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지】- 2003년 여름호 Q) A는 친구인 B가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하므로 자신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돈을 빌려주었다. B는 세 달 후에 이자를 쳐서 꼭 갚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였으나, 막상 세 달이 지나자,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면서 돈을 갚지 않았다. B는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면서 아직까지도 A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있다. A는 B가 너무 괘씸해서 사기죄로 경찰서에 고소하려고 하는데, B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만일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면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나? A) 채무불이행과 사기 돈을 빌렸다가 갚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형사처벌되지 않는다. 즉 돈을 갚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고,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돈을 빌리면 약속된 기한 안에 돈을 갚아야 할 채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어기는 것을 "채무불이행"이라고 한다). 다만, 돈을 빌릴 때에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이를 속이고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과다한 부채의 누적으로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숨기고 곧 갚을 수 있을 것처럼 상대방을 속인 후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릴 때에는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있었지만, 그 후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져서 결과적으로 돈을 갚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 즉 사기죄에 해당하려면 차용 당시에 "사기"의 고의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차용 당시 채무자의 재력, 직업과 수입, 환경, 거래과정, 채권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된다. 한편 사기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수사기관이 채권자의 돈을 대신 받아주지는 않는다. 다만 채무자가 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하여 채권자와 합의를 시도하면서 돈을 임의로 갚는 경우가 많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되더라도, 돈을 갚지 않는다면 별도로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채무불이행에 대한 민사상 해결방법 이처럼 채무자가 차용 당시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면, 형사고소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민사상의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또한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해도 임의로 돈을 갚지 않는 경우에는 민사상의 방법으로 돈을 회수하여야 한다. 즉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후, 그래도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만일 채무자가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다투지 않을 것다면 정식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대신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것이 간편하다. 그런데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주소를 알아야 하며, 민사소송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그리고 민사소송에서 확정적으로 승소한 이후에도 상대방이 여전히 돈을 갚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의 힘을 빌려 채무자의 재산을 강제집행하여 돈을 회수하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만일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부동산이나 동산이라면 경매신청을 하여야 하고, 재산이 월급이나 보증금 기타의 채권이라면 "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채권자가 나말고도 많이 있다면, 이러한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우선권(저당권, 질권 등)을 가진 채권자가 위 재산에서 먼저 배당을 받고, 우선권이 없는 채권자들은 채권의 액수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게 된다. 한편 채무자가 아무런 재산도 없는 빈털터리라면,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으므로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다만 승소판결을 받아놓으면 10년 동안은 강제집행할 권리를 보유하므로 그 사이에 채무자에게 재산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채무자의 재산을 관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민사소송 없이 강제집행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 길고 복잡한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바로 강제집행을 하려면, 돈을 빌려줄 때 공증 사무실에 가서 약속어음 공증을 받아두거나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를 작성해두면 된다. 공정증서라 함은 사법상 권리에 관한 사실에 관하여 공증인이 일정한 방식에 따라 작성하는 증서를 말하는데, 만일 돈을 갚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이를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기재가 들어가며, 이렇게 작성된 공정증서는 채권자에게 강제집행을 할 힘을 부여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별도의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정증서만으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 단 주의할 것은 계약서나 확인서를 공증하는 것(이를 공정증서와 구별하여 사서증서 인증이라고 한다)만으로는 이러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돈을 빌려줄 때 "제소전 화해"라는 절차를 거치는 것도 소송 없이 강제집행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이나, 법원에 신청하여 화해기일에 출석하여야 하므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보다는 번거롭다. 보증이나 담보제공이 필요하다. 앞에서 본 것처럼 민사소송에서 이기거나, 공정증서와 같이 강제집행을 할 권리를 미리 확보해두었더라도, 만일 채무자에게 아무런 재산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돈을 빌려줄 때 채무자로부터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거나 보증인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만일 담보물에 저당권이나 질권을 설정하였다면 그 권리를 실행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고, 보증인이 세웠다면 채무자의 재산이 없더라도 보증인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법인 지평(임성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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