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가끔 고객으로부터 '절세'와 '조세회피행위'는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고객에게 명쾌한 답변을 못해 난감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만큼 '절세'와 '조세회피행위'는 구분이 모호하고 개념의 외연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직접적인 답변보다는 법원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절세'이고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조세회피행위'라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납세는 모든 국민의 의무인 반면 반대급부 없는 금전의 지급이므로 누구나 세금을 줄이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리고 세무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실제로 세금을 줄이기 위하여 많은 방법이 동원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행위가 '절세'로 인정되지만 때로는 '조세회피행위'로 취급되어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가산세의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습니다. 최근 많은 논의가 있던 '엔화스왑예금'에 대하여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이 기회에 '절세'와 '조세회피행위'의 구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세무상담을 하다 보면 세금을 줄이기 위하여 소득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흔히 '명의신탁'이라고 불리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과세되는 금액이 커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그 외에도 '1세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상장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한 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등 재산이 많은 사람에 대하여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소득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하는 행위가 세법상 인정된다면 재산의 분산을 통하여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은 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것이고, 소득을 발생시킨 거래행위ㆍ자산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그 소득을 명의자의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Holmes 판사는 "나무의 열매는 그것이 연 나무에서 다른 나무의 것으로 귀속시킬 수 없다"는 비유로 이와 같은 원칙을 표현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소득이나 재산에 대하여 명의자가 아닌 실지 귀속자가 따로 있다면 그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납세의무를 진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으므로 소득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한다면 이는 '조세회피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으로 세법의 혜택을 받기 위하여 하나의 행위를 인위적으로 둘 이상의 행위로 나누거나 거래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이상한 거래형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다단계행위, 우회행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단계행위, 우회행위는 행위의 경제적인 효과는 일반행위(통상적인 세금을 내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겠습니다)와 동일하나 행위형식에 따라 과세할 경우에는 세금을 적게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행위에 대하여 세금을 달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절세'로 인정할지, 아니면 '조세회피행위'로 보아 과세할지가 문제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소득이나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세회피행위'로 인정하는 데에 큰 이론이 없기 때문에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이에 대한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점은 이미 세법에서 많은 다단계행위, 우회행위에 대한 처리방법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세법에 처리방법이 규정되지 않은 다단계행위나 우회행위에 한정된다는 점입니다. 학계에서는 이에 대하여 '경제적 관찰방법'과 '법적 관찰방법'으로 견해가 나누어져 있고,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관찰방법에 따르면 경제적 효과가 동일한 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과세되어야 하므로 다단계행위나 우회행위는 일반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법적 관찰방법에 따르면 세법은 과세요건으로 정해진 법 형식에 대하여 납부할 세금을 규정한 법이므로 다단계행위나 우회행위의 법 형식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다단계행위나 우회행위가 법 형식에 따라 일반행위와 다르게 과세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법적 관찰방법은 "국가는 법률의 근거 없이 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조세법률주의를 근거로 합니다. '경제적 관찰방법'과 '법적 관찰방법'의 논거는 모두 일응 타당하고 학계의 대립도 팽팽하여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본질로 하는 세법의 속성과 '경제적 동일성'에 대한 평가가 곤란하다는 점 때문에 현실적으로 '경제적 관찰방법'에 따른 과세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에서도 과거 다수의 판결에서 '법적 관찰방법'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고, 최근 엔스왑예금에 대한 판결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한 원심을 인정하여 '법적 관찰방법'에 따르는 입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습니다. "납세의무자가 경제활동을 함에 있어서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도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과중한 세금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하며,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하여 납세의무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이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두525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1. 28. 선고 2009구23565 판결)" 결국 현재 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세법에 규정되지 않은 다단계행위, 우회행위를 통하여 세금을 줄이는 방법은 '조세회피행위'가 아닌 '절세'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이 신설되어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는 규정이 추가되었으므로 이와 같은 법원의 입장이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김희석 변호사
본 웹사이트의 모든 내용은 오로지 법무법인(유) 지평의 소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것이며, 법률적 자문이나 해석을 위하여 제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 웹사이트의 내용에 근거하여 어떠한 조치를 함에 있어서 반드시 법률자문을 구하셔야 합니다.
법무법인(유한) 지평은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무법인(유한)으로서, 담당변호사가 수임사건에 관하여 고의나 과실로 위임인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변호사법에 따라 그 담당변호사와 법무법인(유한) 지평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담당변호사를 지휘· 감독한 구성원변호사도 지휘· 감독을 함에 있어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