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유] 지평 || 미국 통신 - 미국의 도서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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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신 - 미국의 도서관 이야기

2007.06.12

미국은 거주지 부근에 공공도서관이 매우 많고 운영도 잘 되고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에 MBC TV에서 "느낌표"라는 주말프로그램 중에 "기적의 도서관"인가 하는 제목으로 공공도서관 설립 운동을 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제가 살던 비치우드시(Beachwood City)는 미국 북동부 오하이오주의 카야호가 카운티(Cayahoga County)에 속한 작은 도시(City)로, 보통은 광역 클리브랜드(Greater Cleveland)라고 알려진 대도시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미국의 경우 거주지는 보통 시티(City)라고 불리우는 작은 마을이나 도시로 구역을 나누고, 법원의 관할구역이나 연방의회의 선거구 등은 보통은 여러 시티로 구성된 카운티 단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가 있는 클리브랜드에는 주사무소외에 30여개의 분관으로 구성된 클리브랜드 공공도서관(Cleveland Public Library)이 있으며, 행정기능 중심의 카야호가 카운티에는 별도로 30여개의 분관으로 구성된 카야호가 카운티 공공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도서관은 인근의 다른 공공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과 연계하여 자료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으로 회원등록을 하면 누구든지 위와 같은 60여개 이상의 도서관에 들어가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주차는 물론 도서관 출입, 개가식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의 책 열람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신분확인 요구나 검사가 없습니다. 나아가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가서 주민임을 확인하여 도서관 회원증을 발급받으면 관외 대출도 가능합니다. 보통 책은 3주 정도, 비디오테이프나 DVD는 1주간 빌려본 후에 반납하면 됩니다. 대출받은 후에 인터넷으로 연장신청도 가능한데 다만, 인기있는 책이나 DVD처럼, 연장신청 전에 다른 사람의 예약이 있는 때에는 연장이 불가능합니다. 자료를 빌리는 것은 물론 반납 역시 본사무소와 연계된 어떤 분관에 하여도 됩니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하여, 연계된 모든 도서관의 자료를 통합적으로 검색하여 대출가능여부를 확인하여 대출신청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찾으러 갈 분관을 지정하면 그곳에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이메일이나 전화로 찾아가라는 연락이 옵니다. 도서관마다 모두 무선랜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개인노트북 활용이 가능하고,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어서 주차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대학도서관의 경우에도 거의 비슷한데 저를 중심으로 말하자면, 로스쿨도서관-대학종합도서관 및 그 분관-오하이오링크(오하이오주 전역의 대학, 연구기관 및 일부 공공도서관의 연결시스템)로 연계되어 운영되며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였으나 로스쿨도서관에 없거나 대출중일 경우 오하이오주의 다른 대학도서관에 보관된 자료를 전해 달라고 신청하여 본교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연계된 도서관의 자료의 경우엔 인터넷으로 신청후 보통은 3일 정도 기다리면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대학도서관이 좋은 점은 전문적인 자료가 풍부하고, 일부 학술논문의 경우 다른 도서관에 보관 중인 관내열람용 자료의 복사본을 신청하면 종이 복사본이나 PDF 파일의 형태로 받을 수 있으며 모두 무료입니다. 
 
저의 경우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비치우드 도서관에서는 학교도서관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영화 DVD를 많이 빌려보았습니다. 저와 별도로 회원등록을 한 아내는 주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도라 이야기"등의 DVD를 빌려와서 아이들이 즐겨보곤 했습니다. 제가 빌려본 DVD 중에 인상적인 것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 이라는 제목으로 TV에서 방영되기도 하였던 "To Kill a Mockingbird"(직역하면 "앵무새 죽이기") 영화 DVD가 있습니다. 그레고리펙이 모범적인 아빠이자 소신있고 유능한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로 열연한 영화가 포함된 2장짜리 DVD입니다. 첫번째 디스크에 있는 본 영화 외에 주연배우 그레고리펙이나 영화 원작의 작가와 인터뷰한 내용 등이 두번째 디스크에 나와서 모두 매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에 비하여 대학도서관에서는 최근에 발간된 교과서나 제가 관심이 있는 보건법, 의료과실소송 관련 전문자료집을 연계도서관으로부터 대출받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책들은 자주 개정이나 증보가 되고, 두꺼우며 값도 매우 비싼 편인데 비하여 그 내용을 전부 읽어야 할 필요는 거의 없고 일부 내용만 찾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런 자료를 보기 위하여 책 자체를 구입하거나 보관중인 도서관에 가야 한다면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상당했을 것입니다. 제가 빌려본 자료 중에는 "Healthcare Standards 2006"이라는 책이 있는데, 미국의 주요 전문 의학회에서 학회지등을 통하여 수시로 발표하는 각종 의료행위 표준원칙 지침들을 찾기 쉽게 소개하는 검색집으로 매년 개정판이 발간됩니다. 예를 들어 이른바 라식 수술의 치료원칙은 미국안과학회지 2003년 2월호, 2004년 6월호 몇면에 보면 나와 있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책 자체에는 위와 같은 치료원칙 내용 자체는 없고 다만 어떤 책(학회지등)을 찾아보면 그런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책인데 무려 3천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방대한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2007년 개정판의 경우 가격이 465달러나 합니다. 제가 재학했던 대학에는 이책이 없어서 오하이오링크라는 도서관 연계시스템을 이용하여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책을 빌려보았습니다. 만일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차로 두시간 이상 걸리는 위 대학에 가서 그것도 관내에서만 보아야 했을 것이니 이 제도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위 책에서 제가 본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 부분은 대략 훑어보고 학교도서관으로 반납했습니다. 사실 이런 도서관간 상호대차 시스템은 국내에서도 잘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영화 DVD나 고가의 전문자료집도 그 대상이 될 수 있고,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이 연계하여 자료 대출을 한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대학도서관의 서비스 중에 한가지 더 유익한 것을 소개하자면, 졸업생 회원제도가 있습니다.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연구나 도서관이용을 하고자 할 경우 연간 100불 정도의 회비를 내면, 대학도서관 소장 자료의 관외대출은 물론 주요 학술지의 전문이 포함된 상당한 양의 온라인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재학중인 대학에서는 "Health Matrix"라는 보건법 전문 저널을 연간 2회 발행하는데 위 책의 전문(full text) 내용이 원문 그대로 실린 PDF 파일을 인터넷을 통하여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Westlaw나 Lexisnexis의 경우 전문을 볼 수는 있으나 본문의 각주(footnote)가 미주(endnote)로 처리되어 있고 원문의 편집구조나 표를 쉽게 살펴 볼 수 없어서 불편한 점이 있으며 주로 법률자료에 집중된 것과 비교됩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외국유학생의 경우 귀국 후에는 미국내 졸업생들처럼 직접 방문을 통한 도서관내 자료의 열람이나 관외대출을 할 수는 없지만 온라인서비스를 통하여 미국의 주요 로스쿨이나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각종 전문학술지 내용 중 일부를 원문 그대로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일부 대학에서도 이런 졸업생 도서관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졸업한 대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도서관 소장 자료의 양이나 내용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많이 뒤떨어져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기술로써 인터넷의 발달 수준은 우리나라가 오히려 미국보다 앞서 있는 분야도 있을 정도이니 머지 않아 상당한 대학도서관들이 이런 졸업생회원제도를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통하여 대학도서관은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에게도 지속적인 지식과 정보제공의 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도서관의 확충과 구비자료의 증대, 다수 도서관 사이의 통합적인 검색 및 대출 등의 환경개선으로 좀더 많은 시민과 특히 어린이들이 도서관을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실 저희 집 부근의 비치우드 도서관에서는 대학도서관의 자료까지 대출하여 줄 수 있을 정도로 도서관 사이의 상호 연계가 발달되어 있는 정도이니 우리나라가 이런 수준으로 까지 발전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클리브랜드 공공도서관 홈페이지(http://cpl.org/)에는 공공도서관을 "민중의 대학(People´s University)"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도서관이야말로 민중의 지속적인 교양과 지식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대학의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면서 글을 맺습니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미국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유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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