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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PYONG 법무법인[유]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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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의 위헌 여부
2015.06.01
1. 사건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母)은 2005년 4월 25일 유○술(夫)과 혼인하였다가 2011년 12월 19일 이혼에 합의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은 다음 2012년 2월 28일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청구인은 송○민(生父)과 동거하면서 2012년 10월 22일 딸(子)을 출산했습니다.

청구인은 2013년 5월 6일 관할 구청을 방문하여 동거인이자 생부의 성에 따라 송○윤이라는 이름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그 딸이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하였으므로 전남편의 성(姓)에 따라(유○윤) 전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했습니다.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검사 결과 송○윤은 송○민의 친생자로 확인되었고, 송○민은 송○윤을 자신의 친생자로 인지하려 했습니다.

이에 청구인은,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에서는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심판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고 합니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부의 친생자의 추정)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2.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2015년 4월 30일 심판대상조항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결정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법형성 및 한계

혼인 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추정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지만, 그 친생추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헌.  소송을 통하여 친생부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친생추정의 비합리성이 치유된다고 보기는 어려움.

(2)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아무런 법률상 예외 없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에 따른 친생추정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임.

심판대상조항의 제정 당시와 달리 오늘날은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친자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되어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할 여지는 없어졌음.  반면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되어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나면서, 심판대상조항은 모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에도 부가 친생자 추정으로 인한 부양의무 부담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도 장애가 될 뿐임.

특히 청구인과 같이 이미 모와 부(夫)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자가 출생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친생추정의 주된 목적인 자의 복리에 비추어 보아도 지나치게 불합리한 제한임.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민법 제정 이후의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함.

(3)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지게 되므로, 그 자가 부(夫)의 친생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소멸되어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게 됨.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상태를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개선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함.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함.


3. 결정의 의의

심판대상조항은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혼인종료 후 300일’이라는 친생추정의 기준에 따른 것으로, 시대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여 이미 그 합리성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심판대상조항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와 관련하여 탈법행위를 부추기거나, 오히려 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출생하지 아니하고 출생 당시 분만에 관여한 사람도 없는 경우에는 출생사실을 아는 사람 2인이 작성한 출생증명서(인우보증서)만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母가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로 처벌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출생사실을 아는 2인과 공모하여 子의 출생일을 혼인 종료 후 300일 이후로 변경하여 허위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母가 子에 대한 전남편의 친생추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미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子가 친생자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적 지위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마저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은, 민법 제정 이후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일률적인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에게 위와 같이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던 심판대상조항이, 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입니다.

변화된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법에 반영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헌법소송을 통해 해결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정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으로 인한 법적 공백을 우려하여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으므로, 향후 개선입법의 내용을 확인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4. 다운로드 : 헌법재판소 2015. 4. 30. 선고 2013헌마623 결정


정원, 박보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