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사실관계와 쟁점
(1) A건설은 B교육청으로부터 도급받아 2007년 경남 B군에 있는 C초등학교 인조잔디구장을 건설하였습니다. 그런데 B교육청은 '잔디구장이 평탄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수를 요청하였고, A건설은 잔디구장 하자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자며 1년 가까이 보수를 지체하였습니다.
이에 경상남도교육감은 B교육청의 의견을 받아 'A건설이 하자 보수요청을 받았음에도 이를 거부하였음'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에 근거하여 A건설의 입찰참가자격을 6개월간 제한하였습니다. 이에 A건설은 경상남도교육감을 상대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청구를 하였습니다.
(2) 이 사건에서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2010년 7월 26일 대통령령 제223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제1항제6호에서 정한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자'도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1, 2심 법원은 '공사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때만 입찰자격이 제한되므로, 하자보수 지체는 계약 불이행이 아니다'는 이유에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3)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제8호 나목에 의하면, '계약이행'에는 하자보수의무 이행도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는 반면, 지방계약법 시행규칙에는 이에 관한 규정이 없습니다.
2. 대법원 판결의 태도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공사계약자로서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자도 '계약을 체결 한 후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므로 입찰자격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이행'이라는 용어의 정의나 포섭의 구체적 범위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규정의 전반적 체계나 취지, 입법 목적, 관련 규정과의 조화로운 해석 등을 고려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후, "시행규칙 제76조제1항[별표 2]제8호 나목은 '공사계약의 연대보증인으로서 하자보수를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불응한 자'를 시행령 제92조제1항제6호의 '계약을 체결한 이후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면서 그 제재기간은 공사계약의 주채무자에 비해 가볍게 정하고 있어, 하자보수요구에 불응한 공사계약의 주채무자도 위 시행령의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함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보이고, 계약의 이행보증에 관한 시행령 제51조제1항제1호에서는 계약상대자가 부담하는 계약의 이행보증은 당해 공사 계약상의 시공의무이행을 보증하는 것이고 위 시공의무이행에는 하자보수의무이행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도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상판결의 의미와 파생할 수 있는 법률적 쟁점들
가. 대상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제1항제6호에서 정한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게는 계약 상 주된 급부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뿐만 아니라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별표 2]에 의하면, 처분청은 5개월 이상 7개월 미만의 기간 동안 계약자의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이행의 의미를 넓게 파악함으로써, 공사 완공 이후에도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할 수도 있도록 하였습니다.
한편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9조제1항제1호에 의하면, 계약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도 하자(보수)비율에 따라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참여자격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 규정을 종합하면, 계약자는 공사로 인한 하자와 관련하여 행위책임과 결과책임을 동시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하자의 비율이 일정 정도를 초과하는 결과가 발생할 경우, 계약이행을 조잡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여 참여자격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계약자는 결과책임을 부담합니다. 또한,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행위 자체가 계약이행거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약자는 하자보수거부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
위 판결로 인하여, 지방계약에서 아래와 같은 법률적 쟁점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자가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계약자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당한 사유'와 같은 제재사유 해석기준이 문제됩니다(제한사유 해석의 문제). 둘째, 처분청이 계약자가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계약자에 대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하였다가, 이후 제기된 취소소송 중 '공사를 조잡하게 하였다는 사유'를 추가ㆍ변경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제한사유 추가ㆍ변경의 문제). 셋째, 처분청이 계약자에 대하여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하였는데, 이후 공사를 조잡하게 한 사실이 발견된 경우 재차 부정당업자제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제한사유 경합의 문제).
나. 제재사유 해석 기준과 '정당한 사유'의 의미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는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여서는 안 되며, 그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 해석이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판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원칙에 따라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제7호에 규정된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는 '당해 경쟁입찰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그 입찰에서 특정인이 낙찰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담합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당해 경쟁입찰에 참가하지 아니함으로써 경쟁입찰의 성립 자체를 방해하는 담합행위자는 설사 그 경쟁입찰을 유찰시켜 수의계약이 체결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위 '계약상대자 또는 입찰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판결). 반면 국가계약법의 '공정한 경쟁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입법목적에 비추어 제한사유를 넓게 해석한 예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상 '서류의 위조ㆍ변조'에는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방법으로 위조하여 제출하는 행위는 물론 자신의 명의로 작성하더라도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무형 위조'도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두3201 판결).
결국, 입찰참여자격제한은 형사처벌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 경쟁과 성실한 계약이행'이라는 입법목적으로 고려하여 제한사유를 해석할 수는 있지만, 침익적 처분임을 고려하여 계약상대방에게 불리한 지나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은 제한됩니다.
이상을 종합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한 자' 중 '정당한 사유'는 단순히 하자의 존재라는 결과만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계약자가 객관적 근거 등 정당한 사유에 기초하여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경우, 계약자가 하자보수를 거부하더라도 이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공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상판결에서 '인조구장의 하자가 원고의 시공상 잘못임을 스스로 인정하였다'는 점을 설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 제한사유 변경과 '공사의 이행을 조잡하게 한 자'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소송 중 행정청이 부정당업자제재사유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처분사유의 변경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허용될 수 있습니다. 가령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과 '계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관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은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일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경우에서 사유의 변경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1999. 3. 9. 선고 98두18565 판결). 반면 처분사유를 '담합을 주도하거나 담합하여 입찰을 방해하였다'에서 '특정인의 낙찰을 위하여 담합한 자'로 변경하는 경우, 대법원은 같은 행위에 대한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기본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지 않았으므로 사유를 변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13791 판결).
이상에 비추어 볼 때,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소송 중 처분청이 입찰참여자격제한의 사유를 '공사를 조잡하게 하였다'는 것에서, '하자보수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 사유를 추가ㆍ변경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하자보수요구 거부행위'와 '하자발생 비율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라. 제한사유의 경합
부정당업자가 수 개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 각 행위에 대한 제한기준 중 무거운 제한기준에 따른 제한을 받게 됩니다(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제3항,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제3항). 서로 다른 위반행위를 하였는데, 제한의 정도가 상이한 때에는 가장 무거운 기준을 적용하여 하나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일한 입찰절차와 관련하여 일정한 위반행위가 있어 이미 일정기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가 내려졌는데, 그 후 새로운 위반행위가 발견된 경우 재차 입찰참가자격제한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가령 처분청이 계약자에 대하여 하자보수를 거부하였다는 사유로 5개월간 참여자격제한처분을 하였는데, 8개월 참여자격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조잡한 계약이행 사실이 발견된 경우, 추가제한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됩니다.
이에 대하여 추가제한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견해¹와 추가로 발견된 위반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제한조치를 한 다음 국가계약법(혹은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제2항, 제4항에 따라 가중ㆍ감경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견해²가 있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제3항의 취지를 비추어 보았을 때, 추가제한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수 개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동시에 자격제한처분이 내려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제3항의 예에 따라 추가 자격제한조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위의 예시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처분청은 무거운 제한기준에 따라 3개월 범위 내에서 추가 참여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16117 판결
1 이동수, 국가계약법제에 관한 행정법상 문제점, 토지공법연구 제13집(2001년), 44쪽
2 박정훈, 부정당업자의 입찰참여자격제한의 법적 제문제, 서울대학교 법학(2005년), 3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