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모라토리움 선언 이후 답보상태에 있던 대러 직접투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낯설고 먼 나라이기는 하지만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과학기술 분야의 인적 자원,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내수 시장은 투자활로를 모색하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다만 현지 정보와 경험이 일천한 한국기업들이 러시아에 안전하게 둥지를 틀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러시아 현지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다. 한국기업들이 러시아파트너와 합작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다음의 사항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첫째, 계약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해야 한다. 러시아인들은 계약의 형식을 중시하고, 계약에서 사용되는 개념의 뉘앙스 차이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일반적으로 영미권에도 통용되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굳이 러시아식 영어로 고쳐 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계약에서 사용되는 개념에 관한 해석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므로, 계약의 서두에 미리 주요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하여 둘 필요가 있다. 둘째, 계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인들은 시장경제를 도입한 경험이 짧고, 사법의 발달이 늦었기 때문인지 법률이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계약에서 정하였더라도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번거롭더라도 계약을 위반한 경우의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약정을 하는 것이 좋다. 셋째, 회사 지배 구조에 관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민법전 및 회사법의 규정과 불일치하거나 충돌하는 것은 없는지 꼼꼼이 확인해보아야 한다. 합작계약은 사법적 효력을 가지는 주주간 계약이라고 할 것인데, 러시아 민법전은 임의규정과 강행규정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법령의 규정을 우선 적용하고, 사인간의 약정은 이를 보충하는 효력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법령의 규정과 다르게 정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 한국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구성 및 주주총회의 운영에 관하여 합작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르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가 어이없이 러시아파트너에게 경영권을 빼앗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밖에 업종에 따른 연방정부 및 지방정부의 인ㆍ허가 사항,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구체적인 해결 방법 및 절차, 합작계약에 수반되는 부속 계약, 회사의 해산이나 청산 시 잔여재산분배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상세한 범위까지 계약서에 반영하고, 계약에 위반하는 경우의 책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범위까지 설정하여 두는 것이 좋다. 약정한 사항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겨 공증까지 하여야 한다. 류혜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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