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법 제1조제2항은 ‘신탁이라 함은 위탁자가 특정의 재산권을 수탁자에게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 권을 관리, 처분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신탁법 제21조제1항은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강제집행 또는 경매를 할 수 없다. 단,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i) 신탁법 제1조제2항의 취지에 의하면 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은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귀속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그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된 것이 아니고(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다9685 판결 등 참조), (ii) 신탁법 제21조제1항은 신탁의 목적을 원활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신탁법 제21조제1항 단서에서 예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또는 경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권리’는 수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만을 말하고(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3925 판결 취지 등 참조), 위탁자를 채무자로 하는 것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일관적으로 판시해 왔습니다.
한편, 체납처분으로서의 압류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국세징수법 제24조 각 항의 규정을 보면 어느 경우에나 압류의 대상을 납세자의 재산에 국한하고 있으므로, 납세자가 아닌 제3자의 재산을 대상으로 한 압류처분은 그 처분의 내용이 법률상 실현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연무효입니다(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다1742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본 사안과 같이 신탁제도를 이용한 위탁자의 부동산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과세관청은 위탁자에 대한 조세채권이 신탁재산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신탁재산에 대하여 압류처분을 하였고, 이러한 압류처분의 효력과 관련하여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그 동안 논란이 되었습니다.
본 사안에서도 과세관청은 위탁자가 이 사건 건물의 신축ㆍ분양에 관련된 사업만을 영위하였는데, 조세채권 중 부가가치세는 위탁자가 건물을 신축ㆍ분양하는 본래의 사업결과물에서 발생한 조세이고, 종합부동산세는 모두 신탁재산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는 조세이어서, 조세채권은 모두 신탁계약에 기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이므로, 압류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과세관청의 압류처분이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i) 신탁법 제21조제1항 단서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은 신탁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 등 신탁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자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채권을 의미하고,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은 신탁계약에 기한 신탁사무가 아닐 뿐만 아니라,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탁자가 이 사건 건물의 신축ㆍ분양에 관련된 사업만을 영위하였다거나, 이 사건 조세채권이 모두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ii) 가사 위탁자에게 부과된 부가가치세가 이 사건 신탁부동산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신탁계약상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수익자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3. 4. 25. 선고 99다59290 판결 등 참조), 위 부가가치세 채권을 신탁사무 처리상 발생한 신탁회사에 대한 채권이라고 할 수 없고,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역시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본 사안과 유사하게 신탁회사가 위탁자로부터 사업부지를 신탁 받은 뒤 사업부지와 신축되는 건물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이를 분양 또는 임대, 관리ㆍ운용한 후 그 이익을 위탁자에게 환원하여 주는 내용의 분양형 토지개발신탁을 한 사안에서 과세관청이 위탁자를 체납자로 하여 신탁부동산의 분양대금이 입금되는 신탁회사 명의 계좌의 예금채권에 대하여 한 압류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두4612 예금채권 압류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본 사안에서 대법원은 신탁을 통한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위탁자에 대하여 과세관청이 신탁재산과 관련하여 발생한 체납조세채권을 근거로 신탁재산을 압류한 압류처분이 무효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신탁제도를 이용하여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위탁자, 수탁자, 우선수익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신탁법의 법리에 의하여 더욱 안정적으로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