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판결 : 대전고등법원 2011. 7. 14. 선고 2010누2645 판결 1. 문제의 제기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결합된 정비구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동의율에 관하여 해석상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은 재건축, 단독주택은 재개발이라는 일반적인 도식에 포섭되지 않는 영역인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과 하위 법령에서 이에 대하여 충분한 법적인 규율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송 등 분쟁이 제기되면 마땅한 해결 지침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입법 상황에서 일정한 해석 지침을 제시한 판결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고자 합니다. 다음은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도시정비법 제16조의 일부입니다. 제16조(조합의 설립인가 등) ② 주택재건축사업의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때에는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 제47조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주택단지 안의 공동주택의 각 동(복리시설의 경우에는 주택단지 안의 복리시설 전체를 하나의 동으로 본다)별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공동주택의 각 동별 구분소유자가 5 이하인 경우는 제외한다)와 주택단지안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정관 및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ㆍ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도 또한 같다. 다만,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조합원의 동의없이 시장ㆍ군수에게 신고하고 변경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때에는 주택단지가 아닌 지역 안의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도시정비법의 해석상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결합되어 있는 정비구역에서는 공동주택에 대하여는 제16조 제2항의 동의율을, 단독주택에 대하여는 같은 조 제3항의 동의율을 각 충족해야 하는 것이 문언에 맞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 근거할 때에는 정비구역 전체의 동의율은 4분의 3 이상을 충족하는데도 일부 공동주택 또는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반대로 조합설립인가를 얻어 사업 진행이 어려운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 판결은 위와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2. 대상 판결의 사실관계와 판결의 주요 내용 가. 사실관계 전체 정비구역의 소유자 508명 중 주택단지의 소유자 수는 62명으로 10.2%(=62명/508명)이고, 전체 정비구역의 면적 102,200.8㎡ 중 주택단지의 면적은 2,300㎡로 22.5%(=2,300㎡/102,200.8㎡)를 차지하는 사업지입니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을 구별하지 않고 동의율을 계산하면 전체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의 동의율을 충족하는 반면(당시는 조합설립동의요건이 4분의 3으로 완화되기 전이었습니다) 공동주택 소유자에 대하여는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의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한 사안입니다. 관할 구청은 조합설립인가를 해 주었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조합설립인가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였고 1심과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습니다(대법원 2011두20666호로 상고심에 계속 중입니다). 나. 판결의 주요 내용 대전고등법원은 조합설립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대부분이 주택단지 아닌 지역(단독주택지역)에 일부 주택단지가 포함된 경우는 입법이 흠결된 상태로서 이 때는 도시정비법 제16조 제3항을 준용하여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5분의 4(현재는 4분의 3) 이상의 동의" 요건을 갖추면 되고 별도로 제16조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① 주택단지만을 재건축하는 경우 ② 대부분 주택단지이나 일부 주택단지 아닌 지역을 포함하는 경우 ③ 대부분 주택단지 아닌 지역이나 일부 주택단지인 지역을 포함하는 경우 ④ 주택단지 아닌 지역(단독주택)만을 재건축하는 경우 그런데 도시정비법은 위 4가지 유형 중 ①, ②만을 전제로 제정되어 ③과 ④는 입법적인 흠결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③과 ④에 대하여는 제16조 제2항의 요건이 필요 없이 제16조 제3항의 요건만 충족하면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으면 대다수 토지등소유자의 의사를 소수의 공동주택 소유자가 좌우하게 되어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대상 판결의 의의와 명백한 한계 대상 판결은 제16조 제2항과 제3항에 대한 비교적 충실한 해석을 통하여 현재 행정청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업무처리 관행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모색한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 판결의 한계는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상 판결은 단독주택재건축사업지 및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사업지에 일부 공동주택이 포함된 사업지(③과 ④ 유형)에 대하여는 도시정비법상 규정이 '흠결'되었다고 판단하여 흠결을 메꾸기 위해 다른 규정을 '준용'하는 해석론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준용을 통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합헌적 법률해석의 범위를 넘기 때문입니다. 주택재건축조합설립인가가 이루어지면 조합은 사업시행자로서 사업에 반대하는 소유자들에 대하여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매도청구권은 재산에 대한 수용으로서 반드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매도청구권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공용수용과 유사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입니다. 헌법재판소 2009. 11. 26.자 2008헌바133 결정, 2006. 7. 27.자 2003헌바18 결정 등). 대상 판결의 이유처럼 ③, ④ 유형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의 입법이 흠결되었다면 이를 해석으로 보완하는 것은 위헌적인 법률해석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해 볼 때에도 대상판결의 판단처럼 '대부분 공동주택이 아닌 지역에 일부 공동주택이 포함된 사업지'와 '대부분 공동주택인 지역에 일부 단독주택이 포함된 사업지'를 어떻게 구별해 낼지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극단적으로 공동주택 50%, 단독주택 50%로 구성된 사업지에 대하여는 어떠한 동의율을 적용해야 하는지 대상 판결은 명확한 답을 줄 수 없습니다. 현행 도시정비법 규정으로서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사업지가 결합된 경우에는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과 제3항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불가피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례에서도 이와 같이 판단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11. 10. 20. 선고 2010구합863 판결). 대상 판결의 한계가 분명하더라도 대상 판결이 직시하고 해결하려고 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단독주택만으로 구성된 재건축의 동의율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해석론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제16조 제2항과 제3항의 체계상 단독주택으로만 구성된 사업지를 도시정비법이 상정하였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대상 판결 역시 이에 관한 입법이 흠결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16조 제3항의 동의율만 갖추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단독주택재건축에 대하여 제16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볼 경우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으면 됩니다. 일반적인 주택재건축의 요건인 주택단지 안의 전체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4분의 3 이상의 토지소유자의 동의보다 동의요건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공동주택은 애초부터 다른 구분소유자를 전제로 건축된 건물로서 대다수 구분소유자가 원할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단독주택은 건축물이 노후하고 정비기반시설까지 불량해져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다른 건물들과 함께 재건축될 사회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행 도시정비법상 단독주택재건축에 대한 근거 규정이 제16조 제3항이라면 공동주택보다 완화된 요건으로 단독주택 재건축을 허용한 것이 헌법상 재산권보호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상당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대상판결의 판단처럼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하여는 입법이 흠결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도시정비법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재건축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과거 공동주택 재건축을 전제로 한 규정 체계에 무리하게 단독주택재건축을 포함시킨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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