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북경에 다녀왔습니다. 북경에서 여러 곳을 둘러봤는데,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고궁)도 다녀왔습니다. 자금성에 들어가려면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오후 3시 30분이면 매표를 중단하더군요. 마침 저희가 매표소 앞에 도착한 시간이 딱 오후 3시 30분이어서 아슬아슬하게 표를 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그 입구에 암표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원래 입장권은 중국 돈 40위안인데, 60위안을 요구하더군요. 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는 학생이라 학생할인이 될 테니 싸게 해달라고 했고(중국 관광지들에서는 학생할인을 해주는 곳이 많습니다), 암표상은 학생할인은 내국인이나 되는 것이고 외국인은 안된다고 하면서 서로 싸게 사야 하는 이유, 비싸게 팔아야 하는 이유를 서로 주고 받았습니다. 결국 저희가 내일 보겠다고 하면서 그냥 간다고 하니까 세 장에 130위안을 달라고 해서 표를 샀습니다. 흐뭇한 기분으로 표를 내고 들어가려고 하니, 검표원이 그 표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나 했더니 학생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마침 학생증(유학생도 학생증이 있습니다)을 가지고 갔던 차라 그 학생증을 보여주었더니 통과시켜주더군요. 하마터면 돈만 날리고 구경도 못하고 올 뻔 했습니다. 이제 중국 온지 8개월 가량 되어 어느 정도 중국 물정을 안다고 생각하여 방심하여 검표(?)를 게을리 했더니 당한 것이었습니다(정말, 방심은 금물입니다^^). 사실 이게 사기를 당한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일 우리가 입장을 못해서 암표상을 찾아 따졌다면 그 암표상은 아마 “너희가 학생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학생표를 준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대꾸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생각했던 것 보다 좀 싼(?) 가격으로 표를 사서 입장할 수 있었고, 그 암표상은 별로 이익이 없는 것처럼 팔고서는 사실 상당한 이익을 냈습니다. 가끔 이런 것이 중국식(?) 거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상해로 유학 올 준비를 하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 심심치 않게 중국 상인들의 속임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 상인들은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사기를 치는(예를 들어 과일을 살 때 싱싱한 과일을 골라서 계산을 하려고 하면 무게를 재는 척 하면서 미리 준비해 놓은 좋지 않은 과일로 바꿔치기하는 등) 경우가 많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거죠. 이런 정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고, 중국의 상술에 대해서도 불신감이 꽤 있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사는 곳에는 외국인들이 거의 없어서 더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경우를 당해도 그저 외국에 살면서 겪는 어차피 지불해야 하는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지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만, 저도 모르게 처음엔 항상 물건을 사면서 바가지 쓰는 건 아닌지, 속는 건 아닌지 항상 긴장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곳 주변 시장에서는 그런 속임수를 당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신감은 문화나 생활습관, 사고의 차이 때문에 잘못 조성된 측면도 크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상해에서 중국 상인들의 속임수라고 일컫는 것은 크게 보면 2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상해 말고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정말 물건을 바꿔치거나, 무게를 속이는 등의 사기인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바가지를 썼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는 정말 나쁜 짓이고,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것이라 이를 중국적인 특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후자는 좀 생각을 해볼만한 것들이 있습니다. 바가지를 썼다고 하는 경우는 대체로 가격에 대해 흥정이 가능한 경우들입니다.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거나, 정찰제가 아닌 곳에서 의류 등의 공산품을 사는 경우, 특히 짝퉁(?) - 가짜 명품, 찌아더(假的)라고 합니다 – 을 사는 경우에는 필히 흥정 – 중국어로 타오지아환지아(讨价还价)라고 합니다. 상인이 먼저 팔고싶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타오지아, 고객이 그에 대해 사고싶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환지아입니다 – 을 거칩니다. 이때 보통 상인들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가격을 제시합니다. 만일 고객이 좀 깍아달라고 하면 보통 고객들에게 얼마에 사고 싶은지 가격을 제시하라고 말하고는 그 가격을 기준으로 흥정을 합니다. 이때 제일 허탈한 경우가 예를 들어 상인이 400위안을 부르고 제가 250위안을 불렀는데 상인이 “크어이이(可以)!” 라면서 거래가 종결되는 경우입니다. 더 깎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요새 약은 상인들은 고객이 부른 가격이 충분하더라고 좀 더 흥정을 하는 시늉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흥정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도 실제 산 가격은 천차만별이 됩니다. 즉, 어떤 사람은 100위안에 샀는데 어떤 사람은 30위안에 살 수도 있는 거죠. 이때 100위안에 산 사람은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하고 도무지 상인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외국인들은 원래 상인이 제시하는 가격도 외국 물가에 비하여는 훨씬 싼 경우가 많고, 물정을 잘 몰라 대체적으로 비싸게 사는 편입니다. 따라서 중국 상인들은 외국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많다는 악명을 날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생각은 전혀 딴판인 것으로 보입니다. 정당한 흥정을 거쳐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 사고 판 것이기 때문에 바가지가 아니라는 거죠. 즉, 사고 판 물건이 찌아더인 경우, 그것을 진짜 – 쩐더(真的) – 라고 속인 것도 아니고, 찌아더임을 밝힌 상태에서 고객에게 물건을 보여주어 서로 흥정을 거쳐 사고 팔았다면 서로 만족할 만한 거래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치 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 존재임을 가정하여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에 따라 수요곡선을 도출하여 가격결정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그대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사고자 하는 물건을 보고 얼마를 지불하면 만족할 것인지, 또 상인 입장에서는 얼마에 팔면 만족할 것인지에 대한 일치점을 찾아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 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해 보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얼마에 샀는지를 알아 비교해 보는 것은 내가 한 거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죠. (참고로 제가 경험한 바로는 물건을 제일 싸게 사는 방법은 위에서 자금성 입장권을 살 때처럼 상인이 가격을 제시한 후 저에게 얼마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아주 후려쳐서 부른 후 상인이 다시 가격을 제시할 때 안되겠다고 나가거나, 아예 처음부터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 보통 다시 뒤에서 많이 깎은 가격을 부릅니다. 그걸 토대로 다시 흥정을 하는 거죠. 근데, 머리로는 잘 알면서 이게 잘 안되더군요. 물건 값을 아주 후려쳐서 부르는 경우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인 양 면박을 주면서 체면을 상하게 하는 데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특히나 내가 물건을 사겠다는 생각이 강한 경우, 상인들은 그걸 어떻게 아는지 꽤 강하게 나옵니다. 이런 면에서 상해 상인들의 상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가격 결정 방식은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보이지 않는 거래 비용이 듭니다. 내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하면 미리 대충 가격을 알아봐야 하고, 또 일일이 물건도 살펴서 문제가 없는지도 봐야 하고, 기나긴(?) 흥정과정도 겪어야 하고... 실제 중국 사람들도 이러한 거래가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정찰제로 파는 곳에서 산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거래의 투명성(법규 및 제도의 투명성을 포함하여)은 개별적인 탐색비용을 줄여서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각설하고, 이러한 거래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제일 다른 경우는 단골인 경우입니다. 우리는 단골 가게인 경우에는 좀 깎아도 주고, 물건도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주고 그러는데, 여기는 그런 것이 거의 없습니다. 상해에서 오래 사신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분이 집앞 과일가게에서 몇 년간 매일 과일을 사다 먹었는데, 하루는 돈을 깜빡 잊고 안가지고 나와 외상을 좀 달라고 했더니 그걸 거절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분이 “아니 내가 단골로 매일 너희 가게에서 과일을 팔아 주어 너희 가게가 이익을 보았는데, 너무 하다.”고 했더니, 그 가게 주인 하는 이야기가 “네가 과일을 팔아주어 우리도 이익을 보았지만, 우리 가게가 있음으로 해도 너도 매일 싱싱하고 싼 과일을 사먹지 않았느냐?”라고 하더랍니다. 또 한국 회사가 중국 납품업체와 상당히 오랜 기간 거래를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납품가격을 조금씩 올리더랍니다. 그래서 단골거래처에는 좀더 가격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오히려 처음에 자기네가 좀 싼 가격으로 납품을 해서 한국 회사가 이익을 봤으니, 이제는 자기네가 이익을 봐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면서 가격을 깎아주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즉, 상해 사람들은 거래란 서로 이익을 보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한쪽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며, 서로 이익을 보는 거래가 성립된 이상 그걸로 완결된 것이지 다른 나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들이 비교적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던 우리 나라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이고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보게 하는 요소들인 것 같습니다. 결국 중국과 중국사람은 우리와 비슷한 문화와 비슷한 외모를 갖긴 했으나, 그 차이도 상당한 외국이라고 보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곳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임스 맥그레거(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지국장, 재중국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라는 미국 사람이 지은 책인 “중국 비즈니스 최전선”(출판사 황금나침반)에는 중국 비즈니스에 관한 여러 가지 조언이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강하게 나가라. 중국인은 강인함을 존중한다.”(p.240) “중국의 협상가는 그들이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당신이 그들을 필요로 더 필요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능하다.” (p.102) “상호 존중과 평등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할 때는 그러한 태도로 무장하는 것이 유익하다.” (p.104) “외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부당한 대우, 혹은 중국인에 대한 외국인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마음이 울적하다면, 중국인들끼리는 더욱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위안을 얻어라”(p.446) - 이 조언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이야기와 무관한 듯도 보이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정부)의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당신의 사업이 중국에 어떠한 이익이 되는지 설명하는데 주력하라.”(p.240)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명한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중국 상해 화동정법대학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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