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건국이래 처벌 가능한 음란물에 대하여 단호하고 변화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 기준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과도하게 성감을 자극하고 건전한 성풍속이나 성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면 영상이나 도화가 예술적 측면이 있더라도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장선우의 ‘거짓말’, 박진영의 ‘게임’, 마광수의 작품 등의 고발,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법률가로서 이러한 사법부의 보수적인 성향이 변화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몇 년 전 성인관련 사건을 맡게 되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러하다. 당시 인터넷의 해악에 대하여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전국 경찰의 사이버수사대에서 수 많은 인터넷성인물 업체에 대하여 기획수사를 진행하였고, 대법원을 거쳐 유죄 확정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의 죄명 외에 ‘사기’가 추가된 것이다. 성인사이트 운영자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필한 통상의 성인에로영화만을 제공하고 있어 무삭제 포르노 등 음란 동영상을 보여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를 제공할 것 같은 과대광고를 하였다는 취지였다. 수만명의 회원 중에 고작 속았다는 4~5명의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해서 대법원까지 사기로 확정한 것이다. (항소심판결이 정당하다는 간단한 說示만 있었음) 실제로 포로노 동영상을 제공한 업자들은 벌금이나 단기간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에 비추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연히 음란부분만 판단을 받은 결과이다.) 그러나 2008년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처음으로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였고 나아가 음란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사기죄의 부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나 음란부분에 대하여는 지금까지의 사법부의 태도에 비추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그 변화가 무척 놀라웠다. 사실 사건상의 동영상들이 케이블티브이의 성인방송이나 에로비디오의 영상과 전혀 다를 바 없어서 음란성에 대한 이중의 잣대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던 차에 대법원이 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사실 조금 장황하게 이러한 서두를 말한 것은 한국사회의 성의식을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사회의 성(性) 붕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미디어의 발달은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만들기보다 비정상적인 성의식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실제로 하루에도 수십만의 청소년, 성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온갖 음란물을 쉽게 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성의식은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의식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성은 항상 상존하는 문제이면서도 은밀하고, 점잖지 못한 것이라고 피하는 것이 문제이다. 학교나 기관의 성교육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단언해도 될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성이 은밀하게 전수되고 왜곡되다 보니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모두 극심한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사회면을 장식하는 민주노총 성폭행이나 살인마 강호순 등이 체계적인 교육 없이 억누른 성의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 없다. 필자는 법률가이지 성문제 전문가는 아니나 미디어 홍수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성문제에 대하여 감추고 억눌러 수면아래에서 해결하려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다양한 성매매 영업이 이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한다.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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