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은, 노동조합의 설립 주체는 ‘근로자’가 되어야 하고, 사용자,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이익대표자) 또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4호). 조합의 가입범위와 관련한 주요 이슈 중 하나는 관리직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즉, 관리직 근로자를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에 해당하는 관리직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거나 가입할 경우, 이들의 조합원 지위 및 해당 노조의 법적 지위 등이 현장에서 종종 다툼이 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관리직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또는 가입과 관련하여 실무상 쟁점이 되고 있는 사항들을 정리하고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유의할 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관리직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
관리직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형태는 (i) 일반 근로자들이 주축이 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형태와 (ii) 관리직 근로자로만 조직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형태입니다.
우선, 일반 근로자들이 주축이 된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면 관리직 근로자들이 사용자(특히,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이익대표자에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노조법 제2조 제4호 단서 가목). 관리직 근로자라도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2나 이익대표자3가 아니라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판례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이익대표자를 구분하지 않은 채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였다가, 2011년 한국외국어대 사건에서부터 이익대표자를 별도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4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i) 과장급 이상의 직원들로서 소속 직원의 업무분장ㆍ근태관리 등에 관하여 전결권을 부여받은 자들의 경우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인정한 사례가 있고,5 (ii) 과장급 직원의 담당업무가 인사, 급여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직접 관련이 있었으나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갖지 못한 경우에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6 결국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서 노동조합의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 관리직 근로자란, 형식적인 직급의 명칭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해당관리직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관해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는지 여부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편, 이익대표자의 경우에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와 달리 근로관계 등에 관하여 결정할 ‘권한과 책임’이 없는 낮은 직급의 자일지라도 그 직무의 특성상 노조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직무상 의무와 책임과 실질적으로 저촉되는 경우라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사부서에서 노사관계의 핵심정보를 취급하는 근로자의 경우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없어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노사관계의 핵심정보를 취급한다는 직무의 특성이 노조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어 ‘이익대표자’에는 해당할 수 있게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급심 판례에서도 노조 대응 간부회의에 참여하지만 이에 대한 결정권이 없이 회의결과를 보고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한 자를 ‘이익대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7
다음으로, 이익대표자나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에 해당하는 관리직 근로자로만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등이 문제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노조법상 이익대표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없으므로 이들만으로 구성된 단결체 역시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부정설)와 이익대표자가 일반 근로자로 구성된 노조에 가입할 경우 노조의 자주성이 침해될 것을 이유로 이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이익대표자로만 구성된 노조의 설립을 금지하는 취지가 아니라는 견해(긍정설)8가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부정설과 긍정설이 있고, 그 외에도 일반 노조에 이익대표자 등이 가입할 경우에는 어용조합화의 위험성이 있지만 이익대표자 등만으로 조직된 노조의 경우에는 그러한 위험성이 낮기 때문에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견해도 있습니다. 독일의 학설은 대체로 관리직 사원의 단결체도 그들이 협약의사가 있는 한 단체협약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협약능력 있는 노동조합으로 보고 있습니다.9
3.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
노조법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자,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4호). 따라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들로만 구성된 단결체의 경우 당연히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들 일부가 가입한 단결체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자들이 1명이라도 참여하면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형식설)와 무자격자가 참여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침해되지 않으면 문제없다는 견해(실질설)가 있습니다. 과거 판례는 설립총회 당시 참석자 36명 중 조합원 자격이 없는 13명 참석을 허용한 경우 노조법상 노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고,10 노동조합 설립총회에 무자격자 2명이 의결에 참여하였더라도 그 사유만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해산을 명하는 것은 재량권 위반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습니다.11
4. 관리직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노무담당자의 대응방안
첫째, 노무담당자들은 관리직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경우, 해당 관리직 근로자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이익대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리직 근로자가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이익대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회사 측의 대응방안이 적법한 조치가 될 수도 있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노조에 가입한 관리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노조활동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판례도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가 노조에 가입한 경우 노조활동금지가처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12 다만,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는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 또는 이익대표자가 노조에 가입하였더라도 해당 노조가 노조법이 규정한 각종 보호에서 제외될 뿐 사용자가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의 활동을 금지시킬 권리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여 사용자의 노조활동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13
셋째, 노조 가입자격이 없는 근로자가 노조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단체교섭에 불응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판례는 사용자가 조합원이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해당 근로자가 사용자 또는 이익대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부정한 경우14도 있고, 인정한 경우15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노무담당자들은 관리직 근로자들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 또는 이익대표자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할 때에는 이들이 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판단이 명백하지 않을 때에는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방안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단체협약에서 조합원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있는 경우(예컨대, 과장 이상은 가입금지)에는, 단체협약상의 조합원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관리직 근로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단체협약에서 보장된 조합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 있습니다. 단체협약상의 조합가입 범위를 정한 규정은 단체협약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한 규정이기 때문입니다.16 만약 단체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자여서 단협에서 인정된 근무시간 내 조합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한다면 별도의 징계도 가능할 것입니다.
다섯째, 노무담당자는 단협에서 조합원 가입범위를 규정하고 있지 않거나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단협을 개정하여 조합원의 가입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방안은 노조가 규약을 개정하여 노조원의 가입범위를 확대하여 관리직 근로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간접적ㆍ사전적 방어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는 규약에서 인정한 조합원의 범위와 단체협약에서 인정한 조합원의 범위가 다르더라도 이를 이유로 단체협약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17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단체협약에 가능한 명확하게 조합원의 범위를 정하여 둘 경우(예컨대, 과장급 이상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 노조가 규약을 개정하여 조합원의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단협상 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자에게는 단협상 조합활동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조합활동을 간접적으로 제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노무담당자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나 이익대표자가 노조에 가입한 경우 해당 직원의 직책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안은 부당노동행위가 될 소지도 있으나, 이러한 관리직 근로자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할 경우 노조의 자주성 침해 및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근로자에게 인사조치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급심 법원은 이익대표자의 노조가입을 이유로 한 사업주의 노조활동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를 노무 관련 기밀을 취급하지 않는 부서로 전보하여 해결해야 하고 노조활동의 금지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18
1) 본 뉴스레터의 뉴스레터의 내용은 내용은 필자가 필자가 노동법률 노동법률 (2014(2014(2014(2014(2014년 8월호 )에 기고한 기고한 글입니다 글입니다.
2) 판례는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란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업무상의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누6924 판결,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다51139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등 다수).
3) 판례는 이익대표자란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자 등과 같이 그 직무상 의무와 책임이 조합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에 직접적으로 저촉되는 위치에 있는 자’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
4)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한국외국어대 사건)
5)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8두13873 판결(한국외국어대 사건)
6) 서울행정법원 2008. 9. 2. 선고 2007구합30710 판결(이랜드리테일 사건)
7) 서울서부지방법원 2012. 1. 31.자 2011카합1886 결정
8) 박종희, “노동조합의 개념과 협약능력”, 359면-360면; 강성태,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조합결성 및 가입 문제”, 222면-223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사법연수원, 64면
9) Herbert Wiedeman,「Tarifvertragsgesetz」, 제5판, C.H. Beck'sche Verlagsbuch handlung, 1977, 362면(강성태,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조합결성 및 가입 문제”, 210면 재인용)
10) 대법원 1969. 5. 13. 선고 68누163 판결
11) 대법원 1971. 3. 30. 선고 71누9 판결
12) 대법원 2004. 11. 26. 선고 2004다51139 판결(전국농협노동조합 사건), 인천지방법원 2007. 6. 23.자 97카합1983 판결
13) 청주지방법원 2013. 6. 7.자 2013카합20 결정
14)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두18141 판결(한국외국어대 사건 파기환송심)
15) 대법원 1998. 5. 22. 선고 97누8076 판결(전쟁기념사업회 사건), 서울행정법원 2008. 9. 2. 선고 2007구합30710 판결(이랜드리테일 사건)
16) 대법원 2004. 1. 29. 선고 2001다5142 판결
17) 대법원 2004. 1. 29. 선고 2001다6800 판결
18) 청주지방법원 2013. 6. 7.자 2013카합20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