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고용안정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기업의 경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장기고용 유지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노동부라고 불리웠던 관련 부처의 명칭이 '고용노동부'로 바뀐 것도 이런 시대변화의 결과입니다. 이에 따라 실업의 예방이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고용보험사업의 중요성도 높아졌습니다. 고용보험제도는 실직근로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안정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 등을 실시하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실업급여의 재원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공동부담하고, 고용안정사업 및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사업주가 단독으로 부담하여 마련됩니다. 고용보험사업 중 실업급여는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실직근로자에 대하여 구직기간에 일정급여를 지원해 주는 제도입니다. 고용안정사업은 노동시장의 여건변화에 대응하여 고용을 유지하는 사업주와 근로자를 지원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수단입니다. 직업능력개발사업은 실직자의 재취업을 촉진하고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및 고숙련 사회로의 전환 등 환경변화에 맞게 기업 또는 근로자가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직업능력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고용보험사업에 사용되는 실업급여나 장려금, 지원금 등은 실업의 고통완화나 예방, 고용촉진 및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사용되어야 하므로 부정한 방법으로 취하는 자에게는 엄격한 제재가 내려집니다. 그 제재의 형태는 부정하게 지원받은 돈의 반환, 동액 상당의 추가징수 및 부정하게 지원받은 날 이후 일정기간 지원제한처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제재규정이 있음에도 고용보험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 감사원이 2007년부터 약 3년간 고용보험 부정수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111억원의 부정수급이 이루어졌다는 기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를 가함에 있어서도 적절한 한계가 있어야 합니다. 즉 사소한 잘못에 대하여 너무 큰 제재를 가하는 것은 비위와 제재 사이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고, 해당사업의 수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보험법상 부정수급에 대한 제재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대법원은 2010. 4. 15.에 선고한 2009두22584판결을 통하여 고용보험법에 위반하여 부정하게 지원금을 받은 사업주에 대하여 이미 부정하게 지급된 지원금의 반환과 동액 상당의 추가징수는 물론이고 지원금 지급일로부터 1년간 지원받은 돈 일체의 반환도 모두 적법한 행정처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대법원 판결 내용 중 부정한 신청에 따른 지원금의 반환이나 동액 상당의 추가징수는 그 타당성에 큰 의문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정한 지원금 수급(신청)일로부터 1년간 이루어진 고용보험사업의 경우 그 자체에 아무런 부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원금 일체의 반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부분은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원고는 소프트웨어개발 회사입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는 2006. 5. 16.부터 2007. 8. 28. 사이에 이미 고용되어 있어서 신규고용촉진장려금 지급대상이 될 수 없는 근로자 두명을 신규채용하는 것처럼 꾸미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장려금 약 990만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이에 대하여 관할노동관서인 피고는 2008. 11. 27.에 구 고용보험법시행령 56조를 적용하여, 위 금액 전액의 반환명령, 동액 상당의 추가징수 및 지급제한기간인 2006. 5. 16.부터 2008. 8. 27.까지 지급된 지원금 합계 약 1억5,450만원 전액의 반환명령이라는 처분을 발령하였습니다. 원고는 대상근로자 두명은 신규채용된 것이 맞다면서 피고의 처분은 전부 위법하다고 다투었습니다. 나아가 설령 원고의 부정수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일자로부터 1년간 지급된 지원금은 적법한 고용보험사업에 대하여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고용보험법 시행령 56조 2항에서 피고가 반환을 명할 수 있는 지원금은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받은 것에 한정해야 하므로 지원제한기간의 지원금 전부에 대한 피고의 반환명령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부정하게 신청한 것으로 인정된 지원금 및 추가징수금(각 약 990만원)을 초과하는 약 1억54,450만원(지급제한기간 중 지원금)의 반환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2008구합49636).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2009누15854) 역시 1심 판결을 유지하고 원고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특히 쟁점이 된 지급제한기간 중 지원금 전액의 반환명령이 적법한지에 대하여 1심과 항소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먼저 1심의 주요 판단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고용보험법 26조의 5(후에 35조로 변경)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노동부장관은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된 것에 대하여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보여지고,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원된 것이 아닌 지원금까지도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당연히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2) 고용보험사업에 따른 각종 지원금에 대한 반환명령은 보험재정상의 손실을 회복하기 위한 원상회복의 성질을 가지므로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의하여 지급받은 지원금의 반환을 통하여 원상회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당한 지원금에 대하여서까지 반환을 명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징벌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법은 징벌적인 의미로서, 부정하게 받은 지원금 상당액을 추가징수하고, 장래에도 지원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이런 상황에서 이미 정당한 지원금으로 알고 지급받은 사업주에게 지원제한기간 중 고용보험사업 지원금 전액에 대한 반환명령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 된다는 것입니다. 항소심은 위 판단을 유지하면서 부당수급자에 대한 지원제한기간 중 지원금의 반환명령을 통해서 부당수령자에 대한 제재를 실현하고 장래의 부당지급을 예방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지급된 지원금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반환명령을 내리는 것은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부당하다는 판단이유를 추가했습니다. 위 판결에서 인용된 법령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 고용보험법(2007. 5. 11. 법률 제84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의5 (2007. 5. 11. 법률 제8429호에 의해 35조로 변경됨)(부정행위에 따른 지원의 제한 등) ① 노동부장관은 거짓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이 장의 규정에 의한 고용안정ㆍ직업능력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은 자 또는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원을 제한하거나 이미 지원된 것에 대하여 반환을 명할 수 있다. 구 고용보험법 시행령(2009. 3. 12. 대통령령 제213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56조 (부정행위에 따른 지원금 등의 지급 제한) ② 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1항 각 호의 지원금, 장려금이나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받거나 받으려 한 자에 대하여는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받은 날이나 지급 신청을 한 날부터 1년 동안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을 지급하지 아니하며, 노동부장관은 지급제한기간에 지급된 지원금, 장려금 또는 직업능력개발 훈련비용에 대하여는 반환을 명하여야 한다. 구고용보험법 규정에 의하면 고용보험금을 부정하게 지원을 받았거나 신청한 자에게 노동부장관이 그 지원을 제한하거나 이미 지원된 것에 대한 반환을 명하는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령인 '시행령'에 의하면 노동부장관은 사업주가 부정하게 지원금등을 받은 날 혹은 신청한 날로부터 1년간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급제한기간에 지급된 지원금은 반환을 명해야 합니다. 즉 법률에는 이미 부정하게 지원받은 것(만)을 반환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것과, 부정수급자에 대하여 (장래에) 지원을 제한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부정수급자에 대한 지원제한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 상한과 같은 대강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나아가 부정수급 적발 당시에 이미 지원제한기간(부정수급일로부터 1년간)이 경과한 경우에 정당한 고용보험사업 수행의 대가로 적법하게 지급된 지원금에 대하여 사후에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해석할 만한 근거규정도 없습니다. 지원제한기간이 경과한 후에 이미 지급된 지원제한기간 중 지원금에 대한 반환명령에 관한 규정은 고용보험법에는 근거규정이 없이 그 시행령에서 비로소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사건의 1심 및 항소심이 원고에게 부정수급 금액의 반환 및 동액 상당의 추가징수만이 적법하고, 지급제한기간이 경과된 시점에서 이미 지급된 지원금 전액(그 자체로 보아 적법한 고용보험사업 수행의 대가)을 무차별적으로 반환할 것을 명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상 요구되는 행정의 법적합성, 비례성의 원칙에 부합하는 타당한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부정수급 후 지원제한처분의 발령시기가 지급제한 기간이 완전히 경과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소급적 제재라는 사실을 과소평가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부정수급을 이유로 장래 1년간 지원을 제한한다고 처분을 했다면 당연히 그런 사정을 전제로 하여 고용보험사업의 규모나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 이런 불의타를 가하게 되면 속수무책입니다. 정당한 사업의 수행 지원금으로 받은 돈을 고스란히 반환해야 합니다. 나아가 부정수급의 규모나 그 방식에 상관없이 부정수급일 이후 1년(12개월)간 획일적인 지원제한처분 역시 불합리합니다. 아주 사소한 실수로 지원금 1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된 사업주에게 1억원이나 그 이상 즉 수천배 이상의 지원금 반환이라는 제재가 내려져도 적법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하는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판결이 그대로 굳어진다면 사업주들은 고용보험사업의 일환인 고용안정사업이나 직업능력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대기업일수록 사업주가 사전에 알기 어려운 실수에 가까운 부당 청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하거나 우연한 실수가 한번 있었던 경우에는 그 이후 1년간의 고용보험사업이 사후에 전면 지원불가라는 불의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은 사업주의 예측가능성을 중대하게 침해합니다. 고용보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관서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용보험법 시행령 및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지원제한기간의 기산일은 수급일이 아니라 처분일(처분을 발령한 날)로 고쳤습니다[직업능력개발법시행규칙 22조 별표 6의2, 1. 가. 2)]. 지원제한의 정도도 부정수급의 규모(금액이나 전체 지원금에 대한 비율)에 비례하여 3개월(90일)에서 1년(360일)이 되도록 개선했습니다[위 시행규칙, 고용보험법 시행령 56조 2항 별표1]. 이런 사정을 두루 종합해 보면 대법원이 지원제한처분이 발령된 날에 이미 지원제한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도 1년간 지원받은 고용보험금의 전액반환이라는 사후적, 획일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상 요구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판단이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분쟁의 해결과정에서는 기존 판결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합리적 판단이 내려질 것을 기대합니다. 만일 법원이 이러한 문제를 계속 재현한다면 해당 법률 규정에 대하여 헌법에서 요구하는 비례의 원칙이나 법치행정의 원칙, 포괄위임 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을 통하여 해당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거나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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