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합병으로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근로자들에 대해 출신 회사를 이유로 임금을 달리 적용해 온 사안에서 불합리한 차별대우의 존재를 인정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 7. 17. 선고 2021가합10039 판결). 해당 사안에서 사용자가 차별적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은 ‘합병에 따라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근로자들’이라는 점인데, 포괄승계된 근로자들과 비교 대상 근로자들이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이상 합병에 따라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인 임금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기업 인수 · 합병은 자본과 법인격의 결합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이 조직된 기업 간의 합병에서는 기존 단체협약의 승계와 통합 단체협약의 체결을 둘러싸고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곤 합니다. 합병 후 근로조건 단일화 노력이 지체되는 경우에는 출신 집단 간 처우 차이가 위법한 차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판결은 합병 후 통합(PMI, Post-Merger Integration) 국면의 인사노무 관리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 합병에 따른 단체협약의 포괄승계와 복수 협약의 병존
가. 포괄승계의 원칙
상법 제235조에 따라 합병 후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는 소멸회사의 권리 · 의무를 포괄승계하므로, 소멸회사의 근로관계와 단체협약 역시 원칙적으로 승계의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은 합병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경우 종전 근로계약상의 지위가 그대로 포괄적으로 승계되므로, 합병 당시 취업규칙의 개정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등을 통해 근로관계의 내용을 단일화하기로 변경 · 조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존속회사는 소멸회사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승계한다는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습니다(대법원 1994. 3. 8. 선고 93다1589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99다9370 판결 등 참조). 집단적 근로관계에 관해서도 복수의 회사가 합병되면 피합병회사와 그 근로자 사이의 집단적인 근로관계나 근로조건 등이 합병회사에 그대로 승계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23185, 23192 판결).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역시 합병 시 존속회사가 노동관계법상 노사 간의 권리 ·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소멸회사에 조직된 노동조합은 합병 이후에도 계속 존속하며 그 단체협약도 유효기간 동안 효력이 지속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노조 01254-116, 2000. 2. 14.).
나. 복수 협약 병존 구조
피합병회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이 포괄승계됨에 따라, 합병 후 통합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에는 하나의 회사 안에 서로 다른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복수의 단체협약이 병존하게 됩니다. 소멸회사 출신 근로자에게는 종전 소멸회사의 단체협약이, 존속회사 소속 근로자에게는 존속회사의 단체협약이 각각 적용되는 것입니다.
유의할 점은 협약의 병존이 단순히 근로조건의 이원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위 대법원 2002다23185 판결은 합병회사의 노동조합이 유니언 숍 조직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피합병회사 근로자들이 자동적으로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판시했는데, 협약의 병존은 조합원 자격의 이원화 문제와도 연동됩니다. 고용노동부도 합병 이후 조합원이 혼재하게 돼 사실상 노조의 조직대상 구분이 곤란해진 경우에는 단일 노동조합을 설립 · 운영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해석한 바 있습니다(노조 68107-150, 2002. 2. 19.).
또한 소멸회사의 단체협약에 새로운 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불확정기한부 자동연장 조항이 있는 경우, 그 협약은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당사자 일방이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해 해지하지 않는 한 효력이 존속하게 됩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 단서,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71138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임금 · 근로시간 등 개별적 근로조건에 관한 부분(이른바 ‘규범적 부분’)은 근로계약의 내용이 돼, 이를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 취업규칙이 체결 · 작성되거나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계속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합니다(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따라서 구 협약상 근로조건 기준은 통합 단체협약 체결 시까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사용자가 이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다. 승계 범위의 한계
다만 소멸회사의 모든 단체협약이 언제나 승계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합병공고 이후에 체결됐고, 회사가 합병됐을 때는 협약의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던 단체협약에 관해, 합병 후 유효하게 적용될 단체협약은 합병 전 존속회사와 그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협약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 1. 28. 선고 92다45230 판결). 단체협약상 유효기간, 자동연장 또는 자동갱신 조항뿐 아니라 조직변동 시의 효력에 관한 조항의 존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출신 집단별 근로조건 차이와 균등처우 위반 리스크
가. 차별 여부 판단의 규범적 기준
복수 협약 병존 구조하에서 먼저 대두될 수 있는 쟁점은 출신 회사(집단) 간 차별의 문제입니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 ·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합병 전 소속 회사에 따라 임금 수준, 상여금,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규범으로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을 구체화한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이른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노동조합법 제9조(차별대우의 금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가목(고용 관련 차별행위 금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려면 ① 차별을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지목하는 비교대상자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야 하고(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등 참조), ②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더라도 그 방법 · 정도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일 것을 요합니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합병 후 동일 법인에 소속돼 동일 ·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출신 집단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성이 인정될 여지가 크므로, 결국 관건은 출신 집단별 처우 차이에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로 귀결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나. 적극적 단일화 노력 여부에 따른 하급심 판결의 대비
최근 하급심 판결들은 주목할 만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은 합병 후 출신 회사별로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와 범위가 달랐던 사안에서, 이를 합병 후 근로조건 설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보아 사용자가 특정 회사 출신 직원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사용자가 합병 후 근로조건 단일화를 위한 교섭 노력 등을 지속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이유 인정의 주요한 근거가 됐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1. 1. 15. 선고 2019나14012 판결).
반면 앞서 살펴본 수원지방법원 2021가합10039 판결은 합병 후 상당한 기간(사안의 경우 약 10년)이 경과했음에도 출신 회사를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이 유지된 사안에서 위법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컨대 합병 직후의 근로조건 차이는 과도기적 불가피성에 근거해 합리적 이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사용자가 근로조건 단일화를 위한 교섭 등 적극적 노력을 해태한 채 상당 기간 차별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위법한 차별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 복수노조 체제하의 교섭 구조 및 공정대표의무
합병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병존하게 되는 경우에는 먼저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문제되는데,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합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 판례는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는 단체협약의 내용뿐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 참조).
최근 대전고등법원은 합병 후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조항의 내용이 종전 각 협약상의 차이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소수 노조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 이를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넘어 소수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전고등법원 2026. 1. 13. 선고 2025누326 판결). 이는 합병 후 단일한 단체협약을 설계할 때 그 내용이 특정 노동조합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3. 협약자치와 불이익변경의 한계
가. 통합의 방향과 협약자치의 원칙
출신 집단 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사는 결국 통합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취업규칙 등 제규정에 대한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양사의 근로조건 중 유리한 것만을 모아 상향 평준화하는 방식은 수용성은 높으나 합병 시너지를 잠식할 정도의 구조적,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어느 한쪽의 기준으로 통일하거나 절충하는 방식은 근로조건이 저하되는 일방 집단에 대한 불이익 변경의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법리적으로는 협약자치의 원칙상 노동조합은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단체협약도 체결할 수 있고,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해 노동조합의 목적을 벗어난 경우가 아닌 한 유효하다 할 것입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기업 간 합병의 국면에 있어서도, 대법원은 합병 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된 경우 합병으로 소멸한 회사의 퇴직금 규정 중 그 협약에 저촉되는 부분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0다60630 판결).
나. 협약자치의 한계
다만 협약자치를 통한 근로조건 통일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개별 조합원에게 이미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발생했거나 현실적으로 지급된 임금은 조합원의 개별 동의나 수권 없이 단체협약만으로 그 반환이나 포기 등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외 다수).
나아가 대법원은 단체협약의 효력을 특정 시점으로 소급하기로 합의한 후, 불리하게 변경된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이미 지급된 임금을 반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돼 소급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5다60207 판결,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다31831 판결 등 참조).
결국 통합 과정에서 협약자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변경 중 불리한 내용은 합의 시점 이후 장래를 향해서만 실질적 효력을 미치고, 이미 개별 권리로 구체화된 부분에 대한 효력은 제한됩니다. 통합 시 경과조항을 두어 그 유불리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이원화하는 실무는 이러한 법리를 확인한 것입니다. 단체협약이 규율하지 않는 영역이나 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통합의 경우 대개 취업규칙 또는 그에 준하는 규범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근로기준법이 요구하는 취업규칙 변경의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4. 기타 실무상 유의사항
가. 근로조건 등 차이 분석과 단계적 교섭 로드맵 수립
합병 논의 초기부터 양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나아가 명문화되지 않은 노사 관행까지 전수조사하는 등 그 차이에 대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① 합병 직후 통합할 영역, ② 일정 기간 경과를 두고 단계적으로 통합할 영역, ③ 직군 분리 등을 통해 별도 적용을 유지할 영역을 분류하는 교섭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 요구됩니다.
나. 합병 전 노사합의서 문언의 구체화
합병 과정에서 고용안정 · 근로조건 유지에 관한 노사합의서가 작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문언이 추상적인 경우 법적 구속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위 청주지방법원 2019나14012 판결 사안에서는 합병 전 노사합의서에 ‘회사는 합병 이후 현재 양사의 기존 근로조건 중 우월한 것을 우선 적용한다’는 문구가 있었음에도, 이를 추상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에 관한 합의로 해석해 개별 근로자에게 가장 유리한 근로조건을 적용할 구체적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반대해석하면, 적용 기준, 이행 시한, 후속 협의 절차 등을 노사합의상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 경과조치 등의 활용
위 수원지방법원 2021가합10039 판결 사안에서는 합병 직후 노동조합과 협약서를 작성해 소멸회사의 각 단체협약 내용을 일정 기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노사 간 논의를 통해 통합해 나간 사정이 확인됩니다. 이처럼 특정 항목의 차이를 잠정 유지하는 경우에도 그 시한을 명시하는 유예 조항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노사가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거나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특정 단체협약 조항에 따른 합의의 효력이 유지되도록 명시해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 법리에 비춰 볼 때(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두41532 판결 등), 이는 잠정적인 처우 차이가 경과조치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며 향후 차별 관련 분쟁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유예 기간 내 통합을 위한 후속 협의를 함께 명시한다면, 앞서 살펴본 적극적 단일화 노력에 대한 증빙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월간 노동법률 2026년 8월호에 게재된 글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