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사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소고 1. 들어가며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건설회사와 금융기관이 주도해 만든 미분양 아파트 리츠 상품을 인가하였습니다. 그 운용 구조를 보면, 금융회사와 민간투자자,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업체가 기업구조조정 리츠에 투자하고 리츠회사(페이퍼컴퍼니)는 매입한 아파트를 일정 기간 임대 등으로 운용한 뒤 되팔아 매각 수익을 거두는 형태입니다. 또한 매각 시점에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청산이 안 되면 대한주택공사가 분양가의 약 70%대로 되사기로 약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는 미분양 리츠를 지원하기 위하여 배당소득세, 취ㆍ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감면을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중이라고 합니다. 최근 전세계가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각국 정부는 이와 같이 자국 산업을 보호ㆍ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 정부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업체에 대한 지원을 이미 실행중이고, 일본 정부가 최근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반도체에 대한 상계관세를 철폐한 배경에는 자국의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가 자칫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목표로 하는 WTO 협정에 위반된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외환위기 당시 국책은행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 지원과 관련하여 WTO 협정이 제한하는 보조금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로부터 반도체, 철강 제품 등에 대한 상계관세를 부과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미분양 아파트 리츠에 대한 지원과 같이 건설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하여서는 이러한 보호무역이라는 논란이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나 반도체와 달리 건설업의 경우 어떠한 이유로 보호무역의 논란으로부터 벗어나 있는지, 과연 자국 건설업에 대한 지원이 WTO 협정상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WTO 협정상 상품 무역과 서비스 무역의 구분 WTO 협정은 본 협정 외에 6개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에 대해서는 이를 분리하여「상품 무역에 관한 다자간 협정」(이하 ‘상품협정')과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이하 ‘서비스협정') 이 각각 규율하고 있습니다. 상품협정과 서비스협정은 각각 상품/서비스에 대한 보조금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는 내용이 다른데, 상품협정의 부속 협정인「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이하 ‘보조금협정')은 금지ㆍ제한되는 보조금의 요건을 자세히 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서 상대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협정도 보조금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으나(서비스협정 제15조), 그 내용은 ① 무역왜곡효과를 가져오는 보조금의 방지를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과, ② 보조금을 지원한 회원국에 대하여 상대국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미분양 아파트 리츠의 경우, 그 외관상 아파트라는 ‘물건'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업은 상품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분류됩니다. WTO 협정이 국가간 교역을 규율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아파트나 주택, 공장과 같은 건물 자체를 수출 또는 수입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건설사들이 건물을 짓는 ‘일'을 하는 것이 교역의 대상이 됩니다. 즉 우리 건설사들은 해외 발주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현장에서 건물을 짓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WTO에 제출한 서비스협정의 양허표에서도 Architectural services, Engineering services, Construction service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설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하여서는 서비스협정의 적용을 받으므로, 자동차나 반도체의 경우와 같은 보조금 및 상계관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지 않는 것입니다. 3. 서비스 무역의 기본 원칙 그렇다면 건설업과 같은 서비스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일까요? 상품 무역에 대한 보조금을 제한하고 상대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자유로운 국제무역을 위한 여러 원칙과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WTO 협정은 자유로운 무역을 위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전제로 하는데, 그 내용은 서비스협정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 원칙으로는, ① 최혜국 대우의 원칙, ② 공평한 규제의 원칙, ③ 시장 접근 허용의 원칙, ④ 내국민 대우의 원칙을 들 수 있습니다. 서비스협정에 반영된 기본 원칙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최혜국 대우 : 각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하여 그 밖의 국가의 동종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하여 부여하는 것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여서는 안된다(서비스협정 제2조). ② 공평한 규제 : 각 회원국은 서비스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조치(규제)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되도록 보장하고, 자격요건과 절차 등과 관련된 조치가 불필요한 장벽이 되지 아니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서비스협정 제6조). ③ 시장 접근의 허용 : 각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하여 자기 나라의 양허표상에 합의되고 명시된 제한 및 조건 하에서 규정된 대우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여서는 안된다(서비스협정 제16조). ④ 내국민 대우 : 각 회원국은 자기 나라의 양허표에 기재된 분야에 있어서 양허표에 명시된 조건 및 제한을 조건으로, 다른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게 자기 나라의 동종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것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여서는 안된다(서비스협정 제17조). 국내법과 정부 정책은 건설업을 지원할 때 위와 같은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따라서 지원 대상을 국내 업체로 제한하여서는 안되고, 외국 업체의 국내 영업 활동을 보장하며 이들을 국내 업체를 공평하게 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4. 나오며 서비스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지원 조치로 인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이 왜곡되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에 대해서는 상품의 수입 통관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이 보조금을 상쇄하는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서비스협정은 보조금의 제한요건 및 대응 조치에 대하여 회원국들이 계속하여 협의하도록 하는 외에 이를 규율하지 않고 있고, 별도 협정에 대해서는 회원국간에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건설업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정부의 지원은 WTO 협정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으로 1999년식 이전의 자동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구입할 때 세제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대상 차종을 국산 뿐만 아니라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원을 하기로 한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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