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한 교류협력을 위한 제언 - 지구에서 유일하게 핸드폰과 인터넷으로 연결되지 않는 곳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193km밖에 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은 456km인데 신의주는 360km이니 신의주가 훨씬 가깝습니다. 또한 함흥이 대구보다 더 가깝다고 합니다(269km 대 306km)(주1). 개성공단은 서울과 인천에서 차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맑은 날에는 남산에서도 개성의 송악산이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개성공단을 가려면 서울에서 새벽 6시쯤 나서야 10시쯤 돼서 도착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처음 가는 사람은 한 달 전부터 복잡한 수속을 밟아야 합니다. 그 뿐입니까. 로밍서비스만 받으면 그 어느 나라에서도 터지는 핸드폰이 북한 지역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또 남미의 오지에서도 가능한 인터넷이 북한에서는 남한과 연결되지 않습니다. 민족내부의 거래라지만 남과 북의 통관절차 또한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말 그대로 '가깝지만 먼'곳입니다. 89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43만명이 북한을 방문 지난 기간 남북간의 통행, 통관, 통신교류(이른바 3통)는 비약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2000년에 남북을 왕래한 인원은 7,986명인데, 2007년에는 159,214명이니 무려 20배가 늘었습니다. ▷남북왕래인원현황 (단위 : 명)
(※ 금강산 등 관광인원 제외) 위 통계는 금강산 등 관광인원이 제외된 것입니다.(주2) 금강산 관광객은 작년 연말 17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성공업지구도 2008년 1사분기 현재 북측 근로자 25,930명과 남측 근로자 947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북한 지역에 단기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체류 또는 거주하는 남한 주민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서 1년 이상 체류하는 남측 주민을 위한 거주등록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나아가 해당 지구에서 출생, 사망, 결혼하는 경우 그에 관한 등록도 하도록 했습니다. 인원의 왕래와 더불어 차량이나 선박, 항공기 왕래도 크게 늘었고, 남과 북의 교역 규모도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오래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규모입니다. 사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규모로 남북 사이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남북 교류의 지속성과 성격 변화 물론 아직도 남북관계는 정세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춤거리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개성에 있던 남측 공무원들이 모두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것은 남북 당국 어느 쪽도 정치적, 군사적 이유로 남북 사이의 민간교류를 원천봉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으며, 개성공단도 정세와 상관없이 잘 가동되고 있습니다. 북핵실험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겪었던 최악의 2005년에도 남북 사이의 인원왕래는 줄지 않았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또한 계속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과거 냉전시대의 남북 교류는 절대적 금지의 영역이었습니다. 안보적 관점이 우선이었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를 주로 규율하는 법률도 반공법이나 국가보안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변화하였습니다. 남북간 교류 및 협력의 필요성이 점차 제기되었고, 서서히 그러나 막을 수 없는 대세처럼 활성화되었습니다. 급기야 1990년 8월 1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남북 사이의 교류는 여전히 소규모로 일회적인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지구, 개성공업지구가 만들어지면서 남북간 교류도 질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전면적이고 대규모화되었습니다. 정치적 교류나 인도적 지원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적 교류가 주류로 되었습니다. 한편 남한의 경제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부분적인 수정을 거듭했을 뿐 기본적 구조와 내용에서 거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한편 남북 교류의 당사자인 민간은 남북 사이의 통행, 통신, 통관이 불편하기 짝이 없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남북간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 2007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은 총리회담에서 개성공단의 3통 문제에 관해 합의함에 따라, 적어도 개성공단의 통행, 통신, 통관 문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는 방향으로 진전되었습니다.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일시 주춤하고 있으나 철도화물수송이 시작되고 통신센터나 물자하차장 등이 건설되면, 통행, 통신, 통관을 위한 인프라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3통 문제는 인프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법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통행, 통신, 통관을 위한 물적 인프라 못지않게 법적 인프라의 개선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교류협력 시대에 맞는 법적 인프라 구축 필요 남측 법제의 개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간 통행, 통신, 통관에 관한 기본법에 해당하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입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등을 통해 발전해온 남북관계의 현실 및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변할 남북관계의 전망에 비추어 볼 때, 기존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은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옷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낡은 옷을 일부 수선하거나 빨아서 입을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옷으로 바꾸는 것이 그 동안 크게 성장해왔고 앞으로 획기적으로 발전할 남북관계에 부응하는 것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즉 사회문화 교류행사나 소규모 교역 위주의 남북교류협력에서 개성공업지구, 금강산관광지구와 같은 전면적이고 대규모 협력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대에서는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체계도 그에 맞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남북관계가 발전되면 개성공업지구 및 금강산관광지구 뿐만 아니라 해주 경제특구, 안변, 남포의 조선단지 등 경제특구가 새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경제특구 방식의 남북 경제협력은 남북 당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므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경제특구는 북한의 다른 지역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법제의 측면에서도 특수한 취급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편하여 북한 경제특구에 관한 특별법으로 확대하는 것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봅니다. 경제특구의 3통 문제 또한 속도나 방식의 측면에서 북측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북측 전체와의 3통은 속도나 방식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더라도, 경제특구에서는 좀 더 과감한 3통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남측 법제의 정비 뿐 아니라 남북 사이의 합의서가 새롭게 채택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3통 문제는 어느 일방이 제도를 갖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남북 쌍방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대법원 특수사법제도연구위원회 제21차 회의(2008년 5월 26일)에서 필자가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각주] (주1) 도시간 거리는 "지리지식 깨우쳐준 '도로원표'", 대한민국 정책포털 기사(2005. 5. 21.자)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이는 광화문에 있는 도로원표 입석에 표시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북한지역은 직선거리로, 우리 쪽은 도로를 이용한 거리로 계산한 것이기에 수평비교를 하려면 약간의 가감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주2) 통일부, 통일백서․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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