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방문판매법의 제정 다단계판매 기법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대 후반 무렵으로 파악됩니다. 이후 1990년 재팬라이프(J&L)로 알려진 일본계 산융산업이 자석요를 수입하여 다단계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면서 다단계판매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었는데, 당시 정부로서는 다단계판매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로 포섭하여 시정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공정위 의결 제90-58호, 1990. 10. 17. 참조). 이 사건을 계기로 1991년 특수한 방식의 판매와 관련한 공정화를 위하여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제정 방문판매법에서는 다단계판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제2조제3호 참조). "판매업자ㆍ용역제공업자 또는 조직개설자가 상대방에게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그 권유를 받은 상대방이 판매업자ㆍ용역제공업자 또는 조직개설자에게 일정한 부담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 권유를 받은 상대방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의 판매 또는 동일한 내용의 용역의 제공에 관한 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다단계판매자의 판매원이 자신이 직접 가입시킨 고객 외의 자로부터는 어떠한 이익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였습니다(제18조제1항 참조). 제정 방문판매법의 다단계판매 관련 규정은 1991년에 설립된 한국암웨이의 영업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함으로써 한ㆍ미간 통상마찰의 원인으로까지 대두되었고, 결국 1995년에 다단계판매업자의 정의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 1995년의 개정 1995년 1월에 개정된 방문판매법에서는 다단계판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습니다(제2조제7호 참조). 판매업자 또는 용역제공업자가 특정인에게 다음 각목의 활동을 하면 일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권유하여 판매원의 가입이 2단계 이상 순차적ㆍ단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말한다. 가. 당해 판매업자 또는 용역제공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아 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 또는 제공할 것 나. 가목의 규정에 의한 소비자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해 특정인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하여 그 하위판매원이 당해 특정인과 동일한 활동을 하도록 할 것 1995년 1월의 개정법에서는 다단계판매업자가 다단계판매원에게 후원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는 총액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이내로 한정하기는 하였으나(제28조제1항),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여러 단계 판매원의 판매실적으로부터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1995년 12월 다단계판매의 정의규정이 다시 개정되었는데,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어야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그 요건이 강화되었습니다. 2. '다단계판매'의 성립요건에 관한 판례의 해석 가. '단계'의 판단기준 관련 1995년 12월에 개정된 방문판매법은 판매조직에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어야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도 그 '단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지 않아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즉, 판매원의 단계가 몇 단계인지를 (1) 판매원의 가입행위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횟수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아니면 (2) 후원수당의 누적적인 지급구조의 단계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불분명하였던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명 '황삼나라 판결'로 알려진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977 판결 이전에는 대체로 후원수당의 누적 지급단계를 기준으로 판매원 가입의 단계를 판단하였던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위 황삼나라 판결에서 다단계판매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과 관련하여, 어떤 판매조직이 (1) 판매원의 가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가입한 판매원의 단계가 3단계 이상이고, (2) 판매원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데 있어서 판매 및 가입유치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익 부여가 유인으로 되기만 하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판매조직의 후원수당 지급방식이 직근 하위판매원이 아닌 하위판매원의 판매실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판매조직이 다단계판매조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나. '소비자 요건' 관련 황삼나라 판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판결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후원수당 지급방식상으로는 1단계로 운영되고 있으나 판매원의 가입 권유가 3단계 이상 연결되어 있는 다수의 화장품 방문판매업체를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시정조치를 받은 화장품업체들은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단계'의 해석과 관련한 황삼나라 판결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방문판매법 제2조제5호 나목의 요건 중 "가목의 규정에 의한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당해 특정인의 하위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하여…"라는 규정을 근거로 해당 화장품업체들이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4. 9. 선고 2008두17424, 판결, 2008두17431판결, 2008두 17437 판결 등 참조). 즉, 다단계판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제1단계 판매원은 판매업자가 공급하는 재화 등을 구매한 소비자 중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해당 화장품업체들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이 이처럼 소비자 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한 것은 방문판매법의 규정이 시정명령이라는 침해적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의 근거규정이 되므로 죄형법정주의 등의 취지에서 다단계판매에 대한 정의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서울고등법원 2008. 9. 3. 선고 2007누30293 판결 참조). 이로써 기존의 방문판매업체가 다단계판매조직에 해당된다는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이후 불법 미등록 다단계업체들이 특정인을 판매원으로 가입시킨 후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 요건을 회피함으로써 다단계판매에 대한 규제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 '소매이익 요건' 관련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하이존인터내셔널이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하여 유사수신행위를 하였던 사안에서, "판매원들은 결국 각종 후원수당을 지급받았을 뿐 소매이익을 취득하거나 그러한 이익까지 권유받았다고는 할 수 없어" 방문판매법이 정한 다단계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로 미등록 다단계판매의 점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기도 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1. 20. 선고 2007고합1233 판결 참조). 이 판결은 대법원의 견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매이익을 취득하였을 것'이라는 요건까지 다단계판매의 성립요건으로 추가시키는 해석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판매와 같이 판매원에게 구입ㆍ재판매에 따른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단계판매로 규율할 수 없는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3. 방문판매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위에서와 같은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 및 의원 발의의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논의되다가 결국 2011년 12월 29일 방문판매법 전부개정법률안(대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방문판매법 개정안에서는 다단계판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제2조제5호 참조). '다단계판매'란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판매조직(이하 '다단계판매조직'이라 한다)을 통하여 재화등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가. 판매업자에 속한 판매원이 특정인을 해당 판매원의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모집방식이 있을 것 나. 가목에 따른 판매원의 가입이 3단계(다른 판매원의 권유를 통하지 아니하고 가입한 판매원을 1단계 판매원으로 한다. 이하 같다) 이상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 다만, 판매원의 단계가 2단계 이하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3단계 이상으로 관리ㆍ운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다. 판매업자가 판매원에게 제9호나목 또는 다목에 해당하는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 위 정의규정에서는 다단계판매의 요건과 관련하여 (1) '소비자의 전부 또는 일부'가 아니라 '특정인'을 판매원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수정하고, (2) 개정 전 법률에서 요구하였던 다단계판매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이나 용역을 소비자에게 판매 또는 제공할 것'이라는 요건을 삭제하여 다단계판매업자가 되기 위해 소비자 요건 및 소매이익 요건을 갖출 것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소비자 요건 및 소매이익 요건을 이용하여 다단계판매 규제를 회피해 왔던 신종ㆍ변종 다단계 영업형태에 대해서도 방문판매법상의 다단계판매 관련 규율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 '단계'를 판단함에 있어서 후원수당의 누적지급구조를 고려하지 않음으로 인해 다단계판매의 해당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바로 아래 판매원의 판매실적과 관련해서만 후원수당을 지급하는 1단계 후원수당 영업방식은 '후원방문판매'로 따로 구분하고 다단계판매에 비해 다소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단계판매에 비해 소비자 피해의 가능성이 현저히 적고 기존 판례 또한 소비자요건 등을 통해 다단계판매자에서 제외시키고자 하였던 방문판매업체들에 대해서까지 다단계와 유사한 사전적 규율체계를 도입함으로 인해, 개정법의 시행과정에서 후원방문판매업체에 대한 사전규제 적용제외 요건(판매원이 아닌 최종소비자 매출비중이 70% 이상) 등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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