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관행대로 보증금채무를 떠안고 매수한 주택의 양수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후에, 그 임차인의 채권자가 양수인이 주택을 양도받기 전에 이미 보증금채권에 가압류를 받아두었음을 근거로 양수인에게 다시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한 것입니다.
3. 법원의 판단
가. 1심 및 원심의 판단
채권가압류결정은 채권자인 원고와 채무자인 임차인, 제3채무자인 김○○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을 뿐, 김○○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주택을 양수한 피고에 대하여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습니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의 규정, ② 가압류채권자의 보호를 근거로 원심을 파기하고,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상태에서 임대주택이 양도되면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승계하고, 가압류권자 또한 임대주택의 양도인이 아니라 양수인에 대하여만 위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대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은 법률상의 당연승계 규정이어서 임대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의 소유권과 함께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의 권리ㆍ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므로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도 임대인의 지위와 함께 이전되며, ② 임대주택이 양도되었음에도 양수인이 채권가압류의 제3채무자의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압류권자는 장차 본집행절차에서 주택의 매각대금으로부터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2) 반대의견(신영철, 이인복, 이상훈, 박보영, 김신)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① 실체법적 문제와 집행법적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 ② 실제 적용에 있어서 부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근거로, 상속이나 합병과 같은 당사자 지위의 포괄승계가 아닌 주택양수도로 인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의 이전의 경우 이미 집행된 가압류의 제3채무자 지위는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① 다수의견은 임대주택의 양도에 따른 임대차관계의 이전이라는 실체법적 문제와 위 양도가 임차인의 채권자에 의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집행법적 문제를 구분 없이 혼동하는 것이고, 임대주택의 양도라는 실체법적 문제를 민사집행법의 체계로 편입하는 절차를 전혀 두고 있지 않은 우리 법 체계 하에서 다수의견의 견해를 법리로서 적용할 경우 임대주택법의 양수인이 매우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며, ②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주택을 양수하고자 하는 자는 스스로의 책임과 부담 하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압류나 가압류를 조사하여 파악하여야 하나 이것이 쉽지 않고, 이는 결국 거래비용의 증가로 이어지며, 관련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만 높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민일영, 박병대, 김용덕)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합니다.
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이라는 특별조문에서 임대차를 둘러싼 권리ㆍ의무 관계의 포괄적 이전을 정하고 있으므로 금전채권에 대한 가압류의 일반적인 효력이 달라지는 것이며, ②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인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권자를 일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가압류권자보다 불이익하게 대할 이유가 없고, ③ 다수의견처럼 해석하는 것이 결국 위와 같은 현행법의 규범체계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임대주택의 양도에 앞서 이루어진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 사실을 모르고 임차인에게 지급함으로 인한 위험을 양수인이 부담하게 되는 것은 법률규정의 적용에 따른 결과적 현상이라고 봅니다.
다만, 양수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가압류된 사실을 모르고 과실 없이 임차인에게 변제할 경우에 그것에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효과를 인정하여 선의ㆍ무과실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다는 방론을 덧붙였습니다.
4. 시사점
다수의견에 따르면, 종전의 거래관행대로 보증금채무를 떠안고 매수한 주택의 양수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후에도 그 임차인의 채권자가 양수인의 주택 양수 전에 이미 보증금채권에 가압류를 받아두었다면 그 채권자에게 다시 보증금을 지급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런데 반대의견이 적절하게 지적한 바와 같이, 현행 민사집행법에는 임대주택의 양도가 발생했을 때의 절차에 대한 규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임대주택의 양수인에게 압류나 가압류 사실이 통지되지 않고, 집행법원도 임대주택의 양도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임대주택을 양수하려는 자가 임대차보증금의 이중지급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임대차보증금의 압류 또는 가압류에 대하여 조사할 수 밖에 없는데, 양도인이 알리지 않을 경우 양수인이이를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수의견의 법리에 따르면, 양수인은 선의ㆍ무과실인 경우에 한하여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를 주장함으로써 겨우 이중지급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사건 판결 다수의견의 법리를 적용 받게 될 임대주택 양수인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이 가능합니다.
① 사전에 임대차보증금채권에 압류 또는 가압류된 것이 없는지 양도인과 임차인을 통해 철저히 확인하고, ② 임대주택 매매계약서에 임대차보증금채권이 압류 또는 가압류 된 적이 없다는 양도인의 확약 및 위약금 조항을 삽입하며, ③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기 전에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가압류 또는 압류가 되어있지 않음을 보증한다는 내용으로 확인서 등을 받아둠으로써 보증금 지급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의ㆍ무과실 주장의 근거를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예상치 못하게 보증금을 이중으로 지급하게 되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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