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러시아 가스산업 및 석유산업을 주도하는 양대 축은 국영기업인 가즈프롬(Gazprom)과 로스네프트(Rosneft)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틴 전대통령(2000-2007)은 집권시절 옐친 전대통령(1992-1999)시절 민영화되었던 에너지기업을 재국유화하였고,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상하 부문을 통합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였습니다. 즉, 푸틴은 러시아 천연가스 산업의 첨병으로 가즈프롬(Gazprom)을, 석유산업의 첨병으로 로스네프트(Rosneft)를 삼아 에너지산업을 이끌며 한편으로 국가통제를 강화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러시아 가스산업 및 석유산업의 현주소는 가즈프롬(Gazprom)과 로스네프트(Rosneft)의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성장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가스산업의 첨병, 가즈프롬 가즈프롬(Gazprom)은 현재 세계 3위의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기업입니다(주1). 1989년 고르바초프에 의해 설립될 당시에는 가스부(部) 산하 국영기업에 불과하였습니다. 가즈프롬은 고르바초프에 이은 보리스 옐친 집권 시기인 1993년 국영기업의 사유화 정책에 따라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민영화되었습니다. 하지만, 푸틴이 집권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지분의 50.002%를 확보함으로써 다시 국유화로 전환하였습니다. 그 후 푸틴은 가즈프롬에 대한 일대 개혁을 단행하였고, 가즈프롬은 푸틴의 절대적 지원 아래 석유, 건설 등 실물부문은 물론 은행, 보험 등의 금융과 언론 부문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 특히 2005년 10월에는 러시아 최대 부호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밀하우스 캐피탈이 소유하고 있던 러시아 5위의 민간 석유회사인 시브네프트(Sibneft) 주식 72.66%를 130.91억 달러에 반강제로 인수하여 석유부문으로 진출하였습니다. 그 후 시브네프트를 자회사인 가즈프롬네프트(Gazpromneft)로 흡수 합병한 가즈프롬은 2007년 러시아 전체 천연가스 생산의 84.4%인 5,519억㎥, 석유 생산의 9.6%인 4조5,800만 톤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7월에는 푸틴이 ‘천연가스는 전략물자로 간주되어야 하며 국가이익보호를 위해 가즈프롬에 의해서만 수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가스수출법안에 서명함으로써 가즈프롬은 러시아 석유-가스전에서 생산되는 모든 형태의 가스와 기체 또는 액체 상태로 수송되는 가스에 대해 독점적인 수출권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가즈프롬에 코빅타, 야쿠츠크 등 동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에 대한 독점사업권자의 지위를 부여하였고, 신규 매장지 및 신규 탐사지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부여하였습니다. 이러한 러시아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아래 가즈프롬은 2008년 4월 16일 현재 100% 지분소유기업 74개, 50% 이상 지분소유기업 39개, 50% 이하 지분소유기업 41개, 기타 18개 등 총 17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자회사로는 가즈프롬네트프(러시아 3위 석유회사), 가즈프롬방크(러시아 3위 은행), 가즈프롬미디어(최대 미디어그룹), 가즈프롬아비아(러시아 10위 항공사), 러시아 최대 보험회사인 소가즈(SOGAZ)보험이 있습니다. 가즈프롬의 임원진은 대부분은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들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3. 석유산업의 첨병, 로스네프트 로스네프트(Rosneft)는 현재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으로 러시아 정부가 75.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연방정부의 석유부문 사유화 정책에 따라 소련의 석유가스부(Ministry of oil and Gas)의 후신인 Rosneftegaz가 소유한 자산에 기반하여 1993년 설립되었습니다. 옐친 정부시절 로스네프트는 잦은 경영진 교체와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원유생산에 있어 그 규모가 약 1/3로 축소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푸틴 정부시절인 2001년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물분배계약(Product Sharing Agreement)에 의한 석유부문 개발프로젝트 정부 대행업체로 선정되었고, 2002년부터는 사할린(사할린 프로젝트III, V), 카스피해, 동시베리아 지역 유전개발에 있어 독점적인 라이센스를 취득하였습니다. 2004년 12월에는 푸틴의 유코스(Yukos) 해체를 통한 석유산업에 대한 정부통제 강화전략에 따라 유코스의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Yuganskneftegaz)를 약 93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순식간에 루코일(Lukoil)에 이어 러시아 2위 석유메이저 기업으로 급부상하였습니다(주2). 그리고 2006년 6월 TNK-BP로부터 우드무르트네프트(Udmurneft)를 약 35억 달러에 인수하였고, 2007년 5월에는 유코스의 남은 핵심 자회사인 톰스크네프트(Tomskneft)와 사마라네프테가즈(Samaraneftegaz)를 68억 달러, 64억 달러에 인수함에 따라 원유매장량, 원유생산 및 정제 등에 있어 루코일(Lukoil)을 제치고 러시아 최대 석유업체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4. 자원민족주의 심화를 위한 러시아 연방법률의 제ㆍ개정 2008년 4월 29일 발효된 「국방 및 국가안보를 위해 전략적 의미를 갖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절차에 관한 연방법률」(이하 ‘전략기업 투자절차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가 동법에 명시된 국방 및 국가안보 관련 전략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설립되는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전략기업 투자절차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i) 기상, 암호해독, 항공ㆍ우주, 핵 및 방사능 물질 처리, 비밀정보 취득, 무기 및 방위산업 장비, 탄약, 병기, 실탄, 방역, 정보 보호, 통신서비스, 수산업, 지하자원에 관한 지질 조사 및 탐사, 채굴, 일정 범위 이상의 방송(TV, 라디오), 일정 규모 이상의 출판 등 42개 전략산업분야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하 ‘전략산업체’) 및 (ii) 연방정부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지하자원의 탐사 및 채굴권을 보유하는 기업(이하 ‘주요자원 개발 기업’)의 지분 취득과 관련하여 투자의 제한을 받습니다. 전략산업체의 경우 외국정부기관 투자자(외국정부, 국제기구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법인)는 전략산업체 의결권의 25%미만까지, 그 외 외국인 투자자는 50% 미만까지 자유로운 취득이 가능합니다. 외국 정부기관 투자자가 전략산업체 지분의 25% 이상 또는 그 밖의 외국인 투자자가 50% 이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지분의 처분 등에 관하여 수탁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제한을 받습니다. 한편, 주요자원 개발 기업의 경우 외국정부기관 투자자는 5%미만까지, 그 밖의 외국인 투자자는 10%미만까지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합니다. 외국 정부기관 투자자가 주요자원 개발 기업 지분의 5% 이상 또는 그 밖의 외국인 투자자가 10% 이상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역시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전략기업 투자절차법은 외국정부기관 투자자의 전략기업에 대한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외국정부기관 투자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전략기업의 지분을 50% 이상 취득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는 2008년 5월 「‘국가의 방위 및 안보 확보에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절차에 관한 연방법’ 제정과 관련한 러시아연방 개별법규의 개정 및 효력상실에 관한 연방법률」을 공포하여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지하자원 개발을 제한하였습니다. 이 법은 외국인 투자자가 ① 원유 7,000만톤 이상, 가스 500억㎥ 이상이 매장된 개발구역의 채굴면허를 소유한 회사, ② 금 50톤, 구리 50만톤 이상 매장된 개발구역의 채굴면허를 소유한 회사, ③ 다이아몬드, 우라늄, 백금, 니켈, 코발트, 리듐 플래티늄 등 대륙붕에 위치한 개발구역에 대한 채굴 면허를 소유한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에 적용됩니다. 지하자원 개발구역에서 위에 언급된 광물이 발견될 경우 러시아연방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여한 기존 광업권 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략광구(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량이 확인된 육상광구와 대륙붕 매장지 등을 전략광구로 지정함)에 대해서 지분율 50% 미만의 합작기업의 형식으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가 1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외국인이 적법한 광업권 면허에 따라 지질조사를 하던 중에 전략광구를 발견할 경우 일정 기간 내에 50% 이상의 지분을 러시아연방 국영기업에게 양도하여야 합니다. 해양광구의 개발권은 이 분야 5년 이상의 개발경험을 가지고 있고,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만 주어지는데, 현재 러시아 국내에 위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앞서 설명한 가즈프롬과 로스네프트 두 곳 뿐입니다. 이렇듯 러시아가 에너지 및 광물자원 개발을 경제 개발과 지역 인프라 구축의 수단으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중앙 정부 차원의 사전 협력 없이는 러시아의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참여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 (주1) 가즈프롬은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인 1989년 에너지 산업의 구조개혁을 위해 국영 석유-가스통합회사에서 가스분야를 분리해 설립한 가스 콘체른(Gas Concern)입니다. 회사명은 가스산업을 뜻하는 ГАЗовая ПРОМыщленность의 일부를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주2) 2004년 10월 러시아 조세당국은 유코스의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Yugansknefte-gaz)에 95억달러 및 톰스크네프트(Tomskneft)에 3천 3백만 달러의 체납세금을 부과하고, 유코스의 체납세금 납부부진의 책임을 물어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공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미국 내 소규모의 재산을 가지고 있던 유코스는 미국 파산법에 따라 미국 휴스턴의 파산법원에 공매중지신청을 하였고, 미국 휴스턴 법원은 12월 16일 이를 받아들여 10일간의 공개매각 잠정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공개매각중지명령에도 불구하고 공개매각절차를 강행하였고, 12월 19일 공개입찰에서 ‘바이칼 파이낸스 그룹(Baikal Finance Group)’이 약 93억달러에 유간스크네프테가즈 지분 100%를 인수하였습니다. 그리고 12월 22일 로스네프트가 바이칼 파이낸스 그룹을 인수함으로써 유간스크네프테가즈의 지분 100%는 국영화가 된 것입니다. 바이칼 파이낸스 그룹은 유코스 강제매각의 법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하여 공개입찰을 위해 급조된 유령회사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유코스 강제매각에 대해 설명하는 공개석상에서 이 회사의 이름을 잘못 언급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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