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중간선거가 한창입니다. 4년마다 치르는 대통령 선거의 중간에 열린다고 해서 중간선거라고 하더군요.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의원 전부와 상원의원의 3분의 1, 주지사의 상당수를 뽑게 됩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이라크 전쟁이라고 합니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미군 사상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과거 베트남 전쟁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미국 안에서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부시와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LA 타임즈에 눈에 띠는 기사가 실렸습니다(Los Angeles Times, October 16, 2006). 이라크로의 배치 명령을 거부한 어느 미군 장교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이 미국 헌법과 전쟁법,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으로서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전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라크 배치명령을 거부했습니다. 이 장교는 곧 군사재판에 회부되었고, 최고 8년의 징역형과 불명예 제대를 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9ㆍ11 사건 후 "조국을 수호하겠다"며 자진 입대했고 한국에서도 근무했다는 그 장교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고민과 숙고를 하던 중 이라크에서 부상당한 어느 병사가 라디오쇼에 출연해 "왜 어느 누구도 이 전쟁을 멈추려고 하지 않느냐"고 호소하는 것을 듣고 참전 거부를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 장교의 참전 거부는 이라크 전쟁의 적법성, 군인의 의무와 양심의 문제에 관해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그 장교가 일본계 미국인인 까닭에 일본계 미국인 사이에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계 미국인은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11만명 이상이 수용소에 격리되었고, 또 다른 수천명은 제2의 조국인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군에 입대해 일본군과 맞서 싸웠으며, 일부는 징집을 거부해 극심한 탄압을 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장교의 아버지는 아들의 정당성을 알리고 소송 기금을 모으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가장 큰 인권단체인 ACLU의 변호사들이 그를 변호하겠다고 나섰으며, 각종 평화단체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법원은 올 6월경 오사마 빈 라덴의 운전사였던 아흐메드 사림 함단이 자신을 관타나모 수용소에 가둔 군사재판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5대 3으로 함단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Hamdan v. Rumsfeld). 이 재판은 테러혐의자를 수용하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수용 권한과 절차에 관한 재판이었지만, 미국의 테러에 대한 전쟁이 가지는 적법성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한 판례여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됩니다.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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