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선거법은 어렵사리 선거에 관심을 표명한 시민을 잡아다 처벌함으로써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박탈했다. 국민이 선거에서 충분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었다면 오늘의 촛불시위는 없었을 것이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5월 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반대 댓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네티즌에게 잇달아 유죄를 선고했다. 은행원이던 손 아무개씨는 “비리 백화점, 범법자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라는 댓글을 17차례 올렸다가 벌금 50만원을 받았다. 이명박 후보를 반대하는 글을 한 카페에 30차례 올린 부동산 중개업자 박 아무개씨도 벌금 80만원을 받았다. 1심 법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는 일반 시민이 정치 의사를 표시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유죄를 내린 항소심은 이명박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임이 명백하고 횟수도 많아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었다”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현대 사회에서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4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기회에 자기 의견을 표명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그렇게 신성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게 왜 죄가 되는가. 그게 우리 법이다. 공직선거법 제93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등을 배부하거나 게시할 수 없다고 밝힌다.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서 비리 정치인, 부적격 정치인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여서도 안 된다. 취지인즉, 부당한 선거운동 경쟁을 방지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이루고자 함이란다. 하지만 게재한 내용이 허위였다면 모를까, 일반 시민이 자기의 정치 견해 또는 후보에 대한 선호를 인터넷에 표명하는 것이 대체 선거의 공정성을 어떻게 해친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치 축제의 장이어야 할 선거에서 주인공인 시민을 방음벽이 설치된 유리방 속에 한 명씩 가두어두고 정치인들과 정당(그리고 언론)만 떠들게 해야 선거가 공정해질 수 있단 말인가. 선거가 끝나면 투표율 저조에 대한 걱정이 약방의 감초처럼 나온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개탄한다. 어렵게 관심을 표명하면 잡아다가 처벌을 하면서 무슨 관심을 어떻게 표시하라는 말인가. 국민에게 재갈 물리고 치르는 것이 공정 선거? 대의제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후보자가 국민 대표로 뽑혀야 한다. 그렇게 뽑힌 대표는 자기를 뽑아준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그래야 ‘대의’, 즉 국민 의사를 대신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지금 광화문에는 1987년 민주화항쟁 이후 21년 만에 최대 인파가 모였다. 국민 대표가 국민의 뜻을 무시한 것에 항의하는 촛불시위다. 이명박 대통령의 낙선을 주장하다 벌금 50만원과 80만원을 받은 이들이 선거에서 충분히 자기 주장을 펼 수 있었다면 오늘의 촛불시위는 없지 않았을까.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은 국민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 기회조차 박탈해버린 공직선거법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번 촛불시위에서 가장 유행하는 노래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구절을 반복하는 노래다. 공직선거법을 제정한 국회,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법원, 그리고 촛불집회를 유발한 대통령 모두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촛불의 또 다른 배후 세력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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