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피고 회사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업체이고, 원고들은 위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입니다. 피고 회사 내에는 지역별 노동조합인 전국여성노동조합의 분회(이하 ‘이 사건 노조’)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들은 이 사건 노조 조합원입니다.
2008년 9월 15일 한 골프장 이용객이 경기 진행에 관해 피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항의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경기 종료 후 피고 회사는 당시 골프경기를 보조하던 원고 甲에게 경기 진행이 지연된 책임을 지적했고, 그 과정에서 상호 고성이 오가는 등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08년 9월 24일 원고 甲이 오히려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회사 방침에 대항했으며, 피켓시위를 하는 등 영업방해를 하였다는 이유로 제명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이 사건 노조는 원고 甲의 해고에 대해 항의시위를 했습니다. 조합원들은 1차례 출장을 거부하고, 피켓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노조 임원들은 2개월 이상 결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피고 회사는 2개월 이상 출장을 거부한 원고들에 대해서는 제명처분을,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출장유보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주위적으로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위 출장유보처분 및 제명처분(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예비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각 처분이 이 사건 노조를 와해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임을 확인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판결요지
(1)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는, ① 골프장 시설운영자와 근로계약ㆍ고용계약 등의 노무공급계약을 전혀 체결하고 있지 않고, ② 경기보조업무는 원래 골프장 측이 내장객에 대하여 당연히 제공하여야 하는 용역 제공이 아니어서 캐디에 의한 용역 제공이 골프장 시설운영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 아니며, ③ 내장객의 경기보조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내장객으로부터 직접 캐디 피(caddie fee)라는 명목으로 봉사료만을 수령하고 있을 뿐 골프장 시설운용자로부터는 어떠한 금품도 지급받지 아니하고, ④ 골프장에서 용역을 제공하면서 순번의 정함은 있으나 근로시간의 정함이 없어 자신의 용역 제공을 마친 후에는 골프장 시설에서 곧바로 이탈할 수 있고, ⑤ 내장객의 감소 등으로 예정된 순번에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용역 제공을 할 수 없게 되더라도 골프장시설운용자가 캐디 피에 상응하는 금품이나 근기법에서 정한 휴업수당을 전혀 지급하고 있지도 아니하며, ⑥ 내장객에 대한 업무 수행과정에서 골프장 시설운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고 있지 않으며, ⑦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지 않고, ⑧ 내장객에 대한 경기보조업무 수행을 해태하여도 용역을 제공하는 순번이 맨 끝으로 배정되는 등의 사실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을 뿐 달리 골프장 시설운용자가 캐디에 대하여 회사의 복무질서 위배 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하지 아니하는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골프장 시설운영자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
(2) 사용자의 행위가 노조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증명하여야 하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의사가 존재하였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적법한 징계해고사유가 있어 징계해고한 이상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다 하여 그 사유만으로 징계해고가 징계권 남용에 의한 노조법상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다.
(3) 골프장 캐디인 甲 등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乙주식회사로부터 제명처분 등 징계를 받은 후 乙회사를 상대로 징계무효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甲 등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乙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는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4)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등으로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서 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그 시정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여야 할 사용자에 해당한다.
나. 관계법령
근기법
제2조 (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노조법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제81조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2.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다만, 노동조합이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을 때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의 체결은 예외로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에서 제명된 것 또는 그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다.
3.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
4.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와 노동조합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거나 노동조합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제24조제4항에 따른 활동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며, 또한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기타 재액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사무소의 제공은 예외로 한다.
5.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노동위원회에 대하여 사용자가 이 조의 규정에 위반한 것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제84조 (구제명령) ① 노동위원회는 제83조의 규정에 의한 심문을 종료하고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발하여야 하며,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고 판정한 때에는 그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3. 시사점
대상판결의 쟁점은 골프장 캐디인 원고들이 근기법 또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입니다. 원고들이 근기법상 근로자라면 근기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유효하게 됩니다. 원고들이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노조법상 근로자라면 이 사건 각 징계처분은 근기법이 아니라 노조법 제81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됩니다.
종래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성에 관하여 두 차례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은
골프장 캐디가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하면서, ① 캐디는 회사의 지휘ㆍ감독하에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점, ② 캐디가 지급받는 캐디피는 노조법 제2조 제1호의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라고 못 볼 바 없는 점, ③ 캐디는 다른 회사에 취업이 사실상 곤란하여 특정 회사에 거의 전속되어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누13432 판결은
골프장 캐디가 근기법상 근로자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① 캐디가 회사와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② 캐디의 경기보조업무는 골프장 시설운영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닌 점, ③ 캐디피는 내장객이 임의로 정하는 것일 뿐이고 회사가 캐디피 지급의무를 부담하고 있지도 않은 점, ④ 캐디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용역 제공을 마친 뒤 골프장에서 바로 이탈할 수 있는 점, ⑤ 캐디의 귀책사유 없이 용역 제공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근기법상 휴업수당을 받지 않는 점, ⑥ 캐디가 업무수행과정에서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지는 않는 점, ⑦ 캐디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 점, ⑧ 캐디가 경기보조업무 수행을 해태하여도 회사의 복무질서 위배 등을 이유로 한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대상판결은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성에 대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1996년 골프장 캐디가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이후, 대법원이 사실상 골프장 캐디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1993년 판결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 아닌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과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은 다릅니다.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노조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근로자의 정의와는 달리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를 제공하는’이라는 요건을 부가함으로써 현재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관계에 있는 자만을 근로자로서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각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기법상 근로자는 주로 국가에 의해 설정되고 감독되는 근로조건 등의 최저한도를 보호받을 수 있는 자의 범위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념인 반면, 노조법상 근로자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을 향유하는 자의 범위를 중심으로 구성된 개념입니다(
대상판결 대법원 보도자료 6쪽 참조). 근로자 개념상의 차이로 인해 노조법상의 근로자는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보다 넓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두 8568 판결).
이러한 관점에서 대상판결은 기존 1996년 판결에서 제시한 7가지 지표(대법원 95누13432 판결 ①-⑦의 사정)를 그대로 원용해 골프장 캐디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면서도, 그 노무의 실질관계를 고려했을 때 골프장 캐디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처럼 개별적 근로관계에서 근기법을 적용받지 않는 근로자라 하더라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 점 유념하여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4. 다운로드 :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