 이점, 경제성이 있는 것,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만한 것이라면 진보성이 인정될 것이다. A의 특허출원 당시 인터넷 전자상거래 관련 업계의 평균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쉽게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들이 인터넷으로 구매와 판매주문을 내도록 하여 양자의 주문이 겹치는 범위 내에서 거래를 성사시켜주는 기법에 대하여 생각해 낼 수 있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만약 A의 특허출원이 경매와 역경매 방식이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업계의 사람들은 갑처럼 쉽게 경매와 역경매 방식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로부터 동시에 주문을 받아서 거래를 성사시켜 주는 기법 정도는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구매자와 판매자의 주문을 동시에 연결시켜 주는 기법(솔루션)이 기술적으로 구현해 내기가 어려운 것이었다든가, 이런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크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었다면 진보성이 인정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보성은 부정될 것이다. 결국 A의 솔루션이 탁월한 것이고 획기적인 것이었는지 여부가 진보성을 가름한다는 것이다. 
 
[균등영역인가?] 
 
만약 A의 발명이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A가 갑에게 실시의 중단이나 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으려면(물론 보상금의 지급이나 실시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A의 특허등록이 이루어진 후에나 가능하다. 출원공개된 경우에는 서면 경고만 할 수 있다.) 갑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 A가 출원한 특허의 청구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갑이 실시하고 있는 것이 A의 특허출원서의 특허청구범위(청구항)와 완전히 동일하다면 A는 당연히 갑에게 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허청구범위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아도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이를 균등영역이라고 한다)라면 이때도 실시의 중지를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의 특허출원서에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주문정보를 인터넷을 통하여 전송하는 것으로 하였는데, 갑은 무선통신을 이용하여 전송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면 어떤가? 무선통신을 이용한 정보의 전송을 구현하는 기술이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 균등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A의 특허출원서의 특허청구와 다른 기능을 부가한 경우에는 어떨까? 예컨대 위와 같은 거래시스템에 주문확인 기법을 첨가한 경우라면 이때도 기능의 첨가로 전혀 다른 발명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균등영역이라고 판단될 것이다. 부가된 기능이 획기적인 것이어서 진보성이 인정될 경우라면? 이때도 균등영역이므로 원칙적으로 특허의 침해가 인정된다. 다만 이때는 갑은 A의 발명을 이용한 발명을 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갑이 따로 특허신청을 했다면 갑은 특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갑이 특허출원을 했든 안했든 A의 특허가 등록된다면 갑은 A로부터 특허권의 실시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A의 특허등록이 되기 전에는 A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고, 발명의 실시를 중단할 필요도 없다. 경고를 넘어선 A의 요구는 부당하다. 
 
이상을 정리해 본다. A의 발명이 특허가 될 만한 것이 아니거나, 갑이 실시하고 있는 것과 균등영역의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A의 발명이 특허등록이 될 것이고, 균등영역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갑은 후에 A의 특허가 등록되었을 때 A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출원공개가 되기 전의 갑의 실시행위에 대해서는 A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갑에게 실시중지를 청구하려면 A는 특허등록을 받았어야 한다. 만약 A의 발명이 특허등록이 될 만한 것이 아님에도 A가 특허등록을 받은 경우라면? 갑은 A의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은우 변호사, 고승호 변리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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