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지]-2005년 11월호 Q) 사회복지시설 등 혐오시설(?)이 내 집 앞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현상을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이라고 한다. 날이 갈수록 이러한 현상도 심해지고 있고 장애인 시설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려면 주민들의 반대가 무척 심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우리 법원은 어떠한 법률적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는지 ‘밀알학교 사건’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A) 1996년경 강남구 일원본동 수서지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830명은 서울시를 상대로 모두 102억 8천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자기 동네에 “밀알학교”라는 정서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교 설립을 승인하고, 건축을 허가함으로써 위 금액 이상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서울시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밀알학교 부지는 일반초등학교 설립부지로 지정되어 있었는데, 특수학교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수서지구 아파트의 일반아동들은 2부제 및 과밀학급수업을 받게 되었고, 규정보다도 먼 통학거리를 감수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운동장면적도 부족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위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등으로 주민들은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앞서서, 주민들은 밀알학교 설립계획승인처분 및 건축허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밀알학교 측도 위 주민들을 상대로 공사방해행위의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한 바 있었다. 인근주민들은 밀알학교 공사장비의 공사장 진입을 방해하고 현장사무소를 점거하였으며, 심지어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공사현장에 동원하여 “2부제가 싫어요” “정말 싫어요. 콩나물 교실”이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였다고 한다. 즉 밀알학교를 둘러싼 분쟁은 3건의 소송으로 번져 결국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법원은 어떠한 판단을 내렸을까? 결과는 인근주민들의 완패였다. 즉 법원은 3건의 소송에서 단 한번도 인근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정서장애아는 그렇지 아니한 아동에 비하여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정신장애상태에 있고, 이들이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라도 적응하기 위하여는 그들에게 맞는 특수한 교육과 정상인보다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 ..(중략).. 대다수 정서장애아는 교육시설 등의 여건 미비로 인하여 스스로 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등 정서장애아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초등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복지법인인 신청인 재단이 어렵게 기금을 조성, 국내 4번째로 위 밀알학교를 설립하여 좀더 많은 정서장애아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확보해 주려고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신청인들 주장 대로라고 하더라도 위 일원본동 지역 아파트 입주민 아동들은 2부제 수업 내지는 과밀학급 수업이지만 헌법상 보장된 초등교육을 받고 있으며, 다만 그와 같은 수업으로 인해 다소 불편함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입주민 아동들이 받는 그 불편함이라는 것은 정서장애아가 그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받는 불편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들을 포함한 위 일원본동 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이 뚜렷하고 명백한 이유나 신청인 재단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없이 자신들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청인 재단이 이 사건 토지상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는 것을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방해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또한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신청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공사중지가처분사건 결정문에서 인용) 밀알학교를 둘러싼 일련의 판결은 ‘사람들은 때론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선하며, 세상은 때론 척박해도 그래도 아름답다’고 믿고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고 최창윤 전장관의 유족들은 조의금 1억 4천만원을 모두 밀알학교의 강당설립을 위하여 기부하였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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