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DRP에 의한 의무적 행정절차 국제 비영리 민간기구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이하 ‘ICANN’)는 1999. 10. 도메인이름(Domain Name)을 둘러싼 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규정(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을 마련하고, ICANN과 등록기관인증계약을 체결하고 도메인 이름의 등록, 취소, 변경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등록기관(Registar)으로 하여금 도메인이름 등록약관에 위와 같은 UDRP 규정을 채택하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com, .net, .org, .aero, .biz, .coop, .info, .museum, .name, .pro”와 같은 일반 최상위 도메인(generic Top Level Domain, 이하 ‘gTLD’)에 속하는 도메인이름을 등록하고자 하는 사람은 ICANN과 등록기관 사이의 등록기관인증계약을 토대로 등록기관이 제정한 등록약관에 따라 등록을 신청함으로써 UDRP를 적용받게 되며, ICANN이 지정한 분쟁기관이 도메인이름의 등록 취소 또는 이전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의무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에 따를 계약상 의무를 부담합니다. UDRP에 의한 의무적 행정절차는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히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불구하고, 해외에 위치한 분쟁해결기관에서 외국어로 절차를 진행하여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국내에서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시아도메인이름분쟁조정센터(Asian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Centre, 이하 ‘ADNDRC’)의 서울사무소가 개설된 2006년 이후 국내에서도 간편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의무적 행정절차는 도메인 이름에 관한 소송외적 분쟁해결제도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UDRP에 의한 분쟁해결절차가 당사자 사이의 실체법적 권리를 규율하는 종국적 기준이 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서는 다양한 견해가 대립되어 왔는데, 최근 대법원은 UDRP의 법적 성격 및 당사자 사이의 도메인이름에 관한 분쟁의 준거법에 관하여 주목할만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하에서는 UDRP에 의한 분쟁해결절차와 사법적 구제수단의 관계에 관하여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 UDRP에 의한 분쟁해결절차와 사법적 구제가능성 (1) UDRP에 의한 의무적 행정절차 ‘gTLD’에 속하는 도메인 이름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보유하는 자는 분쟁해결기관에 의무적 행정절차를 신청할 수 있으며, 분쟁해결기관은 ① 등록자의 도메인이름이 신청인의 상표 또는 서비스표과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고, ② 등록자에게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어떠한 권리 또는 정당한 이익이 없으며, ③ 등록자의 도메인이름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및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 그 등록자의 도메인 이름의 말소 또는 신청인에 대한 이전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제4조 a항 및 b항). (2) 사법적 구제가능성 그러나 위와 같은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이 이해당사자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아닙니다. 등록인 또는 신청인은 의무적 행정절차가 시작되기 전이나 종결된 후에도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에 제소할 수 있으며, 등록기관은 등록인으로부터 제소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 문서를 접수할 경우 당해 소송이 각하 또는 취하되었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 당해 법원으로부터 등록인의 소를 기각한다든지 등록인이 그 도메인 이름을 계속 사용할 권리가 없다는 판결이나 결정의 사본 등이 등록기관에 접수될 때까지 분쟁해결기관의 결정 집행을 보류합니다(제4조 k항). 따라서 분쟁해결기관의 이전 또는 말소결정을 받은 등록인은 신청인에게 도메인이름의 이전 또는 등록말소를 구할 권리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거나 도메인 이름 사용금지청구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분쟁해결기관의 결정에 불복할 수 있으며, 이때부터 해당 도메인 이름에 대한 법적 권리에 관한 분쟁은 사법기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3. UDRP를 재판의 준거조항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이 UDRP에 의한 결정의 집행을 막기 위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이 UDRP 제4조에 정한 기준을 직접 적용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상표법 등 실정법을 적용하여야 하는 지가 문제됩니다. 이에 대하여 종래 하급심은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도메인 이름 등록약관에 동의함으로써 UDRP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UDRP에 정한 바에 따라 개시된 의무적 행정절차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이 UDRP 제4조 a항에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는 지만을 판단한 견해와(서울고등법원 2004.10.27. 선고 2002나68784 판결), UDRP는 등록기관의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마련된 내부적 행정절차에 관한 규범에 불과한 것으로서 단지 도메인 이름 등록 당시 UDRP의 적용에 동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등록인과 신청인 사이에 UDRP의 내용을 포함하는 계약관계 내지 이에 준하는 법률관계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도메인 이름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는 오직 실체법적 근거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는 견해(서울중앙지법 2007.8.30. 선고 2006가합53066 판결)가 대립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UDRP에 의한 등록이전 결정에 불복하여 신청인이 등록인에게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지를 다룬 사건에서, “UDRP는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ㆍ취소ㆍ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ㆍ사용 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ㆍ판단하는 법원은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ㆍ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단하에, 신청인에게 UDRP 제4조에 따라 도메인 이름의 이전 및 등록인의 도메인이름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① 분쟁해결방침은 그것이 규정하는 상표권 또는 서비스표권의 개념이 모호하고, ② 준거법 조항이 불명확하며, ③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 제6조 제3항의 속지주의의 원칙과 부합하지 아니하여 세계 각국의 법체계와 조화되지 않는 등 내재적인 한계가 있고, ④ 분쟁해결방침 스스로 그 의무적 행정절차의 개시 전, 진행 중 또는 종료 후라도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는 법원이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에 관한 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합니다. 위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향후 UDRP에 의한 결정에 불복하여 진행되는 소송에서 신청인은 단지 등록자의 도메인 이름이 UDRP 제4조 b항에 정한 부정한 목적으로의 사용에 해당된다는 점 등에 대한 사실만을 입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등록자의 도메인 이름 등록 및 사용이 상호의 침해(상법 제23조)나 상표권의 침해(상표법 제66조) 또는 부정경쟁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아목)에 해당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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