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쟁의행위에 대한 법적 쟁점이 최근 들어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화방송 판결에서는 쟁의행위의 목적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언론의 공공성도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것이나, 대법원이 불법 쟁의행위라고 하더라도 업무방해죄를 곧바로 인정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쟁의행위와 관련된 법적 쟁점들을 살펴보면서 최근의 판례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특히 쟁의행위는 그 자체에 대한 적법성 판단뿐 아니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각종 가처분, 손해배상 소송, 형사소송 등 관련 쟁점이 많은 영역이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최신 판례를 중심으로 쟁의행위와 관련된 쟁점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근로자 쟁의행위의 정당성 한계
노조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므로(제3조, 제4조), 반대로 해석하면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상ㆍ민사상 책임이 인정됩니다.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절차적으로 적법해야 합니다. 노조법은 쟁의행위가 발생한 때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을 요구하고,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노조법 제45조). 그러나 판례는 서면통보를 위반하더라도 벌칙이 없고, 서면통보가 노동쟁의의 효력요건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므로2), 서면통보를 위반하더라도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위법하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판례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쟁의행위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정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ㆍ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는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등에 따라 정당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해당 사건에서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3) 그러나 조정 전치 규정을 위반할 경우 형사책임을 부담하므로(노조법 제91조), 위 판례와 같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법한 쟁의행위로서 징계대상이 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참고로, 최근 판례 역시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지 않은 안전운전투쟁에 대해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쟁의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4)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노조법 제41조 제1항).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 찬성이라는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위법하고, 이와 같은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합니다.5) 복수노조의 경우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경우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유일노조(기존노조)가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시작한 이후 복수노조(신설노조)가 설립되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쳤으나 기존노조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아 신설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된 경우 기존노조가 계속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으나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후에는 기존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지위를 상실하게 되므로 기존의 쟁의행위도 중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교섭대표노조 결정 후에도 기존 쟁의행위를 유지할 경우 위법한 쟁의행위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쟁의행위의 실체적 정당성과 관련하여 쟁의행위의 목적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지점입니다. 원칙적으로 쟁의행위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노ㆍ사간의 자치적인 교섭을 조성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6) 따라서 경영권ㆍ인사권의 본질적 사항인 경영상 해고, 사업조직통폐합, 합병ㆍ분할, 영업양도 등은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7) 최근 판례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반대 등 구조조정 실시 그 자체를 저지하는데 주목적이 있었던 쟁의행위는 위법8)하고, 구내식당 외주화 반대ㆍ정원 감축 철회 등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을 주장하면서 정상적인 열차운영을 방해하여 지연운행케 한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9) 다만, 최근 하급심 판례는 사용자가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남용하여 방송 제작ㆍ편집 및 송출 과정을 송출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그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쟁의행위의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10) 그러나 이 사안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서 방송의 절차적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러한 절차를 위반하였다는 특수성이 있었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에도 사용자의 인사권이나 경영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한 쟁의행위가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3. 쟁의행위의 유형별 검토
쟁의행위의 유형은 가장 대표적인 파업, 태업, 보이콧, 준법투쟁, 직장점거, 직장폐쇄 등이 있습니다. 파업에 대해선 이미 잘 알려진 부분이므로, 아래에서는 파업을 제외한 나머지 쟁의행위 유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가. 태업
태업이란 형식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만 불성실하게 근로함으로써 작업능률을 저하시키는 행위. 즉, 근로를 불완전하게 제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태업은 사업장에 체류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되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부분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에 따라야 합니다. 최근 판례는 태업의 경우 근로제공이 일부 정지되는 것이므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어 사용자가 태업기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11)
나. 보이콧
보이콧(불매운동)이란 사용자 또는 그와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에 대해 상품구입 또는 시설ㆍ서비스이용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거나 근로계약체결을 거부할 것을 호소하는 쟁의행위입니다.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사용자에 대하여 압력을 가하는 것을 1차적 보이콧, 사용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사용자와의 거래단절을 요구하는 것을 2차적 보이콧이라 합니다. 1차적 보이콧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이 인정될 것입니다. 2차 보이콧(불매운동)은 사용자에 대한 쟁의행위와는 구분되어야 하고, 2차 보이콧을 주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노무거부 행위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의 민ㆍ형사상 면책 보호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12) 판례는 사용자의 매장에서 쇼핑 중인 고객에게 사용자의 물건을 구매하지 말라고 한 행위에 대해 법원은 업무방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13)
다. 준법투쟁
준법투쟁이란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을 평소보다 엄격히 지킴으로써 업무의 능력이나 실적을 떨어뜨려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도록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집단행동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연장근로 거부, 집단휴가사용, 안전보건투쟁 등이 있습니다. 준법투쟁이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면 쟁의행위에 해당할 것입니다(노조법 제2조 제6호). 최근 대법원 판결(형사)는 업무관련 규정을 지나치게 철저히 준수하는 방법으로 열차가 10분에서 46분간 지연 운행되도록 한 행위를 쟁의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14) 그러나 동일한 사실관계 하에서 하급심 판결(민사)는 근로자들의 안전규정 준수가 객관적으로 요청하는 정도를 현저히 넘어선 것이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해당 지연운행(안전투쟁)을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15) 이와 같이 실제 사안에서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규를 준수하는 형태의 준법투쟁의 경우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라. 직장점거
직장점거는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사용자의 의사에 반해 사업장, 공장 등 회사 내에서 퇴거하지 않고 장시간 체류하는 보조적 쟁의행위입니다. 판례는 직장점거와 관련하여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이지만,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ㆍ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 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합니다.16) 하지만 노조법은 생산시설이나 주요업무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고 있으므로(노조법 제42조 제1항), 생산시설이나 주요업무시설의 경우에는 부분적ㆍ병존적 점거라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17) 판례는 사용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관리ㆍ사용하는 공간을 사용자에 대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침입한 경우(부분적ㆍ병존적 점거일지라도) 제3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승낙이 없는 이상 위 제3자에게까지 이를 정당행위라고 하여 주거침입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18)
마. 직장폐쇄
직장폐쇄란 근로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항하여 근로자의 노무 제공을 거부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사용자측의 쟁의행위입니다.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가능하고, 미리 행정관청 및 노동위원회에 각각 신고해야 합니다(노조법 제46조). 직장폐쇄는 근로자의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에 힘의 균형이 깨어져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압박을 받아 이를 대항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어야 정당합니다.19) 최근 하급심 판결은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결정한 경우에도 계속해서 직장폐쇄를 유지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 이 판결은 노조가 2차 업무복귀 의사를 표시한 시점에는 노조의 위법ㆍ적대적 행위가 뚜렷하게 잦아들어 회사가 안정을 찾으면 노사간에 힘의 규형이 깨어져 사용자측이 힘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다른 하급심 판결은 노조가 정시출근, 연장근무 거부 등의 적법한 쟁의행위를 5일 정도 하였는데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이후 노조가 적극적인 근로제공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84일간 진행한 직장폐쇄는 소극적 방어수단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21) 한편, 적법하게 직장폐쇄를 단행한 사용자로부터 퇴거요구를 받고도 불응한 채 직장점거를 계속하면 퇴거불응죄가 성립하고,22) 직장폐쇄가 적법한 이상 회사 측의 의사에 반하여 사업장에 들어간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합니다.23)
4. 인사노무담당자의 대응방안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사담당자들은 당황하게 되고 정확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는 쟁의행위에 대해 사전에 정확한 지식과 최근 판례의 경향을 습득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쟁의행위는 사용자에게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쟁의행위가 발생할 경우 쟁의행위의 절차ㆍ목적 등 위법성이 없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을 통해 그 쟁의행위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준법투쟁의 경우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특히 법규를 준수하는 형태의 준법투쟁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준법투쟁에 대해 정확한 법적 판단 없이 섣불리 쟁의행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법한 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징계할 경우 문제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개시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방어적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정당성 여부가 달라집니다. 특히 노동조합이 전면파업이 아니라 부분파업을 할 경우에는 어느 시점부터 직장폐쇄가 가능한지 그리고 직장폐쇄를 푸는 시기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사안이므로,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1) 본 뉴스레터는 필자가 작성한 노동법률 2월호에 게재된 글을 참고하였습니다.
2) 광주지방법원 2010. 11. 17. 2010노2360 판결
3) 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도4812 판결
4)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1도468 판결. 다만, 위 판결에서는 해당 쟁의행위가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치지 않은 점 외에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등 다른 문제점들이 존재했었고, 그 쟁의행위가 위법하지만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5)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판결
6)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도4837 판결;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도875 판결 등
7) 대법원 2003. 11. 13. 선고 2003도687 판결
8) 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3도875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3. 6. 4. 선고 2012구합35726 판결
9)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1도468 판결
10) 서울남부지방법원 2014. 1. 23. 선고 2012가합3891 판결
11)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39946 판결
12) 협력 68140-392, 1999. 8. 31.
13) 서울고등법원 2004. 1. 15. 선고 2002누11976 판결
14)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1도468 판결
15)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5. 30. 선고 2009가합13699 판결
16) 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5204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17) 고용노동부,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매뉴얼, 270쪽
18)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도5008 판결
19)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다34331 판결, 전주지방법원 2013. 8. 21. 선고 2012가합5734 판결
20) 대전고등법원 2014. 4. 24. 선고 2012나6378 판결
21) 전주지방법원 2013. 8. 21. 선고 2012가합5734 판결
22)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4도7218 판결
23)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