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자가용이 없다보니 택시를 자주 타고 다니게 됩니다. 택시를 타면 기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보통 제가 목적지를 이야기 하면 눈치빠른 기사들은 제 중국어를 듣고는 한국사람이라고 알아챕니다. 그러면 곧 한국에 대한 이야기, 또 상해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 등을 합니다. 이런 사정은 발맛사지 집을 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1시간 정도 발맛사지를 받으면서 맛사지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중국이나 자기 고향 사정은 물론이려니와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아는게 상당히 많습니다. 주로 한류와 관련된 탤런트나 영화배우, 가수 이야기가 많지만 생각외로 구체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들도 많구요. 얼마 전에는 택시를 탔는데, 제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서울에서 왔느냐, 서울 면적과 인구는 어떻게 되느냐 등등을 물어보더군요. 그러면서 한국 인구가 약5,000만이라고 하던데, 인구가 너무 적은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또,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총리의 이름까지도 알고 있더군요(물론 발음은 중국식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창호, 박철한, 서봉수, 조훈현 등의 한국 바둑기사들을 좋아한다고 하구요. 한번은 골프를 치러갔다가 그늘집에 들렀는데, 거기 근무하는 남자 종업원이 ‘자본론’을 읽고 있더군요. 그래서 옛날에 한국에서는 그 책을 읽으면 잡혀갔다고 했더니, 그게 ‘리청완’ 총통 때 일이냐고 묻더군요. 즉, 이승만 대통령 때 일이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친구 걸작인 건, 왜 자본론을 읽느냐고 물었더니, 중국이 점차 자본주의화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라고 하더이다. 한가지 더, 이곳에서 중국사람들에게 받았던 질문 중 제일 난감했던 질문은 바로 “남한은 잘사는데, 북한은 왜 그렇게 못사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여간 이곳 상해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그런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학교에서 배웠거나, 책, 신문, TV 등을 통해 알았다고들 합니다. 안그래도 놀라웠던 일 중 하나가, 길을 걷다 보면 노점상들이나 택시 기사들이 한가한 시간에는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날이 어둑해진 가운데, 가로등 불빛 아래서 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포커나 마작 같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요. 또 하나 이곳 사람들은 통계숫자에 상당히 밝습니다. 왠만하면 자기 사는 고장의 면적, 인구, 평균수입 등 인문지리학적 통계를 다 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중국사람들의 상인 기질에서 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러한 기초적인 통계는 학교에서 외우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흔히 서양사람들이 중국의 장래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 것이 중국사람들의 호기심과 교육열입니다. 특히, 인건비가 더 싼 나라들이 있음에도 아직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이유로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들 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교육열은 우리나라 못지 않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 집에서 파출부 일을 하는 아줌마의 경우, 단칸방에 살면서도 자기가 여러 집에서 파출부 일을 해서 월 2,000위엔 정도를 버는데 그 돈을 모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의 교육비로 씁니다(이곳 상해의 대졸 초임 평균 월급이 약 2,000위엔 정도이니 그 돈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중국은 대부분 1자녀 가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식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현대경제의 추세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호기심과 교육열은 중국의 가장 큰 강점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암기식 교육에서 오는 문제점입니다. 암기식 교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창조력과 상상력을 억누른다는 것이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사물을 일정한 틀에 가두고 재단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전에 한번 소개해드린 “중국 비즈니스 최전선”이라는 책에는 미국에서 MBA 교육을 받은 중국계 미국인이 중국회사를 경영하면서 미국식 토론 문화를 도입하고자 했으나 실패한 경험 이야기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토론이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토론이 생산적인 토론인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면 그 아이디어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말꼬리 잡기만 계속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한번은 어떤 한국 분이 택시를 타고 자기 집으로 가는데,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택시기사가 거짓말이라고 하더랍니다. 그 이유로 드는 것이 (물론, 그 분이 중국말을 너무 잘해서 그런 점도 있지만), 상해에 있는 한국사람들은 모두 롱바이나 구베이라는 특정 지역에 사는데, 집이 그곳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저도 이곳 사람들이 호기심도 많고 다양성도 큰 반면, 아집도 세고 남의 말을 잘 안듣는다는 정말 모순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그래서 10년 정도 중국생활을 하면 중국에 대하여 입을 다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현대에 들어와 중국인이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면서도 창조적인 분야에서는 별로 큰 업적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음악의 경우 훌륭한 연주자는 많지만, 뛰어난 작곡가는 배출하지 못했다든가, 어떤 분야이든 ‘세계 최대’는 많지만 ‘세계 최초’는 없다는 점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암기식 교육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런 중국 이야기를 하면서 드는 생각 하나 – 우리나라는 어떤가 하는 점 입니다. 교육열, 암기식 교육의 폐해, 자기 주장만 하고 남의 말을 안듣는 것, 토론문화의 부재.. 중국에 살면서 중국인을 보면서 결국 보게 되는 것은 우리의 모습이었습니다. 명한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중국 상해 화동정법대학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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