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 23일 미국 연방 콜럼비아지구 항소법원은 헤지펀드 운용사인 Phillip Goldstein(이하 "Goldstein")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Exchange Commission, 이하 "SE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SEC가 헤지펀드 운용사(일반적으로 헤지펀드의 General Partner)의 SEC 등록을 주된 골자로 하여 2004년 12월 도입한 규정(이하 "구 헤지펀드 규정")이 모법인 투자자문법(U.S. Investment Advisers Act)에 위반된다며 무효를 선언했다(이하 "Goldstein 판결"). 대부분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과거 12개월간 14인을 초과하지 않는 "고객(Client)"을 자문하는 경우 등록이 면제되는 규정에 따라 SEC에 투자자문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구 헤지펀드 규정에서는 "고객(Client)"의 의미를 기존의 해석 및 관행과 달리 헤지펀드 자체가 아닌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개별 투자자로 해석하여 기존에 등록이 면제된 대부분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에게 투자자문업자 등록을 의무화하였다. 이에 대해 콜럼비아지구 항소법원이 Goldstein의 주장을 받아 들여 구 헤지펀드 규정이 투자자문법의 합리적 문리 해석의 범위를 넘어 섰고, 의회의 입법 의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만장일치로 구 헤지펀드 규정의 무효를 선언한 것이다. 이 판결로 SEC는 헤지펀드 규제를 위한 기본적인 도구를 상실하였고,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EC는 3명의 판사들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만장일치로 무효를 선언한 이 항소심 판결에 대해 불복하지 않았다. 연방 대법원에 불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규제 공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대신 (i) Goldstein 판결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투자자들(헤지펀드 자체가 아닌)에 대한 허위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와 사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확히 하고, (ii)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accredited natural person)의 자격 요건을 강화(헤지펀드 투자 당시 총 투자액이 배우자의 투자액을 포함하여 250만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이하 "신 헤지펀드 규정")의 제정을 예고하였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헤지펀드는 증권관련 법규의 각종 예외조항을 이용하여 감독당국의 규제를 피해 왔었다. 그런데 1998년 Long Term Capital Management가 운용하던 헤지펀드가 불과 5주만에 40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붕괴하여 헤지펀드의 잠재적 위험성과 시장에 대한 영향력에 관하여 감독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의 경종을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 헤지펀드 자산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260 퍼센트까지 증가하였고, (ii) 재간접 헤지펀드(funds of hedge funds)의 출현으로 헤지펀드는 일반 공중에 더욱 가까이 접근하게 되었으며(retailization), (iii) 헤지펀드와 관련한 사기소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리하여 SEC가 자본시장의 시스템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헤지펀드 운용사로 하여금 투자자문법에 따라 등록하도록 하는 구 헤지펀드 규정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구 헤지펀드 규정에 따라 2006년 2월 1일까지 SEC에 등록을 했어야 하는데, 등록된 헤지펀드 운용사는 SEC가 요청하는 경우 자신의 펀드 운용 기록을 공개해야 하고, 일정한 규모의 순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투자자로부터는 성과보수(Performance Fee)를 수령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중요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SEC로부터 주목을 받을 것을 우려하거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자자(각종 연금이나 자선 재단 등)의 요청에 따라 상당수가 등록하였다. SEC에 따르면 2006년 6월말까지 등록한 2,500여 개의 헤지펀드 운용사들 중 절반이 구 헤지펀드 규정에 따라 새로이 등록한 운용사들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SEC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Goldstein 판결로 기 등록된 헤지펀드 운용사들에 대해 구 헤지펀드 규정을 계속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고, 아울러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등록철회까지 걱정하게 된 것이다. 구 헤지펀드 규정의 무효에 따라 등록을 철회하고자 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2007년 2월 1일까지 등록을 철회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얼마나 많은 수의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등록을 철회하였는지에 대한 SEC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하지만 구 헤지펀드 규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SEC의 헤지펀드 및 그 운용사에 대한 규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SEC에 따르면 2006년 8월 현재 미국에는 약 8,800여 개의 헤지펀드가 약 1조 2천억 달러의 자산 규모를 가지고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규모는 미국의 총 관리자산의 5%에 불과하지만 주식 관련 거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투자 대상도 전환사채와 신용파생상품에서 경영권 시장, 사설 대출 시장, 원유 시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SEC로서는 이러한 헤지펀드의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앞서 구 헤지펀드 규정의 제정 배경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간접 헤지펀드의 출현과 각종 공적 및 사적 연금과 대학 재단의 헤지펀드 투자 비율 증가는 직, 간접적으로 일반 공중의 헤지펀드에 대한 접촉 국면을 넓히고 있어 SEC로 하여금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의 정보 수집과 규제 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는 것이다. SEC에 의해 제안된 새 헤지펀드 규정에 관해 시장참여자들(특히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 금지를 구체화하고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으나(이를 반대할 명분도 별로 없어 보인다) 헤지펀드 투자자의 적격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규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SEC가 종국적으로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Goldstein 판결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SEC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고하고 일견 결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전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 앨런 그린스펀은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공급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과도한 규제와 그에 따른 비용이 헤지펀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SEC의 지속적인 헤지펀드 규제 노력이 헤지펀드 성장의 역기능을 상쇄하고 헤지펀드 성장의 순기능을 제고할 수 있을 지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이행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미국 Columbia University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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