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잡이는 두뇌 능력에서 오른손잡이와 차이가 없다. 예술이나 직관력은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왼손잡이나 왼쪽이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것은 우리 사회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궤를 같이 8월13일은 국제왼손잡이협회가 정한 ‘왼손잡이의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왼손잡이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정몽준 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2002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인기 영합용으로 제출한 법안이었다. 왼손잡이가 겪는 생활의 불편을 조사하고 왼손잡이용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조세를 감면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왼손잡이가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장애인이나 임산부 등에 비교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법은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왼손잡이로 사는 게 그렇게 불편할까. 그렇다. 방문 손잡이도 오른쪽, 자동차 시동장치도 오른쪽, 지하철 개찰구도 오른쪽에 있다. 가위ㆍ자ㆍ부침개 뒤집개 따위 흔히 쓰는 도구도 왼손잡이가 사용하기 어렵게 디자인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탄피가 빠지는 K-1 소총은 왼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눈으로 탄피가 날아든다. 편의시설이나 용품만 문제가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세상 자체가 온통 오른손잡이용이다. 더 큰 문제는 오른손은 좋은 것, 왼손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문화의 기저에 뿌리 깊이 깔렸다는 것이다. 우리말에서 오른손은 ‘옳은 손’에서 유래한 것으로 ‘바른손’으로도 불린다. 반면 왼손이나 왼쪽은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왼고개를 젓다”라는 표현은 부정한다는 뜻이며, 한직으로 쫓겨난다는 뜻인 ‘좌천’도 한자를 풀어보면 “왼쪽으로 옮기다”가 된다. 무심코 왼손으로 술잔을 따르다가 어른에게 버릇없다고 혼나기 일쑤다. 그렇다고 왼손잡이나 왼쪽이, 오른손잡이나 오른쪽보다 나쁘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는 두뇌 능력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도리어 왼손잡이가 예술이나 직관력 등에서 오른손잡이보다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도 왼손잡이나 왼쪽이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것이 ‘다수와 소수’의 문제를 ‘바름과 틀림’ ‘우월함과 열등함’ ‘예의바름과 버릇없음’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는, 인간 사회의 전형적인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낯설고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편함이 ‘단지 다를 뿐’인 소수를 버릇없고, 열등하고, 틀린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성적 소수자ㆍ문화적 소수자ㆍ종교적 소수자ㆍ인종적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들은 그저 다수에 속한 나와 달라서 낯설고 어색할 뿐인데 그러한 어색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소수인 상대방을 낮추어보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왼손잡이를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있다. ‘단지 다를 뿐’인 소수를 열등하고 틀린 존재로 런던 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00년에는 약 3%였던 왼손잡이가 2007년에는 전세계적으로 11%를 넘어섰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보면 한 사회 구성원 중 8~15%가 왼손잡이인데 사회ㆍ문화적으로 억압을 받다 보니 1900년에는 겨우 3%만이 내놓고 왼손잡이로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사회가 점차 개방되고 다원화하면서 유전적 왼손잡이와, 실제 생활에서 내놓고 왼손잡이로 사는 사람의 수가 근접하게 됐다. 한 국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왼손잡이 비율은 4.8% 내지 6.6%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개방화ㆍ다원화 정도가 그만큼 처져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비율이 유전적 왼손잡이 비율만큼 높아질 날을 기다려본다. 더불어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시사인 48호' 이 땅의 왼손잡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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