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판결 :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09다19246 판결 1. 사안의 쟁점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가 이루어지면, 채무자는 해당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처분행위 즉, 가압류의 효력에 반하는 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가 이루어진 후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하는 것은 이로 인해 제3자가 유치권을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가압류의 효력에 반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경매개시결정 등에 의하여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채무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 압류의 효력에 반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원칙이 가압류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그 내용을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① 토지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기관이 위 토지에 건물이 신축된 후, ② 토지에 대하여만 임의경매 신청을 하였습니다. 임의경매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③ 위 토지 위에 신축된 건물에 대한 가압류 등기가 경료되었고, 가압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위 건물의 시공사인 甲이 ④ 건물의 점유를 이전받아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건물과 부지에 대한 강제경매신청이 이루어지면서 위 ⑤ 임의경매와 강제경매가 병합되었습니다. 丙은 병합된 위 경매절차에서 토지와 건물을 낙찰받은 후, 甲의 유치권이 압류의 효력에 반한다고 다투었습니다. (2) 판결의 요지 해당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동산에 가압류등기가 경료되면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에 관한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이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는데, 여기서 처분행위란 당해 부동산을 양도하거나 이에 대해 용익물권, 담보물권 등을 설정하는 행위를 말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의 이전과 같은 사실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제3자에게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그로 하여금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 그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당원의 판례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에 채무자가 당해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함으로써 제3자가 취득한 유치권으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한다면 경매절차에서의 매수인이 매수가격 결정의 기초로 삼은 현황조서보고서나 매각물건명세서 등에서 드러나지 않는 유치권의 부담을 그대로 인수하게 되어 경매절차의 공정성과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게 될 뿐만 아니라. 유치권신고 등을 통해 매수신청인이 위와 같은 유치권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에는 매수가격의 즉각적인 하락이 초래되어 책임재산을 신속하고 적정하게 환가하여 채권자의 만족을 얻게 하려는 민사집행제도의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상황하에서는 채무자의 제3자에 대한 점유이전을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처분행위로 봄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따라서 이와 달리 부동산에 가압류등기가 경료되어 있을 뿐 현실적인 매각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채무자의 점유이전으로 인하여 제3자가 유치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행위로 볼 수는 없다. 3. 해설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완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 채무자가 위 부동산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자에게 그 점유를 이전하여 유치권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 이와 같은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및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70763판결 등). 가압류 역시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보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문제될 수 있는데, 위 판결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위 판결을 살펴봄에 있어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丙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기 전에 이루어진 임의경매는 토지에 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위 임의경매 개시 결정에 의한 압류의 효력은 토지에만 미칠 뿐 그 지상에 존재하는 건물에는 미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丙의 유치권 취득은 그전에 이루어진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위 사건의 원심 역시 丙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취득함으로 인하여 토지까지 점유하게 된 것은 건물에 대한 유치권의 효력일 뿐, 丙이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병의 유치권 취득이 그전에 이루어진 토지에 대한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 이와 같이 토지에 대하여 이루어진 압류를 배제한다면 본건 건물에 대하여 이루어진 조치는 가압류, 병의 점유취득(유치권 취득), 강제집행개시 결정에 따른 압류입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가압류 이후에 이루어진 점유이전은 이로 인해 제3자가 유치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가압류의 효력에 반하는 처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후 점유이전으로 인해 제3자가 유효하게 유치권을 취득하면,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은 현황조사 보고서나 매각물건명세서에 드러나 있지 않은, 예상치 못한 유치권의 부담을 떠안게 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압류만으로는 위와 같은 현실적인 매각절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압류에 대하여는 저촉되는 행위의 범위를 위와 같이 넓게 인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유치권에 있어 점유의 이전은 사실상 담보권을 설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 취지는 가압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가압류는 목적물의 처분만을 제한하여 책임재산을 보전시키기 위한 제도이지 가압류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며, 선순위 담보권자조차도 사후에 성립한 유치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일반 채권자에 불과한 가압류권자에게 유치권자에게 우선하는 권리를 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신축된 부동산과 같이 유치권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큰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고려할 때에는 유치권의 성립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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