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지평 || <청음지> 신용카드 빌려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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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지> 신용카드 빌려주지 마세요

2004.06.01

[청음지] - 2004년 6월호 
 
Q) 
A는 친구가 "신용카드를 잠시 빌려주면 5만원만 결제하고 돌려주겠다"고 하여, 신용카드를 빌려주었다. 물론 5만원은 친구로부터 곧 돌려받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신용카드 회사가 보낸 청구서를 보니, 친구는 무려 150만원어치의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입했다. A는 이 같은 억울한 사정을 주장하여 신용카드 회사에 150만원을 갚지 않을 수 있는가? 만일 친구가 신용카드를 훔쳐가서 사용한 것이라면 어떻게 되는가? 
 
A) 
신용카드 대여의 책임 
 
결론부터 말하면 신용카드를 빌려준 잘못 때문에 A는 신용카드 회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A는 150만원 전부를 신용카드 회사에 갚아야 한다. 신용카드 거래약관에는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양도 또는 대여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는 신용카드 회사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남에게 함부로 빌려주거나 건네주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물론 A는 친구인 B에게 위 150만원을 청구할 수 있고, 형사고소를 하여 처벌을 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B가 아무런 재산도 없다면 A는 결국 자신의 돈으로 신용카드 회사의 빚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것이다. 
 
법원도 "신용카드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쉽게 부정사용 될 수 있으므로, 신용카드 회원은 이를 현금과 같은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 보관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신용카드 회원이 비록 다른 사람에게 속아 카드를 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이를 빌려준 이상 자신이 직접 이를 사용한 경우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하였다(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1991. 3. 29. 90가합5358 사건). 다만 위 판결의 사안에서는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한 자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옷을 구입하고 매출전표에 서명할 때 신용카드 회원의 이름과 다르게 서명"하였는데, 법원은 이러한 점을 참작하여 신용카드 회원의 책임을 일부 감액하여 주었다. 즉 "가맹점이 조금한 주의를 기울이면 카드를 제시한 자가 카드소유자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을 터인데, 이러한 주의를 게을리 하여 위 카드가 부정사용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잘못"이 있으니, 그 잘못만큼 신용카드 회원의 책임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신용카드 도난, 분실의 경우 
 
만일 A가 카드를 빌려준 것이 아니고, 친구가 카드를 훔쳐간 것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즉 A는 신용카드 회사에 분실신고를 하면 B가 사용한 카드대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신용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했다고 신고한 카드회원은 신고시점 60일 이전 거래분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카드를 분실한 과정에서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비밀번호 관리를 잘못하여, 신용카드를 훔쳐간 사람이 현금서비스를 받아갔다면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또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임성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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