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가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경제도 지난 2008년 4분기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고, 올 상반기에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2%에서 -3.7%로 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제 여건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8년 12월 18일에 '2009년도 업무계획'을 내 놓은 바 있습니다. 그 주요내용은 서민과 중소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업규제를 완화하며, 소비자 권익 증진 및 경쟁법 집행의 국제화 추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독점규제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1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규제법률입니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이라고 하여 독점적 시장구조나 불공정한 경쟁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경제위기를 핑계로 경제력 집중을 도모하거나 반시장적 행위를 합리화시키고자 할 유인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경쟁법 집행의 우선 순위를 정하여 행정역량을 집중 투입해야 하는 경쟁당국으로서는 이러한 국가경제 여건을 전혀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러한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업무계획은 현실 경제상황을 상당부분 반영하여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계획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올 한 해에는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첫째, 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의 가격담합에 대한 집중 감시가 예상됩니다. 올해 초 이미 교복값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내사가 착수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교육, 자동차, 이동통신, 석유, 의료분야가 5개 중점감시업종으로 선정되었고, 은행수수료와 보험료, 영화관람료, LPG 및 유류 등 분야에서의 담합을 적발해 내기도 하였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08년 9월 30일을 기준으로 80건의 담합에 대해 시정명령, 53건의 담합에 대해 1,7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으며, 그 중에는 형사고발도 5건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컨대, 가격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는 향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중점 업무로 자리할 것입니다. 둘째, 불법다단계ㆍ상조업ㆍ대부업 등 서민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와 가맹사업과 같이 생계형 소자본 창업자의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감시가 예상됩니다. 불법다단계ㆍ상조업ㆍ대부업과 가맹사업은 경제사정의 악화 및 실업률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분야입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이 -2%로 떨어지면 일자리는 18만개가 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IMF의 전망치(-3.7%)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추락한다면 일자리는 거의 40만개 이상 사라지는 셈입니다. 2008년 12월말 기준으로 공식적인 실업자 수는 78만 명에 이르러 곧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수치는 공식실업자를 말하는 것이고, 실질실업자는 200만 명이 넘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서민들은 고수익을 보장하는 불법다단계에 현혹되거나, 소자본 창업을 위해 가맹사업과 대출 등에 관심을 둘 것이고, 그에 따라 악덕 사업자에 의한 서민 피해가 증가할 개연성 또한 높습니다. 최근 상조업체의 불공정약관이나 부도ㆍ폐업 후 잠적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셋째, 중소기업 보호를 위하여 불공정하도급거래와 백화점 및 대형할인점 등 유통분야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상시 감시가 예상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 대기업 등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업자는 그 비용을 열위의 사업자에게 전가하고픈 유인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부당한 단가인하, 기술탈취, 대물변제와 같은 불공정행위가, 그리고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는 부당반품이나 판촉비용전가행위 등의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최근까지 76개 대기업과 약 27,000개의 협력업체 사이에 공정거래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계속적으로 협약의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규제는 당분간 완화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M&A에 있어서 기업결합심사에 따른 기업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입니다. 지난해 이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이 상향 조정되었는데, 올해에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 및 PEF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각 경제주체 모두가 합심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특정 경제주체에게 부당한 희생이 강요되어서는 진정한 경제위기 극복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모도한다는 공정거래법의 입법목적은 어떠한 경제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유용한 덕목입니다. 법무법인 지평 박형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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