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 부동산대책 발표 후 재건축아파트 거래가 활성화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가 최근에 다시 재건축아파트 단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반포에서 3.3㎡ 당 분양가 5,000만원인 재건축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서 모두 마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건축시장의 들썩임에 따라 전체 부동산 시장 가격이 출렁이는 것, 20년 이상 변하지 않고 있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특성입니다.
애초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제정과 개정 배경에도 부동산 시장의 가격변동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의 원인을 서울 강남의 재건축단지에 있다고 보았고, 건설사가 사업초기 시공자로 선정되어 재건축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정비법을 제정하면서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정했습니다. 이후 시공자 선정시기에 관한 도시정비법 규정은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주된 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재건축, 재개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정비법은 2002년 12월 30일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20차례 이상 개정되었습니다. 판례 역시 현장의 수요에 비해서는 조금씩 뒤처지기는 했지만 올바른 답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했습니다. 200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래 민사법원에서 다루던 조합설립무효, 관리처분계획무효 분쟁을 행정법원 전속관할 사건으로 판시한 것이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였습니다.
도시정비법 시행이 10년을 넘으면서 상당수의 판례가 축적되었고, 이제는 판례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한 법리가 형성된 쟁점들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번 2014년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판결들이 나왔습니다.
우선 조합의 비용부담에 관한 중대한 변경이 있을 때 재적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특별다수에 의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판례로 확립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조합설립 당시와 비교해 상당한 정도로 비용부담이 늘어났을 때 조합설립에 필요한 정족수인 재적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2009년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31884 판결)에서 판시한 재적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것인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위 2009년 판결은 기존 재건축사업에 관해 집합건물법이 적용될 당시의 대법원 판례와는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도 조합설립변경인가에 필요한 재적조합원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대표적으로 이우재, 조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그런데 대법원은 화곡3주구에 관한 판결에서 조합의 비용부담이 당초 재건축결의와 비교해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비용부담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확고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5572 판결).
위 2012두5572 판결은 위 쟁점 외에도 앞으로 관련 쟁점을 다루는 사건에서 의미 있는 선례로 기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비용부담에 관해 이미 특별다수에 의한 결의방법에 따라 의결된 조합의 비용부담 등을 경미한 범위 내에서 수정하는 경우나 다른 안건에 관한 결의 등을 통하여 위 사항에 관하여 특별다수의 결의에 준하는 조합원의 총의가 확인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해당 안건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함으로써 비용부담 결의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했습니다.
한편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8520 판결에서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때에 의결한 정비사업비가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경우에는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서 기재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과 바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먼저 사업시행계획 시에 조합원들의 동의를 거친 정비사업비가 조합설립에 관한 동의서 기재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과 비교하여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다음으로 관리처분계획안에서 의결한 정비사업비가 사업시행계획 시에 조합원들의 동의를 거친 정비사업비와 비교하여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정비사업이 단계마다 동의를 얻어 시행되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이로써 과거보다 비용부담에 관한 의결이 유효하다고 판단될 여지가 커졌습니다.
한편 관리처분계획인가 고시가 이루어지면 종전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 지상권자, 임차권자 등이 사용수익권을 상실하되, 공익사업법에 의한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는 수용권이 부여된 재개발사업에 적용되는 조항이지, 재건축사업에 준용될 수 없는 조항이라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재건축사업에서는 임차권자들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입법적으로 이러한 정책이 타당한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상 경미한 사항의 변경이어서 신고절차를 거치면 족한 경우에도 법령이나 정관에서 조합 총회의 결의 대상으로 규정한 때에는 신고에 앞서 그러한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두33051 판결).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인 경우 '조합임원'이 구성요건상 주체로 규정되어 있는 금지조항을 위반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주목할 판결입니다(대법원 2014. 5. 22. 선고 2012도7190 판결).
앞으로 대법원에서 선고가 예정된 주요 사건으로는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추진위원회가 부활한다고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여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관해 공개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라 더욱 주목됩니다. 위 사건에 관한 판결이 선고되면 정족수 부족 등으로 조합설립인가가 취소된 사업지에서 다시 사업을 재개할 때 어떠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관해 일정한 지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정리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법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회색지대가 많은 분야가 바로 도시정비법 분야입니다. 재건축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과거보다 분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한 법적 검토와 대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