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을 쬘 수 있게 비켜 주겠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더 대왕이 소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일조권(日照權)을 주장한 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일조권이나 조망권에 대한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다.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다보니 건물 사이의 간격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고, 최근 몇 년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여기저기에 세워지면서 일조권 문제가 자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조권은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일까. 일조권은 말 그대로 일조, 즉 태양의 직사광선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법원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이 6시간 중 연속하여 2시간 이상,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8시간 중 총 4시간 이상의 일조가 확보돼야 하고, 위 두 가지 기준 중 어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면 일조권의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피해 건물의 거주자는 가해 건물의 소유자 또는 건축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건물이 지어지기 전이라면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다(실무상 일조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가 제출된다). 하지만 법원이 일조 시간만을 기준으로 하여 일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분쟁 지역이 어떤 지역인지, 일조 피해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기존 건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즉 도시계획상 상업지역은 상업 및 업무 기능을 위한 지역으로서 주거를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상업지역에 건축된 아파트의 경우 주거지역에 건축된 아파트보다 일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정도가 크다. 또한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충분한 일조를 누려왔다고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것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일조권 침해가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일조권 침해와 더불어 조망권(眺望權)이 많이 주장되고 있다. 최근 재벌그룹 회장들 사이에 조망권 침해 관련 소송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일조권과 달리 조망권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대신 일조 침해가 심각한 경우에만 조망권이 함께 인정되는 추세다. 2004년 대법원은 조망권 관련 사안에서 “조망권은 특정 장소가 외부를 조망하는 데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거나,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로 명시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강 주변 아파트들이 한강 조망 등을 이유로 상당한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조망권도 점차 보호되는 흐름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바로 앞에 건축된 고층아파트로 인해 종전에 누려온 조망을 잃게 되었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조망권 침해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서울고등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남쪽으로 약 30미터 떨어져 건축된 주상복합아파트로 인한 조망권 침해를 주장한 소송에서 주상복합아파트가 건축된 지역이 준거주지역으로서 건축법상 특별한 고도제한을 받지 않는 점에 비춰볼 때 주민들이 주장하는 조망이익은 사실상의 이익이라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두 판결 모두 대법원의 상고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일조, 조망이 특별히 좋다는 이유로 주변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받았는데 나중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피해를 본 경우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분양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일조권, 조망권 문제는 주로 법원에 의해 이해관계가 조정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일조와 조망확보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며, 서울 등 일부 대도시의 과밀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올봄에는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에 따라 한편에서는 균형 발전을 위한 공익을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고층건물로 인한 일조 및 조망권 분쟁이 증가할지 모른다. 이러한 이해 대립의 해결을 위해 분쟁의 조정자인 법원의 균형감각이 필요하겠지만, 상대방의 권리를 서로 존중하는 게 최선의 길이 아닐까. 정 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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