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 Venture 2000년 11월호 영업비밀과 전직금지 근로자의 전직을 금지할 수 있나? S전자는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을 상대로 전직을 금지하여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S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 사안에서 S전자는 직원들에게 “퇴직 후 경쟁회사에 전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회사가 직원들의 전직 또는 경업(競業)을 금지하는 각서를 받았을 때, 그 각서는 과연 유효한 것인가? 이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또는 “강제로 근로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 즉, 기술자에게 동종업체로 전직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에게서 “직장을 선택할 자유” 또는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가? 입장을 달리해 보면 어떠한가? 경쟁회사의 직원을 채용함으로써 그 회사가 오랜 노력을 기울여 축적한 영업비밀을 하루아침에 손쉽게 획득하는 것은 전혀 공정하지 못하다. 그는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을 하게 되고,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게 된다. 한편, 현대 정보화사회에서 영업비밀은 중요성이 더욱 커져 가고 있는 지적재산권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일종이다. 여기에 바로 딜레마가 있다. 결국, 전직금지각서가 유효한지 여부는 결국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어느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이다. - 전직금지의 전제는 영업비밀 보호 우리나라의 판례는 영업비밀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고, 전직금지각서의 작성경위와 내용, 전직금지기간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전직금지가 가능한 것인가? 무엇보다 전직금지의 대상자가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했어야 한다. 만약, 근로자가 아무런 영업비밀도 취급한 바 없다면 전직금지각서는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근로자가 취급하는 영업비밀이 특수분야의 것으로 고도의 기밀성이 있고, 그 취득에 막대한 시간이나 비용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전직금지가 허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법이 보호하는 영업비밀이란 무엇인가? 첫째,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여야 한다. 판례 중에 “국내에서는 사용된 바 없으나, 국외에서 이미 공개되거나 사용된 아이디어는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고 본 것이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비밀로 관리되고 있어야 한다. 넷째, 영업비밀에는 기술상의 정보뿐만 아니라 영업상의 정보도 포함된다. 일본의 판례 중에는 우유배달부의 고객정보도 영업비밀이라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 - 전직금지의 기간 앞서 본 S전자 케이스에서 S전자는 3년 동안의 전직금지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1년 동안의 전직금지만을 인정하였다. 이처럼, 전직금지각서에서 취업제한의 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항상 이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법원은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기간 동안”으로 전직금지기간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미국에서는 변화가 빠른 인터넷 관련업무의 성질상 1년간의 경업금지는 근로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례가 있었다. - 아무런 대가도 없는 전직금지는 가혹하다. 독일에서는 전직금지약정은 서면으로 체결되어야 하고, 금지기간 동안 최후 급여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여야 하며, 그 기간도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영업비밀 보호의 필요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1년 동안 동종업체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 따라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따질 때에는 해당 영업비밀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도 고려해야 하지만, 근로자가 전직금지의 대가를 받아왔는지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영업비밀침해의 법적책임 고의 또는 과실로 영업비밀을 침해하여 영업비밀보유자의 이익을 침해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그리고, 영업비밀을 침해한 자가 침해행위에 의하여 이익을 받은 것이 있을 때에는 그 이익의 액이, 영업비밀의 사용에 대하여 통상 받을 수 있는 금액 상당액을 산정할 수 있을 때에는 그 금액이 손해배상의 액수이다. 한편, 영업비밀을 침해한 자는 형사책임도 진다. 즉, 영업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기업의 임원 또는 직원이었던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기업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기술상의 영업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한편, 경쟁회사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ㆍ채용하여 경쟁회사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 금지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에 위반한 사업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는 그 행위의 중지, 법위반사실의 공표 등의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 영업비밀에 관한 전략이 필요하다. 코카콜라 원액의 성분과 배합방법은 1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대표적인 영업비밀이다. 코카콜라는 이 비법을 은행의 금고에 넣어 극비리에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철저한 영업비밀 관리가 코카콜라의 100년 패권을 가능하게 했다. 영업비밀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기업은 먼저, 영업비밀 보호정책을 세워야 한다. 벤처기업일수록 영업비밀보호가 절실함에도 이를 허술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무엇을 영업비밀로 보호할 것인지를 정하고, 구체적인 영업비밀관리규정과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엄격하게 비밀관리를 해야 한다. 아무리 유용하고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라고 해도 비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면 영업비밀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영업비밀이 포함된 모든 자료에는 “대외비” 표시를 하고,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해 놓아야 한다. 셋째, 영업비밀보호의 관건은 내부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영업비밀 보호의 중요성과 이를 어길 경우의 법적 책임에 대해 교육하여야 한다. 영업비밀보호각서를 받고, 이를 누설할 경우 해고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다른 회사로부터 사람을 채용한 경우에는 그가 전 직장에서 알게 된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편, 직원이 퇴사를 할 경우에는 영업비밀을 계속 준수할 의무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경업금지 및 영업비밀보호각서를 받으면 좋다. 단, 경업금지각서를 받을 때에는 ① 경업금지의 기간과 범위, 장소를 최소한으로 하여야 하고, ② 경업금지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넷째, 영업비밀을 교류할 필요가 있는 제3자와는 반드시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업비밀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영업비밀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경쟁회사의 직원을 빼오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영업비밀을 손쉽게 취득하는 것은 범죄행위이다. 마지막에는 패어 플레이로 승부하는 기업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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