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개요
안산고잔그린빌15단지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가 위 아파트 단지의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하여, 위 아파트의 창호가 알루미늄재질이 아닌 플라스틱재질로 시공되는 등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건물의 일부를 점유하여 교회를 운영하고 있던 피고 교회는 원고의 위와 같은 청구에 대하여, 피고 교회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에 기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같은 조 제2항에 의해 원고가 직접 피고 교회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주장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피고 교회는 당초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였다가 교회를 신축하기로 하면서 교회신축공사의 수급인인 건설회사에게 이 사건 건물을 매도하되, 매매잔대금의 일부를 임대차보증금으로 갈음하여 교회신축공사가 완료될 때를 임대차 존속기한으로 하여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해 오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건물의 매수인인 건설회사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피고 교회에 임대하기에 앞서, 이 사건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하였으며, 신탁계약에는 "신탁계약 체결 후 신규 임대차계약은 수탁자의 사전승낙을 조건으로 체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 교회와 건설회사가 이 사건 건물의 일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임차인인 피고 교회가 임대인인 건설회사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가지고 있고, 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인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피고 교회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으므로, 원고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에 따라 피고 교회에게 보증금 상당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 교회의 항변을 인용하였습니다. 원심은 피고 교회가 원고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는 것과 동시에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 부분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위 판단에는, 도시정비법 제44조의 "임차인"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피고 교회와 건설회사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관하여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사전동의가 있었는지를 심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 부분 원심 판단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도시정비법 제44조에 의하여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에게 직접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임차인은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임차권자"에 한정되는 것인데, 원심은 임차인인 피고 교회가 신탁에 따라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가 된 "수탁자"에게 그 임대차를 대항할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하지 않은 채 피고 교회가 위 도시정비법 조항의 "임차인"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시 내용을 논리 전개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도시정비법이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에게 계약해지권은 물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것은 임차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고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② 사업시행자는 임대차보증금을 대신 반환함으로써 토지소유자에게 구상권을 취득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후 토지소유자가 취득하게 될 부동산을 압류할 수도 있는데(도시정비법 제44조 제3, 4항), 위 구상권은 임차인이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가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③ 임차인이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는 경우까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임차인은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임대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반환 받게 되는 이득을 받게 되고, 사업시행자는 임대인의 무자력으로 구상 받지 못할 위험을 떠안는 셈이 되어 도시정비법의 입법취지에 반하게 된다.
④ 부동산을 신탁한 경우 부동산의 소유권은 신탁법리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수탁자가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⑤ 이 사건을 보면, 건축회사가 이 사건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이후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은 신탁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것이고, 신탁계약에 따르면 신탁 이후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임대차계약은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사전동의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신탁회사가 피고 교회와 건축회사의 임대차계약을 사전 동의했다는 증거가 없다. 피고 교회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인 신탁회사에게 임대차를 대항할 수 없다면 신탁회사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도 가지지 못하므로, 피고 교회는 도시정비법 제44조의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시행자인 원고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시 한번 간략히 정리하자면, 도시정비법 제44조의 "임차인"이란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자에 한정되는 것인데, 피고 교회는 토지등소유자인 신탁회사에게 임대차를 대항할 수 없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도 가지지 못하므로, 도시정비법 제44조가 적용되는 "임차인"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4. 시사점
본 판결은 문언의 기계적인 해석에 그치지 않고, 도시정비법이 부동산 임차인의 해지권과 사업시행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인정한 취지, 채권을 대신 변제한 경우에야 구상권이 발생한다는 법 원칙, 수탁자가 대내외적인 소유권자라는 신탁법리를 모순점 없이 체계적으로 고려하여, 위 규정의 적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한정하고 구체적으로도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해석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도시정비법 제44조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가 문제되는 경우, 임차인이 과연 토지등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차권자인지,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5.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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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