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금지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으로 구성됩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목적이 정당한지, 목적을 달성하려고 고른 방법이 적합한지,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수단을 택하였는지, 이루려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더 큰지 하나씩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하나의 원칙에라도 맞지 않으면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위헌이 됩니다. 논리적 정밀성만 고집하면 어느 원칙이 부인되면 다음 단계를 검토할 필요가 없겠지만, 우리 헌법재판소는 늘 네 가지 원칙을 모두 적용해 판단을 합니다. 각 원칙이 분절되어 있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까지 따져보는 태도가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3. 목적의 정당성 원칙
‘목적의 정당성’ 원칙이란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이 정당한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목적의 정당성’은 엄밀히 말해 과잉금지원칙과는 구별되므로 따로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서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라는 목적을 명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가 과잉금지원칙위배 여부를 판단할 때 늘 목적의 정당성부터 검토하므로 과잉금지원칙의 한 요소로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의 목적 정당성부터 부인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드물게 동성동본의 결혼을 금하는 법률에 대해 혼인에 관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사회질서’나 ‘공공복리’에 해당될 수 없다고 목적 정당성을 부인한 사건이 있는 정도입니다(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5헌가6결정).
4. 수단의 적합성 원칙
‘수단의 적합성’ 원칙은 “입법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헌법재판소 1989. 12. 22. 선고 88헌가13 결정). 헌법재판소는 “피고인의 신병확보 또는 부당한 보석허가결정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보석결정에 대해 검사에게만 즉시항고를 허용한 법률은 수단의 적합성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위헌이라고 본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3. 12. 23. 선고 93헌가2 결정). 최근에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인터넷상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를 방지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헌법에 반한다고 판시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2007헌마1001결정).
5. 피해의 최소성 원칙
‘피해의 최소성’ 원칙은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헌법재판소 1998. 5.28. 선고 96헌가5 결정). 가령 입법자가 임의적 규정만으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데도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일체 배제하는 필요적 규정을 둔다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됩니다(헌법재판소 1998. 5. 28. 선고 96헌가12 결정). 설령 어떤 법률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만일 덜 제한적인 방법을 택하거나 아예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데도 굳이 의무를 부여하고 제재조치를 둔다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됩니다(헌법재판소 2006. 6. 29. 선고 2002헌바80결정). 헌법재판소는 혼인빙자간음죄 처벌조항에 대하여, “사생활에 대한 비범죄화 경향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처벌조항이 보복을 가하거나 위자료를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피해의 최소성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시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9. 11. 26. 선고 2008헌바58결정).
6. 법익의 균형성 원칙
끝으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이란 어떤 입법으로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을 저울질해 보면 사익보다 공익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헌법재판소 1990. 9. 3. 선고 89헌가95결정). 헌법재판소는 “낙태가 불가능한 시기 이후에도 태아의 성별 정보를 알려 주지 못하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공익은 별로 없는 반면, 의사의 직업수행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임부와 가족의 태아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것으로 법익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마1010 결정). 이와 같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여 위헌결정을 받은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운전학원을 졸업하고 면허를 받은 사람 중 사고를 사람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학원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으로 공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반면, 제재를 당하는 운전학원은 충실히 운전교육과 기능검정을 했더라도 피할 수 없는 규제를 당할 수 있고, 제재에 따른 영업 손실이 더 큰 것”이어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4헌가30 결정).
7. 과잉금지원칙의 한계와 극복방안
헌법재판소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한 수많은 결정을 남겼습니다. 외국의 이론과 판결을 그대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토양에 뿌리내릴 수 있는 현실적 기준과 잣대를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과잉금지원칙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위헌 여부를 판단할 때 과잉금지원칙을 ‘과잉’사용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사법관계(私法關係)에서 권리의무를 밝히는 데에 신의칙과 권리남용의 법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야 하는 것처럼, 위헌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과잉금지원칙은 후방에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른 다른 헌법이론이 더 정교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과잉금지원칙이 제일 먼저 나서는 것은 골기퍼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는 것처럼 체계에 맞지 않고 어색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둘째, 입증책임 배분에 관한 이론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과잉금지원칙을 적용할 때 엄격한 심사와 완화된 심사라는 표현을 쓰며 적용강도를 달리합니다. 그런데 ‘엄격’과 ‘완화’의 차이와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해 보입니다. 심사강도가 달라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자칫 위헌결정을 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하고, 합헌결정을 하려면 완화되는 심사를 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주객전도의 문제를 막으려면, 일정한 경우 입법자가 스스로 합헌성을 입증하도록 증명책임 전환의 방법과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청구인이 엄격한 심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에 성공하면, 과잉금지원칙의 세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법자에게 증명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과잉금지원칙의 자의적인 적용을 막으면서도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과잉금지원칙의 마지막 단계로 비례심사를 할 때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어떤 ‘법률‘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사익‘보다 크다고 하더라도, 만일 ‘사익’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면 합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괴물에게 한 명을 제물로 바쳐서 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볼 때, 언뜻 보면 만 명의 생명이라는 ‘공익’이 한 사람의 목숨이라는 ‘사익’보다 크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 명을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생명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행위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만으로는 헌법이 추구하는 정의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과잉금지원칙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의 권리를 구제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가 딛고 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과 같은 토대가 끊임 없이 변화하는 만큼, 과잉금지원칙도 진화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